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그리워 하는 시간 D+42
또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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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한 달이 지나서였을까.
자꾸 찾아오는 어지럼증을 동반한 구토와 오한에 심상치 않다 싶어
이비인후과를 방문했었다.
그때가 이미 올해만 해도 세 번째쯤.
머리 쪽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 MRI를 찍었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남편과 나는 이석증을 의심하고 있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진찰은 생각보다 많은 검사를 필요로 했고,
결과는 뜻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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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니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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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귓속에 생기는 고혈압 같은 것이었다.
고막 안쪽으로 물이 차서 생기는 압력 차이 때문에
엄청난 두통을 동반한 어지럼증과 이명, 구토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잘 자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물 많이 드셔야 해요"
그래. 이게 정석이지.
하지만 나는 아이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루 건너 하루 우는 사람이었고, 매일 24시간을 남편과 2교대로 간병 중이었다.
메니에르는 내 곁을 떠날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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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떠나고, 나는 여전히 울고 아직도 잠을 못 자며,
자꾸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치밀어 올라온다.
메니에르 역시 나아질 기미가 없다.
아이가 떠나기 한 달 전의 감정은 그 감정대로.
떠난 후의 감정은 그 감정대로.
그리고 한 달이 지났으니 새로운 감정이 싹 틔우면 좋을 수도 있으련만.
나는 같은 감정들 사이에서 맴돌고 있다.
실내 작은 트랙 안에 갇혀버린 범퍼카처럼,
그 안에서 맴돌고 맴돌고 맴돌다가 쾅.
부딪히는 순간 터져버린다.
그러면 이내 울음도 터져버리고,
다음날이면 여지없이 귀는 욱신거리면서 숙취처럼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
황급히 약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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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정거장처럼 머물러 있는 감정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가고 싶을 때만 찾아갈 수 있다면,
내가 조절할 자신이 있는 날만 방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하늘을 보는데 문득,
바닷가에서 엄마와 아이가 조잘대는데,
창밖으로 슈퍼마켓 주차장에 차가 드나드는데,
어제 저녁에는 가스레인지 닦으려고 물티슈 찾다 아이가 내 품에 안겨있는 사진을 보는데,
그리움이 시속 130으로 치고 달려와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무너지고 말았다.
한 번만 이렇게 안아봤으면,
한 번만 느껴봤으면,
한 번만 만져봤으면,
이 그리움에 '한 번만'이 붙는 순간, 더 이상 한 번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절망감에 빠뜨리면서 깊은 감정으로 끌고 내려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를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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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너무 동적이라서 수시로 나를 치려고 달려온다.
그러니 그때마다 무너지고 우는 수밖에.
(한 번만 너를 품에 안아볼 수 있다면... 어제 나를 무너지게 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