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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지 못한 날

by 오구리

2006년, 어린 꿈을 이뤘던 그 밤.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해왔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월요일이 두렵지 않다. 첫 교생 실습을 나가는 터라 설렘 반 기대 반 부푼 꿈을 재울 수가 없었다.

밤을 꼴딱 세운 터라 피곤하지만, 선생님으로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웃음이 피어났다.

교단에 선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어린 학생들을 보면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다. 때론 장난을 치기도, 떠들기도 하는 학생들이 귀엽기도 했다. 와중에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더 이뻐 보였다.

이토록 새파란 하늘 아래 운동장에 누워 바라볼 때면 행복한 푸르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한 아이가 나에게 씩씩대며 질문을 했다. 말이 별로 없는 학생이었고, 처음으로 나에게 질문을 한 것이다. 속으로 생각을 했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겠다는 말이거나, 옆의 친구가 자꾸 딴짓을 한다고 일러바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외의 질문이었다. 아무리 풀어봐도 답을 찾지 못하겠다고, 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질문과 함께 수업 종이 울렸고, 학생들은 인사를 하고 쉬는 시간에 돌입했다. 질문을 한 학생에겐 잠시 따라오라 말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며 말했다.

"꼭 답을 찾지 않아도 돼. 오늘 찾지 못했다고 화내지 않아도 돼. 이렇게 꾸준히 노력하면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안된다면 포기해도 괜찮아."

선생님으로서 마지막 기억이었다. 교생실습이 끝난 후, 몇 번의 임용을 준비하였지만 수없이 낙방하였고, 영원할 것 만 같았던 어린 꿈은 손끝에 걸릴 듯 멀어지고 있었다.

2019년, 대학교 강의를 마치고 먼지가 자욱한 하늘 아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한 학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기억하시죠?"
사실 기억이 안 났지만 대답했다.
"아!!..."
"저 이 학교 다녀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
이제 기억이 새록 올라왔다. 학생은 철학과에 진학하였는지 '심리철학'이라는 책을 쥐고 있었다.

'내 덕분에 수학을 포기하였구나. 그래. 내려놓으면 편할 것을...'

학생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강의를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영원할 것 같던 그리운 마음들 수많은 바람들
내려놓으면 편할 것을.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은 포기도 하나의 답이었음을.

어린 꿈이 그저 어린 꿈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떠한 삶이든 그저 만족하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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