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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Jun 18. 2016

왜? 사냐고 묻거든35

중년의 커피뽑기

손님들 가운데 부모와 자식이 함께 오는 경우에는 주문할 때 엄마는 아메리카노 자식은 가격에 신경 않쓰고 스무디나 카라멜마키아또나 자기가 먹고 싶은것을 주문합니다.


부모님은 삶의 연륜이 있으셔서 세상의 쓴맛 단맛을 다보셔서 그런지 역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네요.


주문할때 자식한테 "넌 뭐 먹을 꺼야? 스무디요. 비싼것도먹네. 야 밥값이다. 엄마는 . 난 음!..."

그때 전 속으로 "아메리카노 시킬 꺼면서 뜸 드리시네요."

엄마 왈 "그냥 아메리카노 주세요.!"


사실 저도 그렇네요. 내 새끼 먹고 싶은것은 아깝지 않게 사주면서 정작 본인은 아끼고 또 아끼죠.


저희 가계앞에 시골에서 직접 기른 상추. 고추. 오이

뭐 이런거 길 바닥에서 파시는 아주머니들이 계시거든요. 근데 점심 시간되면 어떤분은 오뎅국물에 오백원짜리 호떡 하나로 점심을 때우시고

어떤분은 리어커에 국수며 찰밥 같은거 파시는 아주머니꺼 사드시는분이 계세요.


아주 가끔은 난전에서 물건 파시는 아주머니 가운데 진짜반가운 지인을 만나면 저희 가계로 오셔서 달달한 커피 달라 하시며 사 드시는 분도 계십니다.


계산할 때 "한잔에 삼천원인데 괜찮으세요?"

여쭈어보면 호탕하게 "내가 이런것도 못사먹나. 이것보다 더한것도 사먹을수 있다." 하시기도 하세요.


허세 같지만 사실 유리 너머로 파시는것 보면서

"저렇게 더운데서 밥도 않사먹고 돈 벌어서 누구 좋은일 시킬까?" 궁금 하기도 합니다.


단속 아저씨들한테 쿠사리 먹어가며 팔아서 모은 돈으로 자식 뒷바라지 하시겠죠.


그중 한분은 언어 장애가 있는지 말을 못하는분이 계세요.

안경도 아주 두꺼운걸 끼셨는데 어느날 보니 똑같이 생긴 아가씨가 옆에 있네요.

엄마가 말을 못하고 듣질 못하니 딸이 수화로 뭐라 뭐라 하는데 똑같이 안경도 두꺼운걸 끼고 모습이 똑같네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않되지만 엄마에게 흐르는 분위기와 모습까지 닮아 있더군요.

어쩔수 없는 가난의 모습이 유전된듯해 슬펐습니다.


제가 요즘 절실히 느끼는 것은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은 지났다."입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기 때문에 요즘같은 세상에 과연 내 자식들이 사람대접 받으며 살까 걱정입니다.


둘째딸이 언니에게 성년의 날 선물을 하며 편지를 했는데 "언니 우리 꼭 외국나가 살자!"

라 썼더군요.


그래. 가라 가!


미련없이...


그러나 언어며 기술이며 잘 준비해 가라.

이 땅에 희망이 없어 갔는데 그곳에서 개고생하면 그게 뭐냐!


아빠는 너희 나이때 용기가 없어 못갔다.


그리고 자리 잡거던 동생이든 언니든 누나든 끌어줘라. 너 혼자의 노력으로 된게 아니니

꼭 긍휼한 마음으로 살거라.


밑줄 쫙! 돼지꼬리 땡냐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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