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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May 02. 2016

왜 ? 사냐고 묻거든4...

중년의 커피 뽑기

어머님이 아프십니다.

워낙 나이에 비해 젊고 꼬장꼬장 하신데다가 누구보다 깔끔한 성격에 무엇보다 사람과 밀고 댕기기를 잘하시는 그런 어머님이 이제 70세가 되셨습니다.

매일 가계에 나와 저녁을 챙겨주시고 바쁠때면 커피도 뽑을 줄 아십니다. 중년의 나이에 아내가 아닌 어머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고 산다니...쩝!

어머님은 "아침도 부실하게 먹고 나올텐데 저녁이라도 잘먹어야지!"하시며 고집을 피우십니다.

누구에게나 부모님은 각별합니다.

특히 어머님은 더 각별하죠. 저는 이 나이에 집도 절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모아놓은 돈은 더군다나 없습니다.

집 없이 사택에서 살다 나오니 아이들과 당장 들어가 살 집이 없었습니다. 그런 자식을 위해 어머님은 본인의 노후자금을 기꺼이 내 놓으셨습니다.

가계를 얻고 꾸미는데 지출된 모든 돈이 어머님의 노후 자금입니다. 우리집은 월래 아버님이 군인공무원으로 오랜시간 근무하셨고 제대후 군관련 연구소에서 계시다 정권이 바뀌면서 내 몰려 이곳 원주로 오게 됐습니다.

살길이 막막해 지자 아버님은 아버님데로 어머님은 어머님데로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특히 어머님은 거의 맨손으로 직접 부딪쳐 장사를 시작해 지금은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을 정도까지 모으셨습니다. 그때 장사가 너무 잘되서 한 주에 물건을 하러 두번이나 서울에 올라 가실 정도셨습니다. 그렇게 밤잠 않자고 동대문 남대문 뛰어 다니시며 참 열심히 사셨습니다. 그 돈으로 공부했고 그돈으로 지금 커피가계를 차렸습니다.

 복이 많습니다. 자식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을 두었으니 말이죠.

산을 왜오르냐고 물으면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대답 한다고. 산이 있을 뗀 잘 모르지만 없으면 너무 허전한 것처럼 부모님도 그런 존재십니다.

마치 작은 포트에 허브티를 담아 한번만 우려 먹으면 아깝듯이 맑은 물이 나올때까지 여러번 우려 먹어도 계속 내어주시는 분이 부모님이십니다.

도 부모가 되어 세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전 아침8시30분쯤 나와 저녁10시까지 특별한 일이 없다면 가계를 지킵니다.

혹여 자리를 비우면 손님들이 "사장님은 어디가셨어요?"라고 찾습니다.

13시간 가량 좁은 공간에서 커피뽑고 쉬고 밥해먹고.

처음 몇 번은 식사를 배달음식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오면 식사가 중단되고 먹으려면 불어 터지거나 다 식어버리기 일쑤여서 차라리 반찬을 해 오고 작은 전기밥통에 밥을 지어 먹습니다.

혹여 손님들 가운데 예민하신 분들이 밥짓는 냄새가 난다고 재밌어 하기도 하는데 사실 조심스럽습니다.

커피집에서 분식집냄새 날까봐서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환풍기틀고 가계문도 열고 나름 환기에 주의 합니다.

이 장사하고 힘든 또 한가지는 혼자 있을 때 화장실 가는 문제입니다. 중년이라 방광에 힘이 빠지는지 특히나 아침에 화장실문제로 힘드네요. 아기처럼 속으로 "싸면 않되 싸면 않되" 하지만 머신에서 커피 떨어지는것 보고 온수를 받다보면 방광이 더 느슨해 지는것 같아 괴롭습니다. 모든일에는 희생이 있기 마련입니다.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나름 아픔이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어딨겠습니까!

누군가의 피이자 눈물입니다.

어머님은 병원에 가셔서 진찰받고 약을 지어 오셨습니다. 젊어서 부부 갈등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귀에서 소리도 나고 눈뿌리도 아프다고 하십니다.

날씨가 꾸물꾸물 한게 카푸치노가 나갑니다.

제발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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