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터키어도 우리와 어순이 같고 '-은-는-이-가' '~습니다' 등의 조사나 어미가 발달한 알타이어 계통이다. 삼국시대 우리의 역사책에 돌궐이라는 나라로 등장하는 그들은, 계속 서쪽으로 이동해서 현재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인종과의 혼혈을 했고, 그리고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되었다.
흰피부, 갈색피부, 푸른눈, 검정눈, 금발, 흑발 여러 모습이 있지만 아무튼 아시안 보다는 백인의 모습과 더 가깝다.
여러가지를 공유하고 있다지만 이해할 수 없는게 전투문화(이것도 문화인가?)이다.
이스탄불에 도착하고 Big Apple Hostel이라는 곳에 짐을 풀었다.
운좋게도 터키에 오고나서 비트코인이 오르나 했더니, 그날은 엄청난 하락을 하던 날이다.
호텔 로비에서 노트북만 하염없이 바라보고있는데, 밖이 떠들석하다.
대여섯의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계속 공격하고 있었다.
아, 이건 뭔가. 비트코인도 난데 없이 하락하고, 내 마음도 심란한데 저들은 또 왜 그래.
둘이 영어로 말하는 걸로 봐서, 공격을 당하는 남자는 터키인이 아닌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지켜봐도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를 알 수가 없다.
서로 휴대폰을 들어보이며 뭐라뭐라 하다가, 터키인이 다른 남자를 가격했다.
당하는 남자도 몇 번 당하는가 싶더니, 자기도 폭력을 휘두르고
주변에 말리는 사람들도 별로 힘을 못쓰는 것 같다.
그 둘은 말하다, 치고받다, 또 말하다, 폭력... 이렇게 되더니
이번에는 말리던 사람까지 참여했다. 그도 이번엔 그 당하는 남자의 목덜미를 잡는 것이다.
1:2의 전투가 되고, 지켜보는 내 심장이 심쿵하다.
저러다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대체로 평소엔 친절한 터키인들이지만, 한번 싸움나면 목숨 포기했다는 듯 매우 과격해지는게 또 그들이다.
(터키인과 절대 휘말리지 않기)
그 장면을 본다면 한국인들의 전투는 양반놀음 같다.
그 목덜미 잡던 남자는 내가 묵던 호텔의 매니저였다.
혹시나 또 뭔일 날까,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다음날 매니저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어제의 일이 무슨일 때문이냐고 물었다.
터키인들은 불편한 주제로 대화하는 것에 그다지 깐깐하게 굴지 않는다.
그가 했던 말을 대략 내가 정리해서 재구성 하면 다음과 같다.
"그 사람은 알제리 사람이에요. 관광객인데 길가다가 어떤 여자를 발견했어요. 그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2시간이나 몰래 따라다녔나봐요. 그러다가 저 호텔에 들어가는 걸 보고 숙소를 확인한거죠. 그리고 그 호텔을 들어가서 매니저에게 여자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대요."
남자를 공격하던 터키인은 맞은편 호텔의 매니저였다.
"그럼 연락처 안가르쳐주면 되죠? 그걸로 저렇게 싸우는게 이상하네요."
그러자 그는 완전 어이상실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2시간이나 따라다녔고, 게다가 호텔 매니저에게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구요."
대체 내가 이상한건지,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상황이 있었던건지, 그들이 이상한 건지, 아무튼 목숨 거는 듯한 그들의 과격한 전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몇 년전 터키왔을 때 다른 사건이 생각났다.
그것은 내가 직접 관련된 일이다.
한 호텔 로비에서 일본인 친구 다키모토, 그날 합석한 터키인 이렇게 셋이 저녁을 먹었다.
터키인은 밖에 나가더니 맥주를 사들고 왔다.
다키모토는 난생 처음 맥주를 마셔봤다고 했다. 그의 얼굴을 시뻘게지더니, 알콜 기운에 흥건히 취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