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밝아 만났다.
모든 빛이 세상을 밝게 한다.
어두워지는 순간 고개를 돌리고
문을 닫는다.
어두워진다 한들
다시 같은 자리에서 마주한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만
내일은 밤이 밝지 않다.
하지만 다시 찾아오겠지.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Routine
일요일 아침, 생전 울리지 않던 핸드폰이 매미처럼 울어댄다. 궁금하지 않은 척 썸네일을 확인하고, 언제 답장을 보낼까 고민을 한다. 적당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한 시간, 고작 4분 4초. 결국 읽어버렸다.
'잘 지내나요?'
잘 지내냐는 물음이 뜬금없이 느껴진 날이 오랜만이었다. 고작 하나의 메시지에 나는 3개의 응답을 전했다.
'잘 지내요.'
'진짜 오랜만이네요.'
'그쪽은 어때요?'
기다렸다는 듯이 답장이 왔다. 그 후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당장 내일이라도 만날 것처럼 우린 연락을 했다.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 나름 괜찮은 만남이 될 것 같은 배팅을 하였다. 스쳐지나 봤던 경복궁 야간개장의 광고가 떠올랐고, 그녀가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장마는 훌쩍 지났는데, 비가 오면 안 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기다렸던 하루가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최대한 속상하지 않은 척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오후에는 그친다고 하니까, 일단 기다려보고 비가 많이 오면 낙곱새 먹으러 갈래요?'
그녀는 모든 물음에 승낙하였고, 비가 와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너무 기뻤다. 기쁜 마음을 알았는지 비는 뚝 그쳤고, 우린 플랜 2를 계획하자마자 다시 집어넣었다.
플랜 1
오후 6시 - 경복궁역 3번 출구
만남과 동시 - 코피티암 커피
오후 8시 - 경복궁 야간 개장 입장
경복궁 야간개장의 입장 마감 시간은 9시였고, 퇴장 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비가 그쳐 날씨가 습했기 때문에 근처 시원한 커피집에서 이야기를 하는 플랜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다. 일단 모든 지식을 동원해 코피티암 커피에 대해 말했다. Kopitiam은 말레이시아 방언이라고 한다.
Kopi(커피) + tiam(가게)
말 그대로 커피가게였다. 그리고는 카야토스트가 맛있고, 물론 브런치 또는 디런치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사이드로 카야토스트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전에는 궁금하지 않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러다 보니 8시가 되었고, 자연스레 경복궁으로 몸은 향했다.
경복궁의 밤은 밝았다. 모든 조명들이 빛을 밝혔다. 흥례문은 우리를 반겼다. 흥례문의 빛이 얄미웠던 근정전은 더더욱 밝았다.
오늘 밤이 지나가면 모든 불을 잠식하고 문을 닫는다. 오늘이 한 여름날의 마지막 야간개장이었다. 가을이 오면 다시 야간개장을 한다고 한다. 날을 잘 잡아서 기뻤지만, 습한 날씨는 경회루까지 따라왔다.
10시 문턱에 이르자, 사람들은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휩쓸려 우리도 나갔다. 경복궁 근처에서 우리는 술을 마셨고, 가게는 시원했고, 우리는 4시 04분까지 술을 마셨다.
Not Found her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Routine
Information
영업시간: 09:00 ~ (평일) 23:00 (일요일) 22:50
메뉴: 코피티암 커피 외 음료, 카야토스트 외 디저트, 샐러드 메뉴
#모든 이야기는 해당 장소를 방문한 것 외에는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