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구리 Jun 21. 2023

Ep 8. 우리의 대화에도 해장이 언제나 필요하다.

안동 국밥

전날의 술기운으로 거북한 속을 풀기 위해 먹는 국을 우리는 해장국이라고 말한다. 해장국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뼈해장국" 돼지의 뼈를 넣고 끓인 해장국이 있고, 선지를 넣고 끓인 "선지해장국", 콩나물을 넣고 끓인 "콩나물 해장국" 등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돼지국밥 그리고 각 지역의 이름을 딴 안동국밥 등 접두를 무엇을 붙이느냐에 따라 비슷한 메뉴들이 즐비하다.


숙취해소에 좋은 것은 콩나물과 황태, 이전에도 콩나물과 황태는 숙취해소, 즉 알코올을 분해하기에 아주 좋은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도록 수분과 당분 그리고 전해질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밥의 적절한 소금간과 국물은 숙취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지난 술기운을 해소하기 위해? 아니 다시 알코올의 농도를 축적하기 위해 안동국밥을 먹는다. 이로 인해 다시 쌓인 숙취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풀려가는 숙취는 감정으로 쌓여가고 대신 우리는 감정의 해소를 위해 핑계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말한다.

"앞으로는 서로의 모든 감정의 해우소는 이곳이야."

"서로에게 속상한 일, 서운한 일 그리고 한편으론 좋았던 일. 늘 언제나 솔직하게 말해줘."


서로? 아쉬웠던 이야기와 서운했던 사건들 그리고 한편으론 좋았던 마음에 담았던 이야기를 서로 나눈다. 하지만 남자는 늘 그 자리에선 많은 말을 하지 못한다. 마치 국물 위에 앉아 있는 콩나물처럼 꼬리가 긴 이야기만을 뱉어 낸다.


남: "나는 모든 것이 다 좋아. 싫은 건 없어."

여: "나중은 없다. 지금 여기서 모든 걸 뱉어내."


짠맛을 담당하는 남자는 아주 끝까지 남아서 입안을 맴돈다. 한편 단맛을 담당하는 여자는 짠 기운을 어떻게든 무마한다. 우리가 해장국을 먹는 이유 중에 하나인 단짠. 결국 국물만이 남아 최소한의 감정을 해소한다.


감정의 해소,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는 전혀 해소되지 않은 듯한 단맛과 짠맛의 사이의 남은 국물에는 아주 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흔히들 말한다. 해장국은 달고 짜기에 좋지 않다고 한다. 또 숙취는 충분한 알코올 분해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분과 당분이 공급되어 최소한의 숙취가 해소가 된다.


이로써 명확하게 답이 내려진다. 남자의 짠맛은 어떠한 것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순히 맛을 위해 "단짠단짠" 할 뿐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매일 해장국을 먹는 이유는 남자 때문 일 확률이 높다. 이렇든 어떠하리. 맛을 위해 존재하는 짠맛도 필요하지 않을까?


때문에 우리의 관계는 늘 즐겁다. 어찌 보면 적절한 자극, 단맛의 조화를 이루는 짠맛, 그리고 국물이 우리는 지키지 않는가?


단맛과 짠맛이 공존하는 국밥. 어떻게든 해소가 가능한 안동국밥


그 남자의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너무 짜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너의 모든 것이 다 좋아. 싫은 건 없어의 모든 진실

'단짠, 가장 중독성 있고,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맛, 생존에 꼭 필요한 염분과 탄수화물의 단 맛' "다시 말해 너무 좋아해. 그래서 싫은 건 없어."





매거진의 이전글 Ep11. 낭만과 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