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카파도키아
이스탄불에 있던 나는 갑작스런 결혼식의 초대에 바로 전날 비행편을 끊었다.
사실은 좀 귀찮은 마음도 있었다. 한국에서 이미 너무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터라, 이스탄불에서 계속 눌러앉을 생각이었다. 그래도 터키 결혼식 언제 가보나 여기저기 발품 팔면서 알아봤더니, 비행편이나 버스편이나 가격차이는 크지 않았다. 비행편이 버스보다 비싸봐야 100~150리라 (1~2만원) 정도이다.
그렇게해서 난 다음날 네브셰히르 공항에 도착해서 괴뢰매마을로 갔다. 결혼식 주최하는 곳이 여행사인지라 픽업버스도 무료로 탈 수 있었다. 작은 돈이긴 하나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것 같은 기분이 매우 좋은 것이다. 카파도키아는 지역이름으로 그 안에는 여러 도시들, 마을들이 있다. 가장 큰 도시가 네브셰히르이고 여기에 공항이 있다. 그리고 괴뢰매, 우르굽, 아바노스, 우치사르, 카이세르, 데린쿠유 등의 마을들이 있다. 괴뢰매의 관광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괴뢰매에 거주하는 것이 아닌 네브셰히르에서 출퇴근을 한다. 괴뢰매가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토박이 현지인들은 운좋은 호재를 만났던 듯 하다. 많은 이들이 관광업으로 돈 좀 벌었다고 한다.
그렇게해서 카파도키아 다음은 파묵칼레와 셀축을 다녀오고, 난 다시 방향을 틀었다. 다시 카파도키아의 강렬한 인상을 잊을 수 없어 좀 더 장기체류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코코케이브cococave라는 호텔과 인연이 닿아서, 이곳에서 둥지를 틀게 된다.
이 곳에 있기 전에는 카멜리야 호텔 kamelya에 있었는데 이곳에는 자원봉사하는 영국인이 무료 워킹투어를 제공한다. 괴뢰매 계곡을 트래킹하며 최종목적지인 우치사르 성까지 가는 것이다. 우치사르 성도 좋지만, 나는 지나가는 코스에서 마주치는 괴뢰매계곡의 숨어있는 보석을 주으러가는 기분이었다. 미세먼지도, 혼잡함이나 분주함도 없이 시원한 바람에 실려오는 공기가 상쾌하다. 그 동안의 걱정 근심도 다 쓸려가는 것 같다.
(좌) 사과나무, 야생으로 자란 사과가 떨어져 있는데 먹어보면 달고 맛있다.
(우) 호박밭. 저 호박을 주워와서 볶음면을 만들었다. 호텔 가족들에게 아시아 음식을 대접한다며 생전 처음 라면을 이용해서 볶음면을 해봤다. 면은 퉁퉁 불고, 호박은 딱딱하고 역시 처음 시도해보는 요리로 남을 대접하는게 아니었다.
(좌) 영국인 자원봉사자. 투어객들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옥스퍼드대 지리학과를 졸업했다던 그는 지리적 사실은 자신있게 설명하는 듯 하다. 투어객은 카자흐스탄 신혼부부, 브라질인, 러시아인, 나이다. 러시아인은 김치, 신라면 등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길래 알고보니 러시아 LG에서 일한다고 한다.
(좌) 괴뢰매 계곡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멋있게 찍으려도 하지만, 나에겐 사진을 다시 꺼내봤을 때 그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게 더 중요하다. 사진을 멋지게 예술처럼 잘 찍는 사람은 많으니 내가 그들은 따라잡을 수 없다. 대신 나의 사진은 여행지에서의 감동과 추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도록 각도를 잡는다. 그래서 나는 경치만 찍기 보다는 되도록 그때 함께 했던 사람의 모습을 함께 담는 것을 좋아한다.
아쉽다면 아쉬운 것이 스마트폰이 유행하고부터 사람들끼리의 대화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엔, 여행지를 가본 사람을 찾아서 정보를 교류하느라 정신 없이 대화했던 것이 기억난다. 주의할 점은 무엇이며, 그 곳에서의 이런저런 가격, 어떤 숙소가 좋은지, 교통편, 이런 것들은 꿀같은 정보이다. 여행 책자에 나와있는 지도 대로 찾아가도 길을 못찾아 발을 동동 구르며 길을 묻곤 했는데, 지금은 구글 지도로 깨끗이 해결된다. 사람들끼리 대화가 줄어서 그런지 요즘 서로 눈치보며 지나치게 조심하는 분위기인데, 가끔은 지루하고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좌) 괴뢰매 계곡
(우) 우치사르 마을. 우리나라 옛날에 있었던 솟대와 비슷한 것이 보인다.
(좌) 우치사르 마을
(우) 우치사르 마을
(좌) 우치사르 마을. 운치있는 골목길. 예전에 이곳에 많은 인구가 살았다고 한다.
(우) 우치사르 마을
(좌) 우치사르 성
(우) 우치사르 성 : 우치사르는 '은둔자의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에 기독교인 수도사들이 은둔했던 곳으로 성 안에는 동굴교회가 있다. 난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바깥을 배회하며 골목골목 멋진 사진을 찍었다.
보통 무료 워킹투어 free walking tour라고 해도 진짜 무료는 아니다. 막상 투어객이 모이면 시작하기 전에 팁을 말한다. 유럽인들은 이게 좀 익숙한지 먼저 말하지 않더라도 끝날때 쯤에 팁을 쥐어주기도 한다. 이번에도 팁을 말할까 아닐까 조마조마 하게 지켜보니,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기념품 가게를 데리고 가는 걸로 봐서 거기에서 좀 용돈을 챙기는 것 같다.
그렇게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