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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단상]왜 한 시간째 안 자는 거야

- 잠이 안 드니까요.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요.

by 쿨자몽에이드

지금도 젊다면 젊지만, 더 젊었던 시절 나는 길고 긴 불면의 밤을 보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잠이 안 오는데 억지로 자야 할 때의 고통을.

자야만 하는데도 잠이 들지 않을 때의 고통을.

자려고 노력하다 결국 날이 밝았을 때 드는 안도감과 좌절감까지도.


우리 아기는 아직 0살이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왜 아기를 두고 나이가 아니라 개월로 얘기하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태어나서 만 1년이 될 때까지는 0살이라서 개월수로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우리 아기는 잘 자는 편이다. 물론 한참 재워야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잘 시간이 되면 잘 잠든다.


그런데 오늘은 1시간 동안 자지 않는 거다. 0살이 무슨 경치 볼 게 있는지 계속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하염없이 내다보고 또 자리를 옮겨 다른 쪽도 내다보다 1시간이 흘렀다!


남편이 수면담당인데 요즘따라 아기가 나를 찾으며 대성통곡을 해서 며칠 째 같이 재우러 간다.


솔직히 말해, 아이가 안 자면 부모는 쉴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해진다.


그래선지 남편이 한 시간째 안 잔다고 소리를 버럭 지르며 불평하는 것이다. 벌써 한 시간 째다! 이러면서.


그래서 대답했다. 이럴 수도 있지 아직 어린데?


나는 매일 아기의 스케줄을 다소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잘 시간이 언제쯤인지, 언제에는 안 졸린 거 같아도 재워줘야 할 때인지 예측가능하게 된다.


오늘은 유독 아기가 졸린 기색이 없긴 했다.

그런데 시간이 9시 30분을 향해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데이터상 아기는 분명 피곤하다. 그런데 잠이 안 드는 것인 거다. 피곤해죽겠는데 잠이 안 드는 고통을 아는 나는 아기가 오히려 측은했다.

물론 아기가 예전의 나처럼 불면증인 것은 아니지만 이러나저러나 잠 못 들어 힘든데, 엄마아빠가 도끼눈을 뜨고 안 잔다고 뭐라고 하면 아기는 얼마나 서러울까.


내 생각에 남편은 불면을 겪어본 적이 없어 잠이 안 드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또는 애를 자기 같은 어른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놀려고 안 잔다"라고 생각해서 괘씸히 여기는 것 같다


티브이보고 휴대폰 본다고 늦게까지 안 자는 애나 어른은 당연히 욕먹어 마땅하다. 그러나 0세 아기는 잠이 안 들뿐 안 잔다고 혼날 일이 아닌데.

어른도 잠 안 드는 데 장사 없는데, 0살 아기에게 무얼 바라는지.


어른도 그렇듯 아기에게도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라 생각한다. 계속 놀고 싶어 잠이 안 오는 날도 있고 너무 피곤해서 오히려 잠 안 드는 날도 있고 일찍 잠드는 날도 있고 사람은 다 똑같지 않나 싶다.


남편은 내게 아기의 마음과 상태를 이해하거나 헤아리지 못한다고 워낙 욕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요 며칠은 내 말에 수긍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내 말에 수긍하고 다시 아기에게 부드럽게 자자고 얘기하긴 했다.


내 오랜 불면의 고통이 이렇게 관대한 마음으로 승화될 줄 몰랐다.


시계가 9시 반을 가리키는 걸 보자마자 아기에게 엄한 목소리로 "이제는 자야 해"라고 말하고 눕혔다.


다행히 아기는 10분 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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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혹자는 수면교육을 해서 혼자 잘수있는 힘이 있으면 재워주지않아도 된다고한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혼자잘 수 있지만 잠 안드는 날은 어른인 나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면증이 아닌데도 그냥 잠 안드는 경험을 하지않나?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기 때문에 수면교육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혼자해야 할 일이 수 없이 많은데 태어나자마자 혼자 잠까지 자라고 하고싶지않아 누워서 자는 연습만 시켰고 잠 들때는 재워주는 편이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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