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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Feb 15. 2019

스타트업 마케터의 데이터 분석, SQL 입문하기(1)

마케터가 SQL을 다루면 좋은 이유

'나도 제발 좀 잘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신이 뛰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개발도 잘하고, 디자인도 잘하고, 마케팅도 잘하고, 영업도 잘하고... 나도 모든 걸 잘하는 능력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부 잘할 수 있는 천부적인 능력은 당연히 없을뿐더러 그것들을 배울 온전한 시간을 갖기도 어려웠다.

어쩌면 지금 일하는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더 두각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뒤로 미뤄두고 경험해본 적 없는 영역을 배우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하긴 어려우니까.

다만 나처럼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른 분야의 업무를 해볼 기회가 찾아온다. 실무에서 각자의 영역이 나눠져 있다고 해도 그 경계선이 칼처럼 딱딱 분리되어 있진 않기 때문이다. 마케터지만 디자인 업무를 도울 수도 있고, 개발 쪽의 일부 영역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다른 분야라도 어느 정도의 노력을 투자하는 게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좋다. 자세하게 배우기 시작하면 부족한 부분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하지만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두는 것보다 처음에 조금의 시간만 투자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다.

데이터 분석에 관심 있는 마케터라면 R이나 파이썬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있을 거다. 처음 접할 땐 학원에서 전문적으로 배워야 할 것 같고 '이걸 언제 다하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나 역시 그랬었고 시도도 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역할을 효율적으로 해내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R이나 파이썬을 배우는 건 필요 없었다. 이건 나중에 고민할 문제다. '이 둘을 배울 정도의 각오가 있다면 우선 SQL부터 시도를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해서 SQL에 입문하게 됐다.




(쏘카의 경우) 전 사원이 SQL**을 배운다. (웃음) 모든 직원들이 다 공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내부에 있다, PUBLY>


모든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은 필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런 분석 없이 감으로만 기업을 운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어떤 것을 변화시켜야 할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이제는 측정 방법보단 분석이 중요해졌다. 이용자의 행동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관련된 데이터는 차고 넘친다. 이 중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골라내고 데이터 뒤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것. 그게 바로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걸 해낼 필요는 없다.

그런데 개발 언어들을 배우거나 데이터 분석을 위해 R, 파이썬을 배우기엔 난이도가 너무 높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마케터다. 막말로 내가 hello world를 찍어낼 게 아니지 않은가? 데이터 분석은 그 자체만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온전히 해내려고 달려들었다간 피를 보기 십상이다. SQL만 배워도 충분하다. 아니 SQL만 배우기도 어렵다. 데이터 분석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SQL이지만 이 하나도 실무에 쓸 수 있을 만큼 다뤄내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들인 노력과 대비해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우선 SQL을 다룰 수 있으면 좋은 이유를 간략히 보도록 하자.



마케터가 SQL을 다루면 좋은 이유


솔직히 SQL을 다룬다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아주 간단한 쿼리문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이 실무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SQL을 다뤄서 좋은 점 몇 가지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업무 몰입도를 높여준다.


어떤 일이든 몰입이 중요하다.


개발자들은 코드를 작성하는 일에 높은 몰입이 필요하다. 업무에 몰입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게 연구자나 개발자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회의도 중간에 잡기보다 아예 아침이나 퇴근 전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만약 개발자에게 데이터를 요청한다고 하면 개발자의 업무 흐름이 한번 깨진다. 마케터도 데이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하기가 약간 껄끄럽게 느껴진다. 업무에 몰입하기 시작했을 때 다시 전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데이터만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가만히 있자니 일이 많고, 다른 일을 하자니 또 다시 흐름이 깨지는 게 달갑진 않다. 공부를 할 때도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공부에 몰입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가 더 중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개발자와 마케터 양측이 다시 몰입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전사 차원에서 마케터가 SQL을 다룰 수 있는 게 득이 된다. 



2. 개발자가 좋아한다.


우리 갓발자님 스마일~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아니 우리 개발자는 이런 것도 못 해줘. 내 말을 이해도 못 하는 것 같다니까?!'와 같은 이야길 종종 듣곤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이 서로의 영역에 대해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개발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 이외에도 서로의 영역에 대해 이해하는 건 필요한 부분이다. 전부 배울 필요는 없다. 전부 배우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사실상 말도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타 직군이 어떤 업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리고 어떤 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지 이해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이는 곧 마케팅을 할 때도 서비스를 개선할 때도 도움이 된다. 또한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다. 밥을 먹을 때 넌지시 물어보자. '혹시 저희 회사 DB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나요? mySQL을 쓰나요 Oracle을 쓰나요? 아니면 다른 건가? 이번에 공부하려고 하는데 궁금해서요ㅎㅎ' 대부분의 개발자 분들이 신나서 설명해주실 거다. 알아두면 좋은 팁도 마구마구 주신다.



3.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


이 데이터도 넣고 저 데이터도 넣고 전부 다 넣어주세요..

이게 제일 중요하다. 어떤 데이터를 뽑아달라고 할 때 세부적으로 요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그 이유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마케터가 회사의 DB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른다
2) 개발자는 내가 데이터를 보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


'음... 이것도 넣어주고 저것도 넣어주고
아, 데이터 출력할 때 이런 것들은 없애주세요!'


조건이 많아질수록 쿼리문은 복잡해진다. 내가 원하는 정보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원하는 정보를 못 얻었을 때는 다른 데이터를 바로 뽑는 판단을 하기도 쉬워진다. 잘못 입력 했어도 바로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 데이터를 뽑아달라는 요청은 보통 어떤 가설을 검증해보고 싶은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학교 강의평가 수에 따라 강의평가 작성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지 않을까?'같은 생각이 들 때 자신이 SQL을 다룰 수 있다면 곧바로 뽑아서 확인해볼 수 있다. 검증하는 과정을 나중으로 미룰 필요가 없고 틀리면 다른 가설을 검증해볼 수 있다. SQL을 다루면 이런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무엇보다 SQL의 장점은 단 하루만 노력하면 실제 우리 회사에서 쓰는 데이터를 뽑는 경험까지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노력을 한 것에 대한 보람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단 하루만 투자해도 데이터 분석에 입문해볼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다음 주 2부에서는 여러 쿼리문을 활용하여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과정에 대해 적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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