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우리 엄마는 언니랑 싸우는걸 혐오 차원으로 싫어하셨다. 나는 억울함에 활활 타오르건만, 엄마 눈엔 내가 너무 언니에게 쎄게 구는것 처럼 보였나보다. 인터넷도 없던 그시절, 뭐뭐가 아니다 맞다 이런거 가지고 자주 실랑이를 벌이기 마련이다.
"미국 가본 놈이랑 안가본 놈이랑 싸우면 안가본 놈이 이긴다더라!"
이러면서 엄마는 핀잔을 놓곤 하셨다.
대체 왜 안가본 놈이 이기는 거지? 그러고보니 안가본 사람은 '그걸 잘 아는 누구가 그러더라', 혹은 '내가 TV에서 봤는데 거기서 그러더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유투브를 보다가 인도는 위험하니 절대절대 네버네버 가지 말라는 영상을 주로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굳이 그 위험하다는 인도를 가는 사람들을 혼내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 듣고보니 그는 인도를 가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 부분에서 피식하지 않을 수 없다. 유투브를 보다 보면 인도가 위험한가 아닌가 이런 주제로 하는 방송들이 많다. 나도 인도를 몇 차례 다녔던 사람으로서 내 의견 한줄 얹어보면,
어딜 가든 조심해야 하는게 좋고, 인도라고 해서 특별할게 없다.
어느 나라를 가던지 캄캄한 한밤중에 다니는건 피해야 하는게 맞다. 우리나라가 치인이 좋은건 이미 유명해진 사실이다. 그런데 저개발국은 물론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들도 한국 같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유럽은 불법체류자들과 가난한 이민자들, 집시들 이런 무리들 때문에 범죄가 많다. 맥도날드에서 잠시 가방을 놓고 햄버거를 먹다가 가방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전철 안에서 누가 밀길래 보니 지갑이 없어졌다는 이야기, 야간 열차에서 눈 떠보니 귀중품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사실 방심해서 그렇지 자신이 주의만 한다면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도 15년 간 여행다녔지만 사소한 도난을 포함, 볌죄를 당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도난을 당했다면 공항에서이다. 캐리어 가방을 체크인하고 다시 찾아서 열어보니 한화 지폐가 없어졌던 일은 있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인도에서 한밤 중에 다닌 일을 많이 겪었다. 예상치 않게, 아니면 저렴한 교통편 때문에 그런 경우이다. 항상 바짝 긴장을 하며, 혹시라도 범죄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까 그런 것을 항상 미리 각본을 짜 놓는다. 목소리를 굵게 내며 쎈 척을 하던가, 아니면 지인과 통화를 하는 척 하며 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알리는 연기를 한다. 그리고 혹여 증거가 될만한 주변 상황을 사진 찍어놓기도 한다.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유연할 정도의 영어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아슬아슬 했던 것은 고아에서이다. 고아는 해변 시골마을이다. 가로등 같은게 번쩍번쩍 세워져 있다고 기대하면 안된다. 예상치 않은 길을 갔다가 아무것도 안보이는 깜깜한 어둠속을 수풀사이로 헤집고 갔을 때의 공포가 최고였다. 그리고 어디서 있는지도 모르는 사납게 짖어대는 개소리며, '이 미친 개에게 물려서 광견병이라도 걸리면....으어어어 @$ㅆ*%$$$%^% 고행을 하면 해탈을 한다던 힌두교였다, 이젠 해탈할 일만 남았나ㅠㅠ...'

아무튼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대체로 상식선이다. 그렇게 예상치 않은 해괴한 일들은 자주 벌어지지 않는다. 일반 상식선에서 조심해야할 메뉴얼들만 잘 숙지하고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밤중에 다니지 않기, 한적한 곳에 가지 않기, 낯선사람 무턱대고 따라가지 않기, 귀중품 조심하기,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돈 많은척 하지 않기, 할까 말까 애매한 것은 하지 않기 이런 것들이다.
할까 말까 애매한 것? 나의 경우는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다. 잠시의 즐거움 때문에 아주 작은 위험 확율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떄문이다. 교통편도 최대한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다. 특히 갈아탈 때 촉박하게 뛰어야 하는 것 등은 피한다.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위험해 보이는 곳은 남미였다. 실제로 몇 해 전에 볼리비아 국경근처 티티카카 호수에서 한인 대상 큰 범죄가 있었다. 나의 경우 실제 목격한 범죄 장면은 없지만, 그냥 산기슭에 빈촌이 모여있는 그 풍경 자체를 보는 것만 해도 으스스함에 신경이 쭈볏선다. 사실 인도의 장점이라 한다면 인구가 많다. 어딜가든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그래도 조금은 나아보인다. 그런데 남미 골목은 사람도 많이 없는 곳이 많다. 오래되서 험상궂게 낡아진 건물, 그 위에 마구잡이로 그려진 그래피티를 보는 것만 해도, 난 그 근처도 갈 수 없다. 길거리에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어두워지면 무얼할까?
칠레의 발파라이소라는 곳이 있다. 예술가 마을이라해서 가봤는데, 산기슭에 예쁜 골목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데 버스를 잘 못 탔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예쁜 골목이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버스에서 내려서 갈아타기로 했다.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 정거장을 찾느라 한참을 걸어야 하는데, 집은 많으나 다니는 사람이 없다. 300m 정도를 후들거리며 걸었는데, 그때의 공포가 선명하다. 산기슭에 그런대로 괜찮은 집들이 빼곡하게 모여있는데 왜 거기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렇게도 무섭고 으스스했는지. 그후로 난 다시 남미를 가지 않기로 했다.
혹시나 내 글로 인해서 인도를 마음 놓고 가는 일이 생길까 좀 염려도 되긴하다. 어쨌건,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전세계 어딜가든 안전이 최고, 조심은 철저히 하는게 최선일것이다.
[참고] 여성에게 여행하기 안전한 국가 vs 최악의 국가
출처= SafetyDetect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