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함께 일하고 싶은, 그런 좋은 사람을 원한다면 나부터!
"마음이 잘 맞고 일의 합이 잘 맞는 동료는 소중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꼭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마케터의 일, 장인성
스타트업에 입사하고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소규모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구성원이 어떤 사람인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항상 '좋은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면모에서든 완벽한 그런 사람이 함께 했으면 하는, 달리 표현해 이상형을 만나길 바라는 연애감정과 비슷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좋은 사람과 일하고 싶다."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회사를 선택할 때 급여, 일의 자유도,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성장 등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사람과 일하는 게 아닐까? 좋은 회사에 좋은 사람이 모이고, 좋은 사람이 모여서 좋은 회사를 만드는 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자신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사람과 일을 하고 싶다면 좋은 사람'들' 속에 자신도 포함돼야 한다. 내가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 만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 역시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오래도록 함께 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좋은 사들람과 일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나부터 좋은 사람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러 기준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나는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은 다르다. '좋은 사람은 이래야 해!'가 아니라 '이 사람의 생각은 이렇구나. 내가 생각하기엔 이런 사람이 좋은 사람 같아!'라고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여서 읽어주면 좋겠다. 내가 일하고 싶은 사람의 몇 가지 특징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실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집단인 만큼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른 능력들이 좋더라도 맡은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하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테니까. 맡은 역할을 정말 효율적으로, 그리고 잘 소화해내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감탄까지 나온다. 담당하는 분야에 대해 뛰어난 사람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 전혀 다른 분야임에도 배울 점이 많다.
2. 의사소통능력이 좋은 사람
혼자가 아닌 함께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간혹 '이건 당신이 할 영역이고 이건 내가 할 영역이니까 각자 알아서 잘합시다.'와 같은 마인드로 일하시는 분들도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업무 분담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눠놓은 것뿐이다. 협업을 할 때 좋은 의견이 있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상대방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피드백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 반대로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의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완벽할 수 없기에 서로의 빈틈을 매워줄 때 더 좋은 결과들이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의사소통능력이 좋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마땅한 근거 없이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이야기하거나, 주장이 맞더라도 이야기하는 방식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의사소통능력이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에는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각자가 보고 있는 방향은 같더라도 방식은 다르기 마련이다. '당신은 틀렸어. 이게 맞아.'보다 '당신의 의견도 이런 측면에서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은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래요. 우리의 목표는 이것이기 때문에 이 방법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좋은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먼저 이해하고, 우리의 목표와 내가 제시한 대안이 더 좋은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다면 상대방도 충분히 납득해줄 수 있다. 백번 이 의견이 좋다는 결과만 말해봤자 서로에 대한 반감만 더할 뿐이다. (연인관계에서 의견이 다를 때, 무작정 내 의견을 이야기하기보다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한 후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싸움으로 발전하는 게 아닌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이 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업무를 요청할 때도 어떠한 이유 때문에 이런 요청을 하게 된 것인지 그 경위를 명백히 해주는 게 좋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알 때 일을 하는 사람도 목적을 분명히 할 수 있고, 그 사람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더 좋은 의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3.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성실함은 아주 훌륭한 자산이다. 항상 책임감을 갖고 맡은 업무에 성실한 사람이 좋은 이유는 일을 진행할 때 막힘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대게 이런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부분에 대해선 미리 이야기를 하며, 예상치 못했던 지연 요소를 발견하는 속도 역시 남들보다 빠르다.
그리고 성실함에 책임감이 더해진다면 '꾸준히 성실한'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일만 시간의 법칙'은 하루에 n시간 씩 투자할 때 몇 년 뒤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법칙이다. 전문가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선 성실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며, 반대로 이런 성실함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전문가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도 얘기할 수 있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은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해낼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기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4. 정말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
업무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음악, 여행, 책, 영화 등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소중한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다. 최근 친구가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 경험이 있다. 친구는 좋아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처음 보는 밝은 표정으로 2시간을 내리 이야기했다. '아, 내가 이 친구에 대해 정말 몰랐었구나...' 그저 조용한 친구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친구의 관심분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던 거였다. 이렇듯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가는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업무 속에 녹아들어 가기 때문에 중요하다. 어떤 콘서트를 주최할 때도 직접 콘서트에 가서 즐겨 본 사람과 아닌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르다.
티켓팅을 할 때는 날짜, 시간, 구역이 나뉘고 선예매, 일반예매가 나뉜다. 선예매 때문에 일반예매가 없어지기도 한다.
굿즈는 공식적으로 파는 것도 있지만 팬들이 만든 비공식 굿즈가 엄청 많다. 비공식 굿즈의 퀄리티가 좋아 더 널리 퍼지는 경우도 많다.
지정좌석제가 아닌데 30분 전에 대기하라고 하면? 몇 시간은 기본이고 전 날부터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스탠딩 콘서트는 그냥 서서 듣는 콘서트가 아니라 잘못하면 탈진이 올 정도로 힘들다. 겨울에 해도 엄청 덥다.
콘서트를 즐기던 입장에서 다시 기억을 떠올리며 꼼꼼하게 기획할 수 있다. 불편한 점들을 최대한 줄이고 때로는 이전보다 더 재밌게 콘서트를 즐길 방법들을 제안해줄 수도 있다.
또한 무언갈 좋아할 때 발산하는 에너지는 한없이 긍정적이다. 이런 에너지는 함께하는 상대방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 나는 이런 에너지를 표출하는 사람을 가능한 많이 곁에 두고 싶다. 업무와 관계없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게 됐을 때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다.
5.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
영화 'LaLaland'에선 차가운 현실 앞에 열정이 꺾일 때면, 곁에 있는 연인이 다시 한번 꿈을 꾸며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를 일으켜 세워준다. 영화 속에선 연인 관계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가족이나 친구, 혹은 동료도 나의 세바스찬이나 미아가 되어줄 수 있다. 성장하고 싶어 하는 열정을 지닌 동료는 크든 작든 나에게 그 열정을 전달해준다. 그리고 이런 동료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형성해 나간다면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성장의 욕구는 일에 대한 능력과 개인의 성장을 함께 포함할 때 더 매력적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왜 일하는가'에서 회사란 공간은 자신을 성장시키기에 더없이 적합한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일을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일에서 큰 배움을 얻을 수 없다. 일은 인생에 있어 너무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주 많은 시간이 일을 하는 데 소요되기 때문에 일에 대한 부분을 포기해버리는 순간 인생에서 너무나 큰 부분을 포기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반대로 회사란 공간을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비전도 정말 중요하다. 내가 속한 회사의 비전에 공감할 수 있어야 일과 관련된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동시에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도 매력적이지만 회사의 비전과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부합하는 지점을 찾지 못한다면 끝내는 그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회사의 비전에 공감한다면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일과 관련된 성장을 계속해서 추구한다. 일이 재밌어지는 것이다.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원대한 꿈을 이루려고 노력해 나간다. 이런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태가 다르게 보인다. (마치 아우라가 보이는 기분이다.)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 아니겠어!'
이렇게 생각하며 1년을 지냈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를 적어놓고 돌이켜보니 난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곰곰이 생각해본 뒤의 자기반성의 의미로 적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길 바라면서 정작 자신은 큰 노력을 하지 않던, 자신을 평가할 때만 유한 잣대를 사용했던 나에 대한 반성. 그리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의 글이다. 마음이 잘 맞고 일의 합이 잘 맞는 동료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떠나지 않을 수 있게.
"마음이 잘 맞고 일의 합이 잘 맞는 동료는 소중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꼭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마케터의 일, 장인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