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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낭만과 현실
비포선셋: 7호선 타고 가다 내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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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리
Aug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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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물감
다리아래 거먼 물을 보며, 마치 기름처럼 덧입혀진 아니 유화물감으로 덧칠한 것처럼 아름다운 밤이었다.
한강을 건널 일이 없다. 나는 한강 이북에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이하로 내려갈 일은 거의 없다. 가끔 외근이 있으면 다리를 건넌다. 그마저도 5호선이나 분당선을 탔더라면 다리를 못 봤을 것이다. 아주 흔하지만 건널 일 없는 다리는 아주 아름다웠다.
그날은 오래간만에 양재로 아침부터 외근을 나섰다. 사람이 아주 많았다. 어리숙한 한강 이남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시끌벅적한 시간은 오랫동안 잔상에 남았고, 꽤나 지루했다.
기나긴 외근이 끝나고 가볍게 삼삼오오 맥주를 마시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무렇게나 그냥 퇴근길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말했다.
"뒤에 봐요. 다리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
해가 지기 전의 한강 다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는 말했다.
"내릴래?
"
그리고 해는 이미 펼쳐진 책의 날개가 접히듯 지평선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네 캔 맥주는 만원이었고, 여덟 캔에는 2만 원이었다.
그냥 아무 일 없는 그날의 기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자고 일어난 한강은 좀 어지럽더라.
얼마를 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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