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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이영원하기를 Jun 26. 2022

내 몸이 기억하는 너

너를 그리워하는 시간 D+41

평소처럼, 

서둘러 허겁지겁 샤워를 하다가 문득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구나

느꼈다. 


밥 숟가락을 뜨는 속도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하다못해 집 안에서 다른 방으로 

고작 몇 걸음을 걷는 것도.

모두 너에게 맞춰져있는 속도에 익숙해져서 자꾸만 서두르고 

언제 나를 찾을지 모르는 네가 걱정돼 허둥지둥대다가,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지."


라는 생각이 밀려오면 순식간에 멍해지면서 공허해진다. 

24시간 간호. 4년간의 간호. 

그것은 나의 몸을 너에게 온전히 맞춰놓았다. 

밤샘 석션과 새벽수유로

나는 아직도 남편과 교대하던 시간, 

너에게 석션해주던 시간, 새벽약 주던 시간이되면 알람 없이도 몸이 먼저 반응해 

일어나곤 한다. 

매일 간병에 지쳐있을 적에는, 


"남들 다 자는 시간에 두시간만 안깨고 자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

싶을만큼 잠이 간절했는데, 이제는 자라고 해도, 원없이 잘만큼 할 일이 없어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늘 시간이 부족해 잠을 못잤는데 이제는 왜 시간이 많아도 정작 잠은 안오는 건지...)



짧다면 짧지만 또 꽤 길다면 길었던,

육아보다는 간병으로 남아버린 내 몸에 새겨진 너와의 만 4년의 시간이 남긴 후유증이 참 크다.

어쩌면 내가 마음으로 늘 너를 기억한다해도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한번은, 아주 잠깐은,

다른 생각으로 다른 마음으로 채워지는 것을, 

잊지말라며, 기억하게끔 몸으로 도와주나보다. 


내 몸은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게 너를 기억하고 있다. 

내 몸 구석구석 남아있는 너에대한 기억들이 자꾸 삐져 나온다.


"맞아 그랬었지, 맞아 이시간이 그시간이지. 맞아 이제는 서두를 필요가 없지. "


이렇게라도 나는 계속해서 너를, 

온 마음으로 온 몸으로 있는 힘껏 계속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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