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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Mar 27. 2022

가이드 투어 시작 전부터 기분이 상했었는데…

프라하 일일 가이드 투어-1(18.10.10.)

로마에서 가이드 투어를 해보고 무척 좋았다는 J 말을 듣고, 프라하에서도 하루 정도 가이드 투어를 예약하기로 했다. 가이드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지만 너무 시끄러운 사람들과 팀이 되지 않기만 바라면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왔다. 이날 아침 공기는 약간 쌀쌀했고 도시 전체가 물안개 속에 갇혀있는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모임 장소는 ‘바츨라프 광장이었다. J 나는 재즈카페에서   때문에 추가로 환전을 하느라 모임 장소에 약간 급히 나가야 했다.  와중에 나는 늦더라도 커피를 마셔야겠어서 스타벅스에 들렀다. 출출함을 때우고 싶기도 해서 주문하는 김에 크로와상 하나도 함께 테이크 아웃했다. 테이크 아웃한 커피와 빵을 받은 뒤에 J 마음이 급했는지 나를 뒤에 두고 앞서서 빨리 걸어갔는데, 아무리 늦었다지만 많이 늦은 것도 아닌데 J 나를 너무 내팽개치고 빨리 걷는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조금 기분이 상한 채로 가이드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함께 일일투어를 하게  사람들은 다행히도 다들 예의 바르고 점잖은 사람들이었다. 특히 다행이었던  나와 J 포함해서 인원이 5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많을 때는 3-40명까지도  팀이 되어 다닌다고 했다. 인원이 적은 덕분에 여유롭고 조용하게 그리고 가이드와 대화도 많이 나누면서 투어   있었다. 가이드는 오디오 기기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이어폰으로 가이드 목소리를 들을  있는 기기였다. 마이크를 통해 말하거나  목소리로 말하곤 했던 가이드 투어만 다녀보았던 나에게는 이조차 신선했다. 물론 요즘의 모든 가이드 투어가  이런 기기를 사용하는  아닌  같았지만,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가이드 투어는 쾌적한 환경에서 이루어졌다.


 투어는 모임 장소였던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과 비슷한 모양과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고,  비슷한 역사적 의미까지 지닌다는 곳이었다. 가이드는 체코의 가슴 아픈 역사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체코에는 오스트리아 식민지배 하에서 투쟁했던 역사에 이어 우리나라보다  길고 치열했던 독재 정권으로부터 민주적인 국가가 되기까지의 피의 근현대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 공부를 하면서 순간순간 가슴 아프고 답답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짧게나마 체코의 역사 얘기를 들으면서도 공감되었다.  나라 국민들도 우리나라와 정서적으로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코의 역사에 대해 이제껏 전혀 알지 못했고, 지금이라고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일면이라도 가이드를 통해 듣게 되어 다행이었다. 몰랐더라면 프라하의 외면의 아름다움에만 취해서 돌아다니기만 했을 것인데, 우리나라처럼 식민 지배를 겪었고 독재정권과 투쟁했던 역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프라하를   다른 관점에서도   있었다.

바츨라프 광장

다음으로 향한 곳은 비셰흐라드 공원에 있는 국립묘지였다. 잘츠부르크에서 봤던 아기자기하고 작은 꽃들이 가득한 정원과도 같은 묘지는 아니었지만 이곳 또한 내가 알고 있던 묘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가이드는 여기서 알폰스 무하와 드보르작의 묘지와 그들의 생애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무하와 드보르작뿐만 아니라  묘지에 묻힌 이들은 모두 국가적으로 기억될만한 예술가들이라 했다. 다만 체코의 역사를 거의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으로서  만한 사람은 알폰스 무하와 드보르작 정도였기 때문에 가이드는  둘을 소개한 것이다. 사실 안다고 해도 이름만 들어봤을 정도이지만. 알폰스 무하는 예전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도 전시한 적이 있어서 내가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가인데 사실 체코 사람이었다는  기억하고 있진 못했다. 내가 그의 작품을 좋아했으면서도 체코의 국민 작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던  그의 생애를 듣고 나니  실례가 아닐  없었다. 무하는 예술가로서 나라에 자신의 작품과 자신의 삶을 모두 헌신했던 사람이기에 국립묘지에 이렇게 기억되었고, 체코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예술가이다. 나처럼 무하가 체코 사람인 건 모르더라도 무하의 작품은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었듯이. 드보르작 또한 무하에게 지지 않는 애국 예술가였다.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마치 안익태 같은 사람이라고 가이드는 덧붙였다. 


가이드는 감미로우면서도 어딘가 비장한 듯한 느낌의 드보르작 교향곡을 무선 수신기를 통해 들려주며 한동안 공원을 산책할 시간을 주었다. J 나는 그동안 돌아다니느라 마시지 못한 커피를 그제야 크로와상과 함께 즐길  있었다. 따뜻하게 데워서 들고 왔던 크로와상은 차갑게 식은 상태였지만 그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는 매우 출출했기 때문에 J 나에게 고마워했다. 사실 스타벅스에서 내가 빵을 주문할 때만 해도 ‘늦었는데 무슨 빵이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사 와서 다행이라고. 나도 J 아까 나를 두고 혼자 먼저  걸어가서 기분이 상했었지만 가이드 투어가 생각보다 유익하고 좋아서 기분이  풀렸다고 얘기했다. 화해한 우리는 뿌연 물안개가  블타바 강을 배경으로 기분 좋게 사진을 찍었다.

비셰흐라드에서 찍은 블타바강

비셰흐라드에서 내려온 뒤에는 무하 박물관을 관람했다. 무하의 국민적 애정과 세계적인 명성에 비하면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박물관인 데다가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이어서 그런지 작품이 많이 없기도 해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오히려 서울에서 봤던 무하전의 규모가 너무 커서 그때와 비교되었다. 30분도  되어서 관람이 끝났다. 그래도 가이드가 도슨트를 잘해주어서 많은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좋았다. 아마 가이드가 없었더라면 많이 아쉬운 전시였을 것이다. 가이드 덕분에 우리는 시청 건물에서 무하의 슬라브 민족 대서사시를 그린 대형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고 J 나는 여행 마지막   관람하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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