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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Jun 06. 2016

왜? 사냐고 묻거든...31

중년의 커피뽑기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나이가 70이다 보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종 종 말씀하셨는데 아들인 저는 한귀로 듣고 흘려 보냈습니다.


언제까지고 건강하실것이라고 생각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일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쩔땐 가계에 나오셔서 이것 저것 챙겨주시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어머님 뜻대로 하길 바라시는 마음과 아들의 마음이 부딪혀 불편하기도 했는데...


카페의 음악이 너무 애들노래같다 클래식 한것으로 바꿔라. 지저분하게 이게 뭐냐. 메뉴에 없어도 만들어 주면되지. 장사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다. 애들 그렇게 키우지마라. 등등등


매 번 하시는 잔소리에 50이 다된 아들은 마음속으로

"그래 그렇게 뜰리지 않으면 어머님 말씀대로하자!

앞에서 네 하고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면되지"

라 굳게 마음 먹었드랬습니다.


매번 저녁 싸다 주시는것도 한번쯤 걸러도 되는데

꼭 꼭 싸다 주시고 옆집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박스를 쌓으면 가서 따지시고 그것도 않되면 저 대신 싸우셨습니다. 전 자칭 평화주의자라서 남에게 되도록이면 싫은말하기 싫고 내가 참자 이지만 어머님은 어쩔때는 투사처럼 절대 물러서지 않고

싸워 이기셨습니다.


왜? 그렇게 까지 해야하지?


좋은게 좋은거라고 대충 넘어가지 란 저의 생각과 늘 부딪쳐 어쩔뗀 말 대답을 하며 논리적으로 어머님을 이겨보려 했지만 살수록 그건 불가능 하단걸 깨닫게 되었죠.


나이가 들어가며 저에게서도 어머님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자식 챙기는 것에는 자타공인 1등 엄마의 모습이...


어지러워 층계에서 그만 털썩 주저앉다 양쪽 복숭아뼈가 골절되고 말았습니다.


병원에서도 집에 심어놓은 상추며 푸성기들과 화분에 물주라 하시고 가계 매상과 아들밥걱정으로 폭풍잔소리를 하십니다.


냉장고 두번째 칸에 사과 있는거 애들 갔다 먹이고

피곤하니까 저녁에 꿀물과 꽃가루 한수저 먹고

창고 정리하고 이층에 물이 세는데 설비불러 고치게 전화번호부 갖고 오고...


어제 둘째딸과 빈집에 들러 채소와 화분에 물주며

"할머니 돌아가시면 이 집에서 살까?"

"주택이 편하긴 하죠. 근데 왜 그런말을 하세요.

이상해요."


딸의 말처럼 아직은 이상한 말이지만 그 이상한 일이

실제로 언젠간 일어나겠죠.


작년 이모부께서 백혈병으로 돌아가실 때

사촌동생녀석의 모습을보며 우린 아직이다 생각했는데 이제 그 걸음이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양쪽발에 깁스를 하고 아가처럼 두다리를 쭉 뻗고 앉아

계신 어머님을 보며 마음에 돌 하나를 올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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