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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May 04. 2016

왜? 사냐고 묻거든...6

중년의 커피뽑기

우리집 커피가계의 메뉴는 대략 60-70가지가 넘습니다. 대부분 커피를 베이스로 시럽이나 우유를 첨가해 색다른 맛을 냅니다.

요즘같이 슬슬 더워지는 계절엔 에이드나 스무디가 나갑니다. (손님들 말로는 저희집 스무디가 맛있데요)

먹는장사는 손님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나오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다 맛있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어떨뗀 가슴을 짓누르지만 요즘같이 한 집 건너 한집이 커피전문인때는 새롭게 인테리어 시작하는 가계만 보여도 속으로

 "저기 또 카페 생기는거 아니야! 썅!"

경영에도 신경쓰랴 손님맞으랴 부족한물품 제때 받아야하고 청소다 집세다 아이들챙기랴

신경쓸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장사가 잘되서 이 모든것이 팽 팽 돌아가면 문제 없지만  

가끔은 밀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과부하가 걸려 짜증이 납니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오고 적응하랴 새로운 일 찾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 어머님께 짜증을 부렸나 봅니다.

그런 내 자신을 보고 핸드폰 일정표 알람에 "짜증내지 않기!" 라고 써 놓고 하루 하루를 살았드랬습니다.

작년에는 장사가 될만할 때 메르스가 터졌습니다.

대형병원앞에 있는 우리가계는 그때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제작년에는 세월호사고로 소비가 침체 됐습니다.

매년 하나씩 굶직한 일들이 생기다 보니 이건 뭐!

요즘은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미사일발사하고 경기까지 좋지 않으니 아 옛날이여 입니다.


우리집 커피가격은 전체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아메리카노 1500원 아이스가 1900원입니다.

손님들은 아이스 2000원 받으라고 하지만 1900원과 2000원이 주는 한 끝 차이가 크기에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입니다. (사실 2.000원 받을 용기가 없네요.)

무조건 싸다고 손님들이 몰리고 비싸다고 손님들이 외면 하는것이 아님을 알기에

우리는 어느곳보다 맛있는. 구수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저렴하게 판다는 자부심으로 일을 합니다.


만약 저렴한 커피로 승부를 걸려면 하루에 몇 잔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지는 잘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보통 이것저것 합쳐 100-200잔 팔기 어렵습니다.

어떤 가계는 하루에 6만원 찍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날이라 그랬다고 하지만 만일 거의 매일 매상이 그렇다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는 봉사하려고 장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한 결실이 없다면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커피는 비싼데 왜 손님이 많을까요?

세계적 메이커이기도 하고 스타벅스커피를 마셔야 내 가치가 높아진다는 착각? 그래서 어떤 사람은 스타벅스 로고가 잘 보이도록 앞으로 하고 컵을 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곳에 가야 맛볼수 있는 커피맛 때문일까요?

이국적 인테리어나 종업원들의 친절?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결과 스타벅스에는 고유한 문화가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것 말고도 내가 세계속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매장은 대한민국이 아닌 것 입니다.

마치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미국대사관이 이 땅에 있지만 그자체가 미국인것과 같다거나 할까요?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텀블러에 커피를 받아가는 손님 가운데 90%가

스타벅스텀블러를 사용합니다.

아이들이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은 이유가 디즈니랜드에만 가야 느끼고 볼수 있는 문화 때문이듯 말이죠.

어느 가계에서 잘 나가는 메뉴가 있다고 우리도 그것을 무작정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비교가 되어 손님이 외면 할 수도 있습니다.

수 많은 메뉴 가운데 우리집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메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집커피 원두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쓰고 탄맛을 선호하는 손님들은 약간 밍밍하다고 하기도 하지만 나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원두를 바꿀까도 생각해 보고 글라인더를 하나 더 놓고 손님들에게 선택하게 할까도 했는데 그냥 부드럽고 고소한 맛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제는 "이 집 커피 맛있다." 이야기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마치 중국집에 짜장면이 맛있으면 탕수육도 맛있듯이요.

커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대중적이기 때문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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