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오지는 선배, 가만히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제정신 아닌 인간을 상식적으로 대우할 필요는 없다. 당위성을 쌓고 질러라

모든 게 참을 만한 회사생활. 하지만, 단 하나의 이슈 때문에 출근길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가스라이팅 오지게 박는 사수… 내가 질문을 해도 시큰둥, 일을 해서 가져다 주면 이게 뭐냐고 핀잔, 남들 앞에서는 항상 깎아내리기 바쁜 사수… 내가 부족해서인가, 속도가 느려서일까, 더 빠릿하게 해보려고도 안간힘 써봐도 도무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 때문에 하루하루 기가 빨리고, 온 신경을 집중하다 퇴근하면 어질어질하다.

하지만, 내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나 혹은 업무수행 능력이 딸려서 그런가 종일 전전긍긍하며 끙끙 앓고, 자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지어 다소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신입이고 초년생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얼마든지 충고를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더더욱 뭐가 문제겠는가. 뭐가 문제인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말 한 마디 않고, 발을 동동 구르며 당황하는 내 모습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사수, 그녀석의 잘못이 백퍼센트다.

이런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직생활 중에 만나는 수많은 이들 중 상식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내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이 같은 가스라이팅의 원인 대부분은 상황적, 업무적 이유가 아니다. 온전히 가해자의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격적일 수 있지만, 내가 그냥 싫어서 그럴 수 있다. 어떤 포인트에서 시작된 지 모르겠지만 나의 표정, 말투, 행동거지 하나가 그냥 싫은 케이스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심리지만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어떨 때는 숨 쉬는 것만 봐도 꼴 보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원인과 이유를 이해하려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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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는 최소한의 성의와 노력을 기울여봐도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이럴 때는 “선배님, 혹시 제가 뭐 잘못했다거나 실수한 게 있을까요?”라는 식으로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게 좋다. 물론, “아니? 그런 거 없는데?”라고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 대고 내가 또 그런데 왜 그러시냐고 되묻기에는 애매하다. 여기서는 그렇게 내가 먼저 운을 뗐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나중에 제대로 꿈틀하고, 버럭하기 위한 밑밥 빌드업을 위한 첫 걸음으로써 의미가 있다.

그 이후에도 추이를 지켜보고,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다시 직접적으로 얘기한다. “선배님, 혹시 제가 뭐 잘못했다거나 실수한 게 있을까요?”라고, 이번에도 상대방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여기서는 좀 더 분명하게 생각을 밝힌다. “저는 선배님이랑 불편함 없이 지내고 싶은데 제가 많이 부족해서 뭔가 문제인지 스스로 알 수가 없습니다. 선배님께서 혼낼 게 있으면 확실하게 혼내 주시고, 지적하실 부분이 있다면 확실하게 지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일부러 표현을 그렇게 한다. 나는 노력하고 있으나 내 머리로는 이해를 못하겠으니 너가 얘기를 하면 나는 고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너의 문제라고 공을 돌리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나중에 내가 터졌을 때 혹은 부서 내 문제가 생겼을 때 난 최소한의 노력을 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빌드업이다.

두세 번 참고 난 뒤 말을 할 때에는 다소 목소리에 힘을 주어도 좋다. 신기하게도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에게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내가 만만해 보이고,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도 무의식 속에 나에게는 이래도 된다라는 생각이 뿌리 박힌다. 반응이 없고, 잘 참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갈수록 선을 넘다 못해 과함이 넘쳐 흐른다. 이런 그들의 행동에 제동을 걸려면 나에게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걸 보여줘야 된다. “저도 더 이상은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직설적으로 말을 던져보자. 이 강력한 한방의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충분한 빌드업을 거친 것이다. 확실한 GG 선언을 통해 이제 니가 알아서 하라고,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보여줘라.

그제서야 지금껏 무관심하던 주변의 다른 직원, 상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나에게 질문을 해올 것이다. 괜찮다. 난 나의 부족함을 애초에 인정하고, 좀 더 확실하게 문제를 알고 고치고 싶고, 사수 내지는 그 선배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한 발도 나아갈 수 없었다는 과정을 토로하면 그만이다. 충분한 시간과 과정을 거쳤기에 주변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고, 혹은 그제서야 나의 상황을 묻더라도 나에게는 충분한 인내와 시도가 있었다는 점 때문에 욕을 먹을 이유도 없다. 참을 때는 참고, 똑 부러지게 생각을 전하고 행동하는 것도 중요한 회사생활 덕목이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알아서 변하길 기다리지 말아라. 약자를 괴롭히는데서 희열을 느끼는 저열하고, 비열한 부류의 사람들이 직장 안에도 드글드글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내가 참자는 식의 대응은 오히려 그들의 저열한 행동에 더 큰 빌미를 줄 뿐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강한 그들에게 내가 호구가 아님을, 내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님을 확실하게 보여주자.

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