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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이영원하기를 Sep 15. 2022

부치지 못하는 편지 6

22년 9월 15일

연우 안녕?

아침엔 날씨가 좋을 것 같았는데 

오후가 되니 다시 우중충해졌어. 

엄마 맘처럼 날씨도 수시로 변하나봐. 

오늘 아침에는 우리 연우랑 있었던 하루하루로 만든

유튜브 영상을 다시 봤어. 

사실 네가 떠나고 한번도 유튜브 영상을 보지 못했는데

무슨 용기가 났는지 

오늘 아침에는 틀어보게 되더라. 

그냥, 

네가 보고싶었던 것 같아. 

살아 움직이는 네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 같아. 

물론 넌 그때도 움직이지 못했어서 

이렇게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말야. 

그래도 그냥 사진보다 조금 더 살아있는 느낌의 네가 보고싶었어.


우리 예쁜 연우. 

오랜만에 보니까 더 그립고 더 보고싶더라. 

근데 이상한 건 우리가 매일 지냈던 모습인데

그땐 너무 당연했던 모습인데 이제와서 보려니 

너무 낯선거있지. 

마치 내가 겪은 일이 아닌 것처럼. 

이게 우리가 맞나 싶고, 너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지더라고.

엄마 맘에 엄마가 스스로 놀랐어. 

우리 모습을 보면서도 남 일처럼 느껴진달까. 

이젠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서 당연한걸까. 

우리가 함께 있던 공간의 모습들, 

너와 함께일 때 들리던 기계소리들,

너를 위해 하던 나의 작은 노력들. 

다 너무 생소하게 느껴지더라. 

마치 내가 겪지 않은 것처럼. 

속상하고 서운했어. 

네가 떠난지 이제 겨우 4개월이 지났는데, 

벌써 우리 일이 이렇게 멀게 느껴지면 되는건가. 

언젠가 내가 다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무서웠어. 

물론 나는 너를 평생 잊지 못할거야. 

하지만 우리의 좋은 시간이 기억나지 않을까봐 두려워.

매일 느끼던 사랑과 행복이 떠오르는 대신

슬픔과 상처로만 떠올리게 될까봐.

누가 뭐래도 우리 연우는 

엄마의 소중한 기쁨이고 사랑인데.

엄마 스스로가 너를 슬프게만 기억할까봐. 

그러면 안되겠지? 이제 정말. 

며칠 전에 본 영화에서 그러더라구.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떠난 딸의 이름을 말할 날이 올거라고. 

고통의 과거가 아닌 기억의 단면으로 남을 거라고. 

정말이니?

네가 있는 그곳에는 우리보다 더오랜 시간 헤어져있는 사람들도 있잖아. 

혹시 들은 얘기는 없어?

내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엄마도 너를 떠올리며 더이상 울지 않을 날이 올까. 

네가 함께 해줬던 날들이 다 너무 예뻐서,

하나하나 정말 행복했어서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 같아. 

그래도 노력해볼게. 

우리 연우를 엄마의 눈물버튼으로 만들지 않게. 

연우는 사랑이니까. 연우는 나의 공주님이니까. 

연우는 엄마의 행복이었으니까. 

꼭 그렇게만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사랑해 우리 공주. 보고싶다 연우야. 오늘도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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