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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May 17. 2016

왜? 사냐고 묻거든...18

중년의 커피뽑기

아침마다 카페라떼를 사가는 의과대학 교수님이 계십니다.


이분은 댁에 커피머신이 있어서 자신이 직접 라떼나 카푸치노 같은 것을 내려드신다고 하네요.

오늘은 커피맛이 고소함이 줄고 쓴맛이 강해 졌다고 조언하고 가셨습니다.


사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머신포터필터에 커피원두가 좀 더 담기기도 하고 누를때 힘의 차이에 따라 미세하게 맛이 변하기도 합니다. 또 무엇보다 원두를 브랜딩하고 볶는 과정에서 맛이 변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 차이를 잘 모르십니다.

그러나 저는 커피원두가 글라인더를 통해 갈려 나올 때 나는 냄새를 맡으면 어느날은 고소한 냄새가 강하고 어느날은 쓴향이 강할 때가 있습니다.

고소함이 강할 때 우리집 커피는 제일 맛 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 가운데 이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카페라떼 교수님은 아신 것이죠.

가시면서 "미안하다고 제가 이 정도는 모른척 넘어가야 하는데..." 라며 가셨지만 다시 한번 커피를 내리는 내 자신을 반성해 봤습니다.


전자동 그라인더나 커피머신이 아니기에 더 주의를 기우렸어야 했습니다.

처음 커피를 시작했을 때 늘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이

"먹는 것으로 장난하지 말자!"였습니다.


그러나 주문이 밀려 바쁘다는 핑계와 어차피 우유나 시럽에 감추어 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떨때는 대충 했던적이 있었던 적이 사실입니다.                     


1500원 짜리 커피에. 2500원 짜리 카페라떼에 그것도 투샷을 넣어 주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바랄 것이면 4-5천원 짜리에 가거나 드립커피를  마셔야지! 라 생각 할 수 있습니다.


늘 한결같이 변함없음의 마음이 사라지려 할 때 교수님의 한 마디가 정신이 번쩍나게 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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