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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Feb 18. 2022

돈이 부족해도 구경할 건 구경하자는 마음으로

재즈클럽을 갔다 (18.10.09.)


식사를 마친 후에 우리는 환전을 하러 시가지 쪽으로 걸어갔다. 잘츠부르크에서 유로를 거의  소진한 , 우리에게는 현금이 거의 땡전   정도(정말로, 짤랑이는 동전 몇 개만 지갑에 남아있을 정도) 남아있었다. 경비를 너무 적게 예상했던 탓이다. 역시나 계획 짜는 데에 아주 허술한 우리 둘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코루나를 수수료 없이 환전할  있다는 곳을 찾아 J 체크카드에 남아있던 돈을 털어 환전을 무사히 하고, 드디어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관광이라고 해봤자 여기저기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는 것이었는데, 그게 바로 여행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인  같다. 낯선 곳을  없이 돌아다니며 나를 둘러싼  새로운 모든 풍경들을 만끽하는 .


길거리에는 체코의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고, 우리는 그게 무슨 사건들을 의미하는지 자세히는 몰랐지만 어쩐지 유심히 보게 되었다. 사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이끌었던 건 다양하고 신기한 모양의 캔디와 젤리, 초콜릿들을 파는 가게였다. ‘Captain Candy’라는 이름의 가게인데 나름 유명한 곳인지, 아니면 우리처럼 그저 지나다니다가 이끌려서 들어왔는지 가게 안에는 이미 관광객들이 무척 많았다.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오기도 했다. 나와 J는 너무 많이 먹지 않기 위해 적당히 조금만 골라 담았다. 사실 나는 조금 더 먹고 싶었지만 무엇보다도 돈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만 살 수밖에 없었다. 다음번에 또다시 여행을 온다면 이런 것에도 아낌없이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경비를 가져올 것이다. 대신 우리는 사진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여우가 못 먹는 포도를 보고 신포도일 것이라고 했듯, 보기에만 화려한 모양이지 실제 맛은 실망스러운 맛일 거라며 위안하며 나왔다.

걷다 보니 우리는 곧 광장에 다다르게 되었다. 프라하의 중심, 구시가지 광장이었다. 모든 광장이 그렇듯 버스킹 공연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한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었다. 성당과 교회, 화약탑, 천문시계- 화려한 건물들로 둘러싸인 광장에서 J와 손을 잡고 아름다운 연주를 그저 그냥 듣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 너무도 비현실적이었다. 꿈만 같은 장면인데, 그 광장의 많은 사람들이 또 같은 그 황홀한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보더라도 돈을 넣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유럽에서는 그 마음이 참 쉽게 열린다. 내가 이 감동을 그냥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그리고  날의 피날레는 단연 ‘재즈 클럽이었다. 우리   여행할 때만큼은 즉흥적인 성향이어서 가능했던 일정이었다. 지나가다가 음악이 흘러나오는 반지하 창을 발견했는데, 우리는  앞에서 음악을 한참 듣다가 결국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사실  혼자였다면 한국에서도 가보지 않은 재즈클럽이라 낯선 이국에서는 더더욱 재즈 클럽을 들어갈 생각을  했을 텐데, J 함께 있어서 무조건 즐거울  같았다. 생각보다 입장료가  편이기도 했다. 우리는  열 시부터 열두 시까지 거의 재즈 공연이 끝날 때까지 신나게 공연을 즐겼다. 어두컴컴한 재즈클럽 안은 적당히 좌석이 차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맥주 한두 잔씩 천천히 마시며 공연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그중 동양인은 나와 J  사람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분위기에 쉽게 녹아들었다. 처음이었기에 낯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을 텐데도 이상하게 그리 편안할 수가 없었다. 지나칠 수 없었던 그 재즈클럽은 정말로 지나치지 않아서 잘한 결정이었다. 재즈 클럽에서 나와 숙소로 걸어갈 때는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일일 가이드 투어를 따라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껏 들떠있었다.

재즈클럽 앞에 선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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