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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리 Mar 09. 2019

산 정복기 - 관악산

서울대 학생인척

서울에 산지 어연 2년째.

나에겐 할 일 없는 주말이란 없었다. 뭐든 해야 하는 강박이 존재한다. (그로 인해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핑계는 치우고, 큰 숨을 내쉬고 그간 미뤄왔던 등산을 가보기로 했다. 난관은 아침부터 찾아왔다. 어젯밤 술을 늦게까지 먹은 것도 모자라 밤 새 게임을 하며 일요일이 오는 것을 거부하였다. 뭐 어쨌든 아침은 오더라.


일요일 아침, 늦게 잔 것치고? 아니 아침 일찍 자고 일어나 등산 갈 준비를 하였다. 뭘 챙겨야 할까?

일단 가방을 집어 본다. 눈에 보이는 백팩을 집어 들고, 정리되지 않은 가방 속엔 책더미가 잔뜩.


챙겨야 할 것들

손수건, 물, 경량 외투, 장갑, 휴대용 배터리, 휴지 등등


사실 나가기 바빴다. 추위에서 버티기 위해 입고 간 외투 외에는 텅 빈 가방을 들고 출발했다.

다행히 이어폰은 챙겨서 심심하지 않게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에 내려서는 일단 물 한 병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다. 가방 양쪽이 심심하지 않게 물 두 병을 집어 들었다. 자연스레 빈 가방을 채웠다. 그리고는 버스 정류장으로!

서울대 공학관을 통해 연주대로 오르는 길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 오르기엔 적당했지만,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웠다. 산에서 언제나 급하게 오르다 엎어지면 산신령이 노하신다고 어떤 어르신이 말해준 게 기억이 나서 살금살금 얼지 않은 돌을 밟아가며 산을 올랐다.

반환점? 쯤 돼 보이는 곳부터는 빛이 닿아 눈이 다 녹아있었고 돌만 보이는 저쪽 길이 내가 가야 할 길? 맞다. 올라야 할 길이다. 낭떠러지같이 돌만 있는 길을 오르다 보면 약 15분이면 정상에 다다른다. 사실 쉬운 길도 있다. 해발 629m, 사실 별로 높지 않아 눈만 없으면 금방 올라갈 수 있겠지...

관악산 풍경, 2019

정상에 다다랐을 무렵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비석이 우뚝!! 모두들 기념사진을 찍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반환점에서 본 연주암을 보고 정상에는 연주대가 있다. 다 가보고 싶었지만, 해가 질 것 같은 느낌이... 일단 인스타용 사진을 몇 장 찍었을 때, 대장님은 하산 결정을 하였다. 오르며 본 주위의 장경은 눈부시게 멋졌다. 내려가기 싫었지만 추워서... 이만


서울대 공학관으로 올라 조금 다른 길로 내려왔지만, 결국 같은 길이었다. 노란색 길로 올라갈 땐, 눈이 덜 녹아서 조금 미끄러웠는데, 내려오는 주황색 길은 눈 따위는 없었다. 밧줄과 돌이 많을 뿐이다. 뭐 힘들진 않았지만, 괜히 악산이 아녔다는 생각을 하며 하산하였다.

내려가다 토끼바위. 2019

이제부터는 여행 일기장에 등산 일기도 써보려 한다. 그래서 등산을 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고, 나는 그러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등산에 왜 가는지 궁금했다. 앞으로도 혼자 혹은 같이 등산을 자주 가보려 한다.


등산을 가는 이유

저마다의 등산을 가는 목적이 있겠냐만, 나라고 뭐 특별하지는 않다. 처음에는 그냥 시간이 비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래서 올라갔다. 동네 뒷산 몇 번 올라가 봤다. 올라보니  알겠더라. 늘 불평, 불만, 고민 투성이인 나에게 생각할 틈도 힘들 틈도 무언가 탓할 만한 시간도 없었다. 그저 올랐다. 올라가며 주위를 쳐다 보고, 내려다보면 그냥 기분이 좋다. 그냥이라는 것도 산에 올라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 같다.

매 년 5번 정도의 산행을 하지만, 앞으로는 자주 가보려 한다. 그리고 산을 핑계로 나에게 투자하는 가치도 올랐다. 비싼 등산화, 옷 등등 하나씩 사서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얻었다. 그저 만족한다.

내려오며 찍은 연주대. 생각보다 높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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