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열함 주의*
이번 내용은 회사의 HR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이다. 고의적, 악의적으로 활용할 경우 내부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안내합니다.
모든 경기에는 룰과 규칙이 있다. 농구에서는 발을 써서는 안 되고, 축구에서는 손을 써서는 안 된다. 제 아무리 손 재간이 뛰어나도 축구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직장생활에도 게임의 룰이 있다. 바로 인사제도다. 직원들은 정해진 인사평가 기준에 따라 연중 혹은 연말에 평가를 받게 되고, 평가점수를 기준으로 고과가 결정된다. 인사평가는 본부 별, 팀 별, 개인 별로 따로 이루어지고, 본부나 팀 별 성과는 짬찌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으므로 ‘나의 인사평가 기준’이 중요하다.
1) 목표를 달성한 영업1팀과 달성하지 못한 영업3팀은 연말에 왜 놀고 있는가.
옴스잡스 영업1팀은 금년 팀 수주 목표였던 500억원을 훌쩍 넘는 600억원의 초과성과를 8월달에 일찍이 달성했다. 주 거래처인 ㈜든든한컴퍼니와 추가 납품계약 논의가 진행 중인 12월, 느긋하게 협의를 이끌고 있는 영업1팀 김유연 팀장은 2021년 내 계약체결을 완료할 생각이 없다.
12월이면 이미 각 부서 별 KPI에 대한 평가가 끝나는 시기다. 통상 기업들은 12월말 인사고과 발표를 위해 11월말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하고 조기에 인사평가에 들어간다. 12월에 계약을 체결해 봐야 이미 11월말 실적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그렇다고 2022년도 인사평가에 12월 계약실적이 반영되지도 않을 것이다.
심지어 김유연 팀장 위의 부서장 내지는 임원이 연말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2022년도 희망찬 새해 출발을 위해서라도 좋은 건수는 잘 묵혔다가 새해에 오픈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이미 120% 초과실적도 달성했겠다, 급할 게 없는 김유연 팀장은 2022년도 스타트를 힘차게 끊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옴스잡스 영업3팀은 금년 팀 수주 목표였던 400억원에 미달하는 360억원의 성과를 달성했다. 2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까칠한컴퍼니사와 20억 규모의 납품계약을 논의 중인 12월, 오내일 팀장은 고객사와 내년초 계약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우선 영업1팀 김유연 팀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 20억원을 더해서 400억 목표 대비 380억원을 달성하느니 금년도 성과는 깔끔하게 포기하고, 내년도를 도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신규거래처라는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실적을 20% 초과달성한 영업1팀에 비한다면 티도 안 날 게 뻔하다. 이는 꼭 팀장 자신만을 위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팀원들에게도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2) 목표를 120% 초과달성한 영업1팀, 80% 목표미달 3팀보다 안 좋은 평가?
KPI의 가점요소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연초에 부서/개인 별 목표설정 및 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반드시 평가항목과 가중치를 잘 따져봐야 한다. 기존 거래처 기반으로 매출확대에 주력한 영업1팀, 매출은 초과달성 했지만 수익성과 신규거래처 확보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영업3팀은 매출목표 항목은 미달했으나 신규거래처 확보, 영업이익률 개선에 노력함으로써 근소한 차이로 영업1팀 보다 높은 배점을 받을 수 있었다.
죽기살기로 야근을 불사했던 영업1팀 보다 효율적인 영업으로 KPI 주요항목에 해당하는 실적을 낸 영업3팀이 연말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1년 내내 KPI만 보면서 해당하는 업무에만 주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면서 KPI를 고려한 업무수행 혹은 개인이력 관리 여부가 인사평가에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대표이사, 본부장, 인사팀 등등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각 부서 별, 개인 별 KPI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 열심히는 ‘중반기 이후’ and ‘진급년차’에…
우리는 연초가 되면 갖가지 계획을 잔뜩 세운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잘 기억에 나지 않는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연초에 열심히 했던 일들은 잘 기억에 나지 않는다. 회사생활에 있어서 만큼은 초두효과 보다 최신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한다. 물론 연초의 실적과 수치는 어디 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정성평가’에 있어서 ‘최신효과’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회사생활도 마라톤과 같다. 시작부터 바짝 스퍼트를 올려놓고 중후반에 힘 없이 달리는 것 보다는 초반에는 가볍게 뛰면서 예열하고, 중후반부터 페이스를 올리며 속도를 높일 때 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
당연히 1년 내내 주어진 업무가 있어서 하루하루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조금 더 업(Up)된 텐션으로 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고 있다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면 6-8월 정도의 중반부터가 좋다. 어려운 일이나 잡일, 야근할 사람을 묻는 질문에 번쩍 손을 들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페이스를 유지하는 내 입장에서도 지속 할 만하고, 나를 지켜보는 팀원들 입장에서는 연말 평가 시 최신효과가 작용해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초년생들에게 특히 자주하는 꼰대 같은 조언이 있다. 1-2년차 때는 열심히 놀아라. “최대한 일을 늦게 받고, 늦게 배워라. 열심히 해야 되는 시점은 바로 진급년차 때부터”라고. 1년차는 고과가 없다. 1년차 때 열심히 하면 ‘나의 최저치’를 잔뜩 올려놓는 꼴이 된다. “옴사원은 퍼포먼스가 과정급이야!!” 하지만 1년차는 고과가 없으므로 돌아오는 것은 B급 성과와 공허함, 그리고 2년차 때 높은 개인성과목표다. 1년 차 때 최저치를 잔뜩 높여 놓은 결과다.
회사를 때려 칠 게 아니고서야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씩 해야 될 회사생활에서 조급할 이유는 없다. 힘을 써야 될 때 쓰고, 여유를 가질 때는 여유를 갖는 유연함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주 5일 년 52주 매년 쳇바퀴처럼 굴러가고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는 삶 속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사기를 치자는 말이 아니다. 똑같이 일을 해도 회사의 기준에 따라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게 나를 위한 일이고, 내 가족을 위한 일일 수 있다. 기회주의적으로 살라는 의미로 주는 팁이 아니다. 회사와 팀원들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들은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자신의 안위와 생존만을 생각하며 저열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알려주는 조언이다. 자칫 위의 조언들을 생각하며 기회주의적인 회사생활에만 몰두할 경우 금세 조직원, 팀원들로부터 기회주의자로 낙인 찍힐 것이다. 어떤 좋은 스킬과 요령도 기본적인 성실함과 인성이 없는 상태에서 쌓아올려봤자 금세 들통나기 마련이다.
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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