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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달빛 Feb 13. 2022

우리보다 중요해?

당연히 아니지! 차야 청소하면 되지...



터전(어린이집) 확진자 발생.


맞벌이인 우리는 당장 아이들 맡길 곳이 없었는데 멀리 안동에 계신 어머님께서 감사하게도 급히 올라와주셨다. 서울에 있는 우리가 언제 부를지 모르셔서 그 먼 안동에서도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신단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을 위한 인내가 진심으로 전달된다.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그만큼 남편과 아이들과 사랑하며 지내야지 한다.


그런데 저런!

터전 검사 대상자 모두가 발 빠르게 음성을 확인했고 위원회에서 개방 허가가 떨어져서 당장 다음날부터 등원이 가능하단다. 그래도 나도 퇴근  어머님께서 계시면 좋긴 하다. 좋긴   아니라 사실 무지 좋다. 저녁 식사도 준비해 주시고 아이들과도 너무 즐겁게 지내신다.


나는 학교 근처 빵 맛집에서 초코빵과 케이크를 샀다. 어머님께서도 별미로 생각해 주시길 기대하며 아이들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출발.





이 시각 어린이집에서는...

하원이 늦는  아이의 엄마가 보낸 초코빵이 저녁 간식이었단다. 초코빵을 기다리던 준이... 조금만  기다리면 먹을  었는데 이때 하원하자고 들이닥친 엄마..... 바로 .


준이와 민이는 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놀다가 기필코 초코빵을 먹고 가겠단다. 나는 주차되어 있는 다른 차의 앞을 막고 잠깐 차를  놓았기에 마음이 급했다. 게다가 개학  일이 몰려있는 터라  시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서인지 머리가 깨질  아팠다.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나는 그만...


"차에도 초코빵 있어, 얘들아. 얼른 가자."


라고 말하고 말았다. 말하고 나서 아차 했다.

어머님께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실 텐데... 추운 겨울이니 아마도 따뜻한 국을 보글보글 끓이시고, 잡채든 나물 무침이든 뭔가 맛있는 것을 준비해 놓으셨을 텐데...

에이! 저녁을  늦게 먹이자고 말씀드려야지. 일단 지금 피곤해...





"우와 맛있겠다."

차 안에서 빵을 본 아이들이 환호했다.

주먹만 하게  잘라 주었더니 형아 준이는 한입에 모두 밀어 넣었고 우적우적 씹었다.

동생 민이는 혀를 내밀고 조금 맛보더니 초코가 새어 나오자 자동차 뒷좌석 여기저기에 초코를 발라댔다. 손이 찐득해지고 얼굴에 온통 초코가 묻자 마음에  들었는지 

' 그만 먹을래.. '

하면서 운전하는 나에게 내밀었다. 살짝 돌아보니, 초코 가루가  떨어지고, 작은 손바닥과 옷과 차창이 초코 크림 범벅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또렷하게 말했다.

배운 대로.. 비폭력대화의 '욕구' 넣어서 '부탁'으로...


1. 네가 초코를 차에 묻혔을  - 관찰

2. 나는 좌절스러웠다. - 느낌

(1, 2까지는 자체 생략하고...)


3. 나에게는 ~ 중요하거든. - 욕구

4. 그러니 ~~ 해줄  있겠니? - 부탁


"엄마는 깨끗한 차에서 운전하고 싶어. 초코가  묻어 있는  안을 유지하는  내게 중요하거든. 그래서 차에 초코크림을 묻히지 말고 휴지에 닦아줄  있다면 고맙겠어.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었나 궁금한데, 누가 들은   이야기해 줄래?"




민이: (꿈뻑꿈뻑)


준이: ... 너무 길어서 모르겠어. 생각나는 것만 말해도 ?


나: 어...어.


준이: 차에  바르지 말라고.


나: 어 고마워. 엄마는 차 안이 깨끗한 게 중요하다고.


준이: 우리보다 중요해??


나: 아... 그....







그래도 오늘도 아이들과 연결되려고 했던 나 자신. 축하해.

어머님께 감사함을 표현하려고 한 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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