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이영원하기를 Sep 21. 2022

부치지 못하는 편지 7

22년 9월 21일

연우 안녕?

엄마 우는 거 혹시 봤니?

그랬다면 우리 연우가 속상해하진 않았을지...

오늘은 그냥 유독 너와 헤어지던 날 생각이 

자꾸 나는거야. 

우리 집 햇살 잘 드는 저 창가에 놓인

네 침대에,

아침부터 예쁘게 단장시켜놓은 네가 누워있었고,

우리 연우 꽃길로 떠나라고 온 집안을 장식해둔

꽃들 때문에 꽃향기가 가득했잖아. 

예쁜 모습으로 떠나게 해주고 싶어서 

아침 일찍부터 네 머리를 빗어내리고

옷을 갈아입히고, 미리 골라둔 양말을 신기면서도

엄마는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가, 

너무 서럽고 마음이 아팠어. 

네가 떠나는 길을 내 손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게

나한테는 정말 잔인하게 느껴졌거든.

호흡기를 떼고 호흡반사 때문에 네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이게 널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이렇게 숨을 쉴 수 있는 아이를 

내가 억지로 보내는 건 아닌지

엄마는 의심하고 또 의심할 수밖에 없었어. 

이건 그냥 단순한 반사일 뿐이라고, 

아무 고통도 느낌도 없다는 선생님 말을 믿어야 

내 맘이 조금더 편해지련만 

엄마는 그럴수가 없었단다. 

지금 네가 너무 힘든 건 아닐까. 

너를 너무 보내기 싫으면서도,

니가 행여 힘들까봐 그냥 이 모든게 빨리 끝났으면,

네가 편하게 떠났으면 싶었어. 

엄마가 원망스럽진 않았니?

그순간 많이 무섭진 않았어?

엄마는 언제나 표현하지 못하는 네 맘을 가늠해보곤 해.

때론 그래서 더 슬픈 것 같아. 

사실 너는 그런 게 아닌 데도 

내가 슬픈 상황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기도 해. 

그래서 너를 보내는 그 순간도 

이제 네가 통증 없이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맘이 놓여야 할지,

너를 내 맘대로 떠나보내는 것 때문에 미안해해야 할지 

나는 마음을 정하지 못해 더 괴로운 것도 있었단다. 

너는 어땠니.

어쩐지 조금은 편해진 네 표정을 보고

'아 우리 연우가 드디어 이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었구나.'

비로소 맘이 놓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정말 잘한걸까, 

혹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나는 자꾸 우리 선택에 의문을 가져. 

보고싶은 맘이 그저 그리움으로 끝날 수 없는 건

네 죽음마저 내 손으로 결정해야 했기 때문에,

엄마인 내가 선택을 해야했기 때문에, 

너를 위한 최선이라고 내린 결정이지만

어쩌면 그 선택이 남기고 간 발자국은 

엄마 맘에 아주 오래 남아있을 것 같아. 

너무 많이 울었더니 눈이 아프네. 엄마 참 바보같지? 

네가 떠나던 날 사진을 꺼내봤는데

너무 예쁜거야. 네가. 

그와중에도 너무 예뻐서, 너무 아까워서, 

너무...한번만 보고싶어서,

자꾸 눈물이 났지 뭐야.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도 예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줘서

엄마 아빠 맘에 짐을 아주 조금은 덜어줘서 고마워. 

우리 연우가 일부러 그런거지?

엄마 아빠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나 이렇게 편안하게 간다고 일부러 

예쁜 모습 보여준거지?

넌 언제나 나에게 좋은 것만 주던 아이였어. 

누군가는 너 때문에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방송을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너를 돌보느라 내 몸이 상하고, 내 맘이 상했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너무 많거든. 

너에게서 배운 감정들은, 너를 바라볼 때 느낄 수 있었던 

내 마음의 깊이는 두 번 다시,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이야. 

너와 나란히 누워있을 때, 네 손을 잡고 있을 때, 

네 볼을 감싸고 가만히 들여다볼 때,

그때마다 느꼈던 행복, 사랑, 기쁨들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었어. 

많이 사랑해. 오늘 엄마가 많이 울어서 미안해. 

너와 있었던 하루들을 곱씹다보면 

이렇게 자꾸 눈물이 터지지만

그건 슬퍼서가 아니라 그리워서야. 너도 알지?

사랑해. 많이 사랑하다. 마지막까지도 너무 예뻤던 우리 연우.

엄마가 많이 보고싶어. 


작가의 이전글 부치지 못하는 편지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