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리를 치우고 나니,
4년 만에 내 자리가 생겼다.
4년만에 처음으로 생긴 내 공간.
남편이 사준 내 책상 위에,
이렇게 저렇게 대충 담아둔 짐들을 정리하려고 쏟았는데,
자꾸 아이물건이 튀어나온다.
아이 호흡기 치료에 쓰던 약품,
석션 장갑, 주사기 바늘.
"엄마, 나 아직 있어요!"
"엄마, 나 잊은 거 아니죠?"
"엄마! 내가 없어서 좋은거 아니죠?!"
자꾸만 내 손끝을 붙잡고 확인시키는 것 같다.
간병은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다.
내가 사라지고 오로지 간병하는 대상만 남는다.
일로써 하는 간병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그 대상이 내 자식이라면,
내 인생에서 어느새 나는 사라지고,
내 자식이 편한 자세,
내 자식이 먹는 시간,
내 자식이 하는 치료만 중요하다.
나는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겪는 당사자가 내가 아니므로,
죄책감은 늘 내몫이다.
4년동안 내 인생에 내가 없었는데,
이제와 책상 하나 두는 것도 이렇게 죄책감이 큰데,
내 인생에 내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