사랑 그 자체, 조카
요즘 내가 자주 만나는 생명체가 있다. 작년 2월에 태어난 나의 첫 조카다. 세상에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또 존재할까 싶다.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고, 얼굴만 봐도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작년 7월 언니네가 집 근처로 이사를 왔다. 횡단보도를 두 개 건너며 7~8분 정도 걸어가면 조카네 집에 도착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듯이 드나드니 현관 비밀번호는 외워버렸다. '띠띠띠띠띠, 띠리릭'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면 언니 품에 안긴 조카가 다리를 달랑거리며 나를 반긴다. 윗니 아랫니가 제법 나와서 웃으면 카카오프렌즈의 어피치를 닮은 얼굴로 활짝 웃는다. 환영하듯 뭐라 뭐라 읊조리는데 정확히 뜻은 모르겠으나 반가운 마음을 담은 인사다.
아직은 이모라는 소리를 하지 못하는 조카는 '아빠, 아뽜, 아뽜뽜, 압빠'를 연발하며 내게 눈을 떼지 못한다. 겉옷을 방에 걸어두고 화장실에 손을 씻으러 가느라 내 모습이 사라지면 그새를 못 참고 '꺅, 꺅'소리를 지른다. 사실은 '으어, 으어어 어'같은 소리다. 입만 바쁜 것이 아니라 미어캣처럼 세운 고개와 몸이 내가 가는 방향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속수무책으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손을 씻고 나와 안아주면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온순(?)해진다.
놀이방에 들어가 앉혀 놓고 밖으로 나가면 '너도 당장 들어와라'라는 눈빛을 보낸다. 모른 척하면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잡고 일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애타는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명을 받잡고 놀이방에 들어가 살포시 앉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잘 놀다가도 내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스윽 쳐다본다. 에듀 테이블을 잡고 일어서 이것저것 돌리고 만지면서 '나 잘하지?' 하는 뿌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집중해서 노느라 내 존재를 잊은 것 같아 보일 때도 있다.
러닝홈 국민 문짝으로 편지가 왔는지 편지함도 열어보고 위에 달린 시곗바늘을 돌리기도 한다. 동그란 공을 잡고 입에 넣다가 또르르 굴렸다가 내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한다. 야무지게 파란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까꿍놀이도 하는데 신이 나는지 귀여운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포동이 시리즈 책을 읽을 때 돼지 목소리를 몇 번 내주었더니 어찌나 집중해서 듣고 좋아하는지 목이 남아나질 않지만 행복하다. 너만 즐겁다면야 이모 목이 무슨 대수랴. 목캔디와 도라지즙을 열심히 먹으며 목을 단련해 보마.
끼니때가 돼서 우리가 식탁에 앉으며 아기 의자에 앉혀주면 벌써부터 신이 나는지 표정부터 변한다. 이유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짓는 만족스러운 표정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숟가락이 빨리빨리 들어오지 않으면 온몸으로 화를 내며 엄마를 재촉한다. 손은 식탁을 치느라 바쁘고 눈썹은 찡긋거리느라 바쁘다. 거의 다 먹으면 언니가 물을 주고 입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는데 심상치 않게 변하는 표정이 곧 울음을 터트릴 듯하다. 우엉우엉 하는데 눈으로 '엄마야,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어서 밥을 더 내놓아라.' 한다. (언니와 나는 쟤가 눈으로 욕을 하는 것 같다고도 한다...)
후식이나 간식으로 떡 뻥이나 딸기, 배, 귤, 치즈를 주는데 떡 뻥은 봉지만 봐도 방긋 웃고 딸기와 치즈는 단어 자체를 알아듣고 다리를 달랑거린다. 마치 기분 좋은 강아지의 꼬리 같다. 잘 먹지 않아서 애가 타는 엄마들이 많다는데 우리 조카는 잘 먹어주니 다행스럽고 고마운 마음이다.
'아멘'을 몇 번 가르쳤더니 금방 배워서 '아멘' 하면 가지런히 두 손을 모은다. '주세요'를 몇 번 알려줬더니 '주세요' 하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손을 모은다. 천재인가 싶어 눈을 꿈뻑꿈뻑하는데 묘하게 뿌듯하다. '내 조카 영재인가?' 팔불출 이모가 따로 없다.
이 조그마한 생명체가 얼마나 대단하냐 하면 온 식구들에게 대화 거리를 만들어주었고 집안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카톡 채팅창에 굿모닝 인사와 올라온 조카 사진을 보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일에 지쳐 힘들어하시는 엄마도 조카가 태어난 후로 조카 이야기만 나오면 생기가 흘러넘친다. 마치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맛있는 음식과 반찬을 만드신다. 가끔씩 슈퍼우먼과 같은 모습에 놀란다. 고민거리와 근심이 많은 아빠도 조카의 탄생 이후 훨씬 자주, 크게 웃으신다. 온 가족이 거실에, 부엌에 잠시라도 모여 앉아 오늘은 조카가 이랬고, 저랬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웃는다.
그저 생명이란 것이 이렇게 소중하고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는 시간들이다. 그 조그마한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며 우리 가정에 가져온 변화는 우리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우리가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있는 존재가 우리에게 아낌없이 더 큰 '사랑'을 주고 있다. 이 아이가 우리에게 와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영영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 그 자체.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 존재 자체가 기적인 아기. 어화둥둥 내 사랑이야. 우리 가족에게 와 주어서 고맙고 또 고맙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