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들에게 필요한 효율적인 시간 활용법
바야흐로 공채 시즌이 성큼 다가왔다. 올 상반기는 유독 수시채용에 나선다는 기업들도 많고, 경기가 좋지 않아 채용규모를 줄이겠다고 나서는 곳들도 많아 지원자들은 마음을 졸인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티오가 많을까, 아닐까를 고민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더불어, 수시채용 또는 채용규모를 줄인다고 해도 결국 채용은 진행된다. 규모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년보다 줄어드는 수준이지 기업들이 앞다투어 채용의 문을 닫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인력의 필요성과 수요는 항상 존재한다. 우리는 그저 공고가 뜨면 자소서를 제출하고 다음 전형을 기다리거나 다른 회사의 자소서를 작성하면서 다음 결과들을 기다리면 그만이다. 통제불가능한 요인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어머, 이 회사는 놓치면 안돼!!
시작부터 지원자들의 시선을 끄는 기업들이 많다. 수시채용 형태이기는 하지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그리고 현대카드의 서머인턴십도 그렇고 누구나 한번 즘 입사를 꿈꿔보는 회사들의 전형이 진행되고 있다.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가고 싶은 회사 상위에 속하는 회사들인 만큼 이왕이면 자기소개서도 좀 더 신경 써서 제출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문제는 지원자들의 과몰입니다. 회사의 네임밸류, 연봉, 근무환경, 복지 등등 이 회사 만큼은 꼭 잡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지원자들은 '이 회사 만큼은 자소서를 제대로 써서 내겠다'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그런데, 지원자들이 갖게 되는 이런 생각은 대부분 독으로 작용해서 지원자들의 공채 계획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이틀을 쓰나 1주일을 쓰나 한달을 쓰나 자소서 수준은 동일하다.
보통 지원자들은 최애기업을 선정하는 순간부터 오랜 준비 기간에 들어간다. 회사에 대한 온갖 정보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드러내고, 최대한의 경험을 드러내어 나의 업무역량과 실력을 뽐내고자 한다. 그런데, 언제는 안 그렇게 썼던가? 이미, 그런 패턴으로 수도 없이 자소서를 써온 이력이 있는데 그럼 지금까지의 과정에서는 열심히 안쓰고 대충대충 썼었기 때문에 이제 가고 싶은 기업이 생겼으니 이번에 올인해서 써보겠다? 그렇다면 갑자기 가고 싶은 기업의 자소서를 쓰는 과정에서 이제껏 써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 작성을 시도해본다거나 이제껏 드러내보지 않았던 재료와 주제를 드러내서 자소서를 써본다? 그렇지 않다. 지원자들은 가장 손에 익고, 익숙한 기존의 패턴에서 힘을 조금 더 실어내려고만 할 뿐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나 접근, 생각의 깊이를 파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하물며, 나는 지원자들에게 계속 강조하지만 자소서, 면접에서의 변화는 '재료'와 '깊이'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재료'와 '깊이'에 대한 고민은 어느 회사의 자소서를 쓸 것인지와 관련이 없다. 내 경험, 내 생각, 내 지식, 내 관심사 자체를 후벼파고, 생각을 넓혀가는 과정을 통해서 농익어 가는 것들이지 특정 기업의 자소서 문항을 눈 앞에 두고, 1주일 내내 이 항목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를 고민한다고 해서 이제껏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경험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생각들이 나올리가 없다. 자소서와 면접 수준의 변화는 '항목이라는 형식'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재료의 다양성과 깊이'에서 시작된다. 과격한 팩폭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필자한테 첨삭을 받기 위해 1주일 간 심기일전해서 작성해온 자소서를 내밀었을 때 나의 답변은 항상 '이전과 다른 게 하나도 없는데요?'였다.
특정 기업 자소서 작성에 투입한 10시간은 증발하지만, 재료 자체에 대한 고민 10시간은 모든 곳에 적용된다.
지원자들의 열렬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안타깝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적게는 몇일, 많게는 1주일이 걸려서 하나의 자소서를 완성했고, 나름대로는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결정체라고 생각하겠지만 1주일 전에 작성한 비주류기업의 자소서와 다를 바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몰입해서 하나의 자소서를 작성하면서 허비해버린 시간들이다. 한 개 기업의 자소서에 집중함으로 인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다른 기업의 지원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덤이다. (다작을 해도 하나의 자소성 공을 들인 것과 퀄리티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실화다.) 더불어, 이렇게 쏟아부은 시간들은 다음 기업 자소서 작성, 다음 전형 대비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과거 현대자동차의 'What makes you move'같은 항목에 때려박은 시간은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거니와 딱히 다른 기업 자소서 작성 시에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1주일 내내 고통 받아 작성한 자소서가 달랑 한번 써먹고 우려먹을 수 없는 내용이라면 1주일에도 십수개 기업들의 전형이 진행되는 공채 시즌 동안 이것만큼 비효율적인 취업활동은 없을 것이다.
반면, 나에 대한 고민, 직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본 지원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나의 경험, 내가 관심 있는 직무에 관해서는 현대차를 쓰든지, 기아차를 쓰든지, 롯데케미칼을 쓰든지, 아모레퍼시픽을 쓰든지 간에 내 관심을 그대로 풀어내면 된다. 내가 준비해둔 마케팅, 인사, 설계, 품질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 또한 내 경험과 생각을 기준으로 제시하게 된다. 나에 대해서 소개하거나 설명하라고 한다고 해도 내가 이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나의 모습 중 하나를 드러낼 뿐 지원하는 회사의 인재상이나 경영철학에 따라 억지로 짜맞춘 구태의연한 자기소개를 하지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지원하는 회사의 산업과 사업의 성격일 뿐 이외의 것들은 모두 나 혼자 쌓아온 관심과 경험, 지식, 생각을 토대로 언제든지 자유롭게 개인적인 관점을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더 시간을 쏟고 공을 들일 부분은 '관심 있는 회사의 자소서'가 아니라 나의 경험, 생각, 지식, 철학, 태도, 그리고 직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것'이다.
1주일을 고민하면, 1주일을 고민했던 만큼 앞으로 지원 예정인 모든 자소서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나의 깊이 있는 생각과 깊이 있는 관심이 지원하는 회사들 마다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 달을 고민한 사람, 몇 개월을 지속성 있게 고민하고 깊이를 더해온 사람은 더욱 강력한 응용력과 유연함, 깊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 기업에 너무 가고 싶다고 너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감정을 소비하고 소모하는 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거니와 긴 시간 동안의 노력과 고민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손실들은 덤인 것이다. 내가 한 곳에 몰두하느라 지나쳤던 좋은 기회들은 6개월 뒤에나 찾아올 것이다. 물론, 그 때라고 해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의 집중은 나, 직무에 대한 경험에 집중하고, 가고 싶은 기업이든 아니든 관계 없이 쓰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냥 힘 쫙 빼고 쓰는 것. 그게 답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평소에 에너지를 집중할 곳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좀 더 스스로에게 에너지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소서를 쓰면서 고민했던 나에 대한 고민과 직무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쌓일 때 면접에 가서도 면접의 질문이 무엇이냐에 관계 없이 나의 생각을 자신있게, 떳떳하게 뱉어낼 수 있다. 오랜 시간 고민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견해와 함께 분명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 그 자체로 여러분들은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고, 나라는 사람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형식에 계속해서 집착한다면 여러분들의 자소서, 면접력은 제자리 걸음을 반복할 것이다.
올 상반기는 수시채용을 확대한다는 기업들이 많다. 비정기적인 채용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수시채용이 확대되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 한두 기업의 자소서 작성에 몰입한 나머지 십수개 기업들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혹은 자소서 전체의 퀄리티는 변함 없는 상태에서 상반기 공채 시계가 하염없이 흘러간다면 상반기 끝자락에 보게 될 결과물은 자명하다. 가고 싶은 회사에 몰빵할 것인가 아니면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취업력 자체를 끌어 올릴 것인가는 지원자에게 달려 있다.
O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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