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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리 May 24. 2020

Ep7 결국 그렇게 돼버렸다.

#7 Cheat

속이다

거짓이나 꾀에 넘어가다.

(자신 혹은 남을) 정수가 아닌 함정수에 빠트리다.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일까?

고급 재료가 잔뜩 들어가서 맛있지만, 비싸서 자주 먹을 수 없는 음식 또는 고급 재료가 아닐지 언정 좋아하는 감칠맛이 나 가격이 적당한 음식, 그렇듯 맛있는 음식이라고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다. 그 날의 컨디션, 날씨, 느낌 등 모든 것이 맛을 좌우한다. 결론은 취향이라는 게 존재하고 막연하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회사에 다니는 A 씨와 일당들은 떡볶이를 아주 좋아한다. 점심시간 10분 전, 부랴부랴 밖으로 나간다. 배달시킨 떡볶이를 가지러 간다.


가을이 온 것 마냥 빨갛게 물든 떡볶이는 이미 추수를 맞은 지 오래다. 언제부턴지 비엔나 열매와 치즈 열매를 거두고는 빨갛게 물들었다.


A와 작당들은 감사 기도를 올리고는 금세 겨울을 안겨주었다. 흰 플라스틱 바닥이 보일 때쯤은 그들의 데이를 마무리하는 쿨피스를 한 모금 들이켰다. 떡볶이 월례행사? 데이가 끝나고는 주변 정리를 시작한다.


모두에게 존재하는 음식 월례행사 존재한다. 그리고 행사를 거행하는 멤버는 다르게 구성된다. 그중 가장 흔하게 치킨을 먹기 위한 작당 모임이 가장 많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B 씨와 작당들의 OO데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다. 왜냐하면 나는 B 씨와 작당했기 때문이다.


우린 2주 혹은 4주 텀으로 국밥을 먹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국밥 주간이 돌아왔다. 여태 먹었던 국밥집과 그 날의 기분에 맞춰서 어디로 갈지 정한다.


첫 번째 후보

회현역 2번 출구 순대국밥, 이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상호명을 알게 되었다. 국물보다 건더기가 많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어도 남을 만큼 많다.

 두 번째 후보

회현역 1번 출구 아바이 순국, 신기하게도 김치 순대, 카레 순국을 판다. 물론 먹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당면이 들어가 있다.


두 후보군 다 파란색 노선 앞에 있고,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갈 곳을 정한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였다. 오늘은 뭔가 깔끔하고 담백한 국밥을 먹고 싶었고, 두 후보군 모두 오늘의 국밥 지수 p=0.05 미만으로 유의하지 않은 확률로 기각되었다.


오늘의 픽은 충무로였다. 우리 작당에게 교통의 이점과 그리고 담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충무로. 이름하여 토종순대


붉그스름한 다데기의 맛이 꽤나 좋았고, 그리고 담백했다. 빠르게 먹고 후퇴하기 좋은 교통의 이점 또한 매력적이었다.

 

가볍게 세 그릇을 주문했다. 각자 입 맛에 맞게 들깨가루와 새우젓을 가미하여 한 입 대차게 먹었다. 주를 한 병 시켜 한 잔씩 나누었다.


든든하게 각자의 뚝배기를 마주한 세 작당의 남은 음식의 형태는 모두 달랐다.


자 다시 먹기 전으로 돌아가보자

자보가아돌 로으전 기먹 시다 자


국 앞에 앉은 세명의 작당. 각기 앞 놓여진 뚝배기를 마주하고, 첫 번째 사람은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보고 짭짤한지 밥을 말았다. 두 번째 다른 사람은 싱거운지 새우젓을 넣고 간을 맞추고는 밥에 건더기를 끼얹어 같이 먹었다. 마지막 사람은 건더기는 내버려둔 채 국물에 밥을 같이 먹는다.


옛날 옛적, 유비 관우 장비가 만나 도원결의를 맺을 당시 그들은 국밥 비스무리한 걸 먹었을 것이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국밥의 달콤함, 국이 아닌 국밥이 될 수밖에 없는 탄수화물의 유혹, 건더기와 국물만 먹은 자들은 자신 있게 공깃밥을 비우고 외친다. 


공깃밥 하나 더 주세요.


가장 욕심 많았던 장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마 남지 않은 국물을 홀짝 마신다.


깊은 고뇌에 빠진다.


무언가 결단한 듯 자신감 있게 손을 든다.


저기요. 순대국 한 그릇 더 주세요.


결국 그렇게 돼버렸다. 모두가  뚝배기를 먹었다. 밥 만 더 시켰을 뿐이다.


 례행사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소주 한 잔은 달콤했다.

해당 사진과 가게와는 달라요. 그래서 다시 갈 명분이 생겨서 기뻐요.


#모든 이야기는 순대국을 두 그릇 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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