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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Apr 08. 2022

프라하 성에서 까를교의 야경까지

프라하 일일 가이드 투어-2(18.10.10.)

점심시간이  되어서는 구시가지 쪽으로 왔다. 전날 밤에  풍경과는  다른 한낮의 풍경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에 햇볕이 따사로웠다. 시간을 맞춰서 오면 천문시계에서 인형들이 나와서 깜찍한 공연을 하는 장면을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프라하에 나흘 동안 있으면서 한 번도  시간에 맞추지 못했다. 천문시계보다 보고 싶은 ,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굳이  장면을 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다. 우리는 가이드가 추천해준 구시가지 부근 음식점 중에 화덕피자집을 골랐다. 뭔들 맛이 없었을까 싶지만,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역시나 식사에서 맥주는 빼놓을  없었다. 유럽여행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주량이 약해서  많이 마시지 못한  제일 아쉬운 점일 것이다.


식사를  후에는 배가 부르긴 했지만 굴뚝 빵이라고 하는 ‘뜨로들로라는 빵을  먹어보고 싶어서 근처에서 사 먹었다. 식사 후에 모이기로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나는 기념품점에서 스카프가 눈에 띄어 구매를 했다. 부드러워서 재질이 괜찮은 것에 비해 가격이 나쁘지 않아서 엄마와 새언니 것까지 해서  종류의 스카프를 하나씩 골랐다. 황금색과 청록색, 회색을 샀는데 나는 황금색이 마음에 들어 곧바로  후부터 스카프를 여행 내내 하고 다녔다. (요즘도 즐겨 매는 스카프다.)

프라하성 앞에서

점심식사 후, 우리는 투어 팀과 함께 프라하의 백미,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프라하 성은 성당 중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비투스 대성당을 포함한 아주  규모의 영지 내에 있다. 그전에 잘츠부르크 성을 봤지만 완전히 요새 같았던 잘츠부르크 성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건축양식부터 (잘은 모르지만) 전혀 달라 보였다. 우리는 성문 안쪽으로 들어온  카메라로  번에 담기 힘든 매우 뾰족한 고딕 양식의 전형인 성 비투스 대성당을 먼저 보게 되었다. 고딕 양식의 성당을 제대로 보는 것은 이번이  생애 처음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높이에 압도되는 듯했다. 조명이 없는  건물 속에서 햇빛을 품은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창들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창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역시나 가이드가 강조했던 무하의 ‘녹색의 창’이었다. 다른 창들은 유리그림의 특성상 색상 표현이 제한되어있고 윤곽선들이 직선으로 끊어지거나 잘게 쪼개지는 데에 반해 무하가 작업했다는 창은 그야말로 수채화와 다를  없이 윤곽선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이어져있고 색상의 그라데이션 표현까지도 완벽해 보였다.  비투스 성당에서 나온 후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하는   오래된 양식의 성당을 보았는데, 그곳은 고딕 양식 특유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없는 대신 천장화가 있었고 창이 훨씬 작았다. 건축양식이 그만큼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벽돌 무게를 지지하려면 아치형으로 지어야 했고 창을 크게   없었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그에 비하면 고딕 양식은 무척이나 건축학적으로 혁명적인 것이었고, 현대인인 나에게도 경외심을 일으킬 정도이니 당대 사람들에게는  건물 자체가 더욱이 신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프라하성 내부 - 무하의 녹색의 창

이어서 내부가 이제는 역사박물관으로 보관되고 있는 궁전과  키높이 만한 작은 기념품 상점과 가정집을 재현해놓은 곳을 구경하고 나니 온갖 진이  빠진 상태가 되었다. 솔직히 이때쯤 되니 사진 찍는 것도 힘들어서 그냥  보고 모든  스쳐지나 왔기 때문에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문을 나오니 넓게 펼쳐진 광장이 있었고 성벽 아래로는 건물 대부분이 일관되게 빨간 지붕으로 통일된 프라하의 전경이 보였다. 그리고  유명하다는 프라하성의 스타벅스가 전망의 명소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도 역시 가보고 싶긴 했지만 가이드가  옆의 카페가  조용하고 전망도 좋다고 하기에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J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타벅스 옆의 카페에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커피를 마시려고 왔지만 커피보다 싼 맥주 값에 놀라고, J와 나는 이번에도 역시 맥주를 한잔씩 주문했다. 나는 피곤한 상태에서 맥주를 마시면 더 이상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논알코올 맥주를 주문했다. 논알코올 맥주도 아름다운 프라하 전경을 보며 마시니 꿀맛이었다. 바람이 꽤 거세게 불어서 파라솔이 날아갈 뻔한 해프닝도 있었지만 날씨와 햇볕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낮은 건물들과 간혹 높은 건물이 있다면 성당이나 탑뿐인 유럽의 전경은 시야가 막히는 곳이 없어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뻥 뚫린 지평선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파트 단지와 높기만 하고 아름답지 않은 현대식 건물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유럽여행을 그리도 좋아하나 싶다.


프라하 성에서의 휴식시간이 끝나고 일행들이 다시 모인 , 가이드는  레넌 벽을 거쳐 카를교에서 오늘의 투어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라하 성이 워낙 넓어서 이쯤에서 투어를 마무리해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까를교를 건널 것도 제법 기대되었다. 프라하 성에서  레넌 벽까지 걸어가는 길도 운치 있었다. 차분히 감상하며 산책할  있도록 가이드가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틀어준 것도 한몫했다. 노을빛에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듯한 잔잔한 재즈였다.


 레넌 벽은 그라피티가 가득한 벽이었는데, 사실 예쁘거나 멋있다기보다는  의미와 시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벽이었다.  벽이 매일매일 새로운 그림과 글자들로 뒤덮여 항상 변화하는 벽이라는 점과 나도 뭔가 흔적을 남길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다. 내가 프라하를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레넌 벽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이번  프라하 여행에서는   앞에서 사진만 찍고 왔지만, 다음에  레넌  앞에 서게 된다면 나도  벽에  흔적을 남기고 싶을  같다.

2018년 10월 10일의 존레논벽

 레넌 벽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를 걸어 내려오니 까를교였다. 영어로는 찰스브릿지. 야경이 멋있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여행 오기  ‘꽃보다 할아버지’라는 프로그램에서  기억이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할 무렵은 해가 뉘엿뉘엿  무렵이었다. 하루 종일 가이드 투어를 함께  동행들 J 나를 제외한 3명과 가이드는 천천히 걸으며 여왕의 고해성사 내용을 왕에게 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여움을  찰스강으로 던져진 ‘ 네포묵신부의 얘기를 들었다. 까를교에  신부님의 동상과 조각이 있는데 그곳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가이드는  소원을 빌기 위해  네포묵 신부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까를교에 오기 전부터  번씩 강조했다. 가이드는 이렇게 그곳에서 빌었던 ‘프라하에서 살게 해 달라’는 자신의 소원도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덕분에   가까이 지나 여행기를 쓰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듯싶다. ( 여행기를 묵혀둔지 벌써 3년이 넘었다니… 그게 더 놀랍고, 이 글을 다시 읽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아무튼 나는 가이드가 말한 소원을 비는 방법대로 조각 아래쪽에 새겨진 동판화, 신부님 부분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었다. 소원을   있는 장소는  한 군데 있었는데 그곳은 얀 네포묵 신부가 던져진 바로  자리였다. 그곳은 조각상 대신 작은 판화만 있었고 발밑에 작은 금색 못이 박혀있었다.  금색 못이 박혀있는 자리가 신부님이 던져진  자리를 표시한 것이라 한다. 가이드는 그곳에 발을 얹고, 손은 다리 난간에 있는 십자가에 얹으며 소원을 빌어야 한다고 했다. 조금  빌었던 것과 다른 소원을 말하면  되고 같은 소원을 빌어야 한다기에 같은 소원을 빌었다. J 함께 이런 여행을 다시   있게 되기를 빌었다. 진심  의심 반으로 빌었던  소원은 거짓말처럼 1  정말로 이루어졌다. 과연 영험한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소원을 빌러 가고 싶다. 이제는 무슨 소원을 빌지   오랫동안 고민해보고

까를교에서 얀네포묵 신부님께 소원을 비는 J


까를교를 모두 건너자 우리가 보았던 프라하 성이  건너편 제일 높은 곳에 보였다. 프라하 성과 블타바 강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가이드 투어는 마무리되었다. J 나는 그곳에서 해가 지기 까지를 기다리며 야경을 감상할까 했지만 너무 지치고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곧바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까를교 쪽으로 내려오며 가이드가 추천한 음식점이었는데, 필스너 우르켈이 관리가 매우   매장이며 립아이가 무척 맛있다는 곳이었다.


과연 레스토랑은 기대 이상이었다. 립아이와 맥주가 천상의 궁합이었고, 이제껏 마셨던 필스너 중에 가장 맛있었다. 안주는 립아이 하나였지만 J  둘이 먹기에는  적당한 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약간 모자랐는지도 모르겠다. J 나는 접시에 양념하나 남지 않게 싹싹 긁어먹었으니. 그래도 메뉴 하나를  주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것만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나중에 직원이 계산하러 왔을  직원이 ‘맛있게 먹었어?’하고 물어보는데 눈빛으로 접시를 확인하고는 대답 안 해도 알겠다는 듯이 웃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하루 동안 가이드 투어를 다니며 지친 몸이 모두 회복된 듯한 느낌이었다.


J와 나는 숙소로 돌아가기 전, 까를교의 야경을 눈에 담기 위해 다시 까를교로 향했다. 과연 야경 명소답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까를교를 건너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 중간중간에 버스킹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낭만을 더해주었다. 까를교 야경이 더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다리에서 주변으로 보이는 풍경뿐만 아니라 다리를 건너며 느끼는 풍족해지는 마음까지 더해져 다가오는 감상인 것 같았다. 그리고 옆에서 함께 그 감상을 나누고 그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과의 교감까지. 만약 내 옆에 손을 잡고 걷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 아름다운 순간에 나 혼자라는 것이 뼈아프게 외롭지 않았을까. 아니 때론 그 아름다운 곳을 오롯이 홀로 만끽하는 순간도 함께하는 것만큼이나 좋을 듯싶다. 어떤 형태로든 그곳에 있으면 그저 그 낭만적인 풍경에 녹아들어 취할 것 같은 밤이었다.

까를교를 담은 야경 - 내 폰 카메라가 제대로 담지 못해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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