께랄라, 암마 아쉬람
남녀 성차별이 있다고 알려져있는 인도에서, 한 가지 남녀평등인 것이 있다. 바로 힌두신이다. 힌두신은 남성, 여성 동등한 위치로 등장한다. 강력한 남성 신들은 항상 그의 아내 신이 항상 함께 자리한다. 유명한 힌두 여신이라 하면 죽음의 신 깔리, 풍요의 신 락슈미를 들 수 있다.
힌두교에서의 성자는 주로 남자들이다. 유명한 인물이 스리바바, 스리 오로빈도, 마하리쉬, 스와미 라마 등이 있다. 죽어서 환생을 믿는 힌두교에서는 이들을 태초의 신 비슈누의 환생이라고 믿는다. 비슈누는 끊임없이 환생하며, 혼란한 때 인간을 도우러 강림한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미륵사상으로 익숙하다.
인도에서 현재 살아있는 유명한 여성 힌두 성자가 있는데, 그 이름은 '암마amma'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힌두의 위대한 신, 그리고 사랑의 신인 크리슈나의 환생으로 추앙된다. 현재 인도 남부, 예로부터 부유한 지역 께랄라에서 대규모 아쉬람(수도원+요가명상 센터)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의 최남단 꼭지점에 있는 깐야꾸마리를 여행 후, 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코친까지 가야했다. 그런데 여행 책자를 보니 중간 지점에 '암마 아쉬람'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이 곳에서 며칠 있다 가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숙소비도 한화 4000~5000원 정도로 저렴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약을 받길래 예약을 하고, 그렇게 해서 난 코친으로 향하던 기차에서 내려 여성 구루가 있다는 곳을 향했다.
<암마 아쉬람>
https://www.amritapuri.org/ashram
<암마 공식사이트>
꼴람에서 내려, 중간에 택시도 타고, 버스도 몇번을 갈아타고 그렇게 해서 산넘고 물건너 암마 아쉬람에 도착을 했다. 버스 안에서 헝가리인 친구를 만났는데 그녀도 암마 아쉬람을 가는 길이었다. 암마 아쉬람에서 장기 체류중인 그녀가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빙글빙글 더 헤메다 갔을 것이다.
<동영상> 암아아쉬람의 일상
마침 아쉬람에서 점심시간이었다. 아쉬람 내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무료였다. 대규모로 펼쳐진 식당에서는 수학여행 온 인도인 아이들, 서양인 수행자들, 아이 데리고 온 관광객들, 한적한 시간을 보내려온 노인들, 지구세상 여기저기에서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그 법썩거리는 식당의 중심 무대에는 살아있는 신 암마가 있었다. 그녀는 다르샨Darshan이라는 의식을 수행중이었다. 다르샨이란 일종의 힌두 예배인데, 사람들 한명한명 축도를 해주는 의식이다. 그녀의 특별한 점은 사람들을 안아주며 축도하는데, 이것을 매일한다. 몇 시간 씩 진행되는 의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를 가지고 길게 줄을 만들어 앉아있다. 이 많은 사람들을 매일 같이 안아주며 이런 일을 한다는 게 참 대단하다. 생각만해도 체력 딸리는 일이다.
어릴적부터 크리슈나의 노래를 부르며, 영적인 특별함을 보이며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고 한다. 살아있는 신이라고 한다면 근엄하고 범접할 수 없는 기운 이런게 상상되지만, 그녀는 소탈했다. 어떤 꾸밈이나 쥐어짜낸 듯한 무게감 이런건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쉬람 프로그램은 다양했다. 그녀는 금요일 마다, 해변가에서 사람들과 함께 힌두 찬가를 부른다. 그녀의 노래하는 영상은 유투브에도 많이 있다. 이곳 아쉬람은 암마가 태어난 집에 지어진 것이다. 매일 아침 일찍 그녀의 생가에서는 힌두 의식이 치러지고, 많은 관광객들이 참여한다. 매일매일 다양한 레슨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인도 전통악기 배우기, 전통 공예 배우기, 요가 클라스, 명상 클라스 등등 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배워보고 싶은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았다. 물론 유료이고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나는 요가 클라스에 참여해봤다.
숙소는 4인실이었다. 나의 룸메이트는 독일인이다. 이곳에는 주로 장기체류하는 유럽인 여행객들이 많았다. 이들은 수행자이거나, 연금 받아 생활하는 은퇴자들이거나,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은퇴하신 우리 엄마에게 이 곳에 와서 장기체류 해보자고 약속은 해놨는데, 그러고서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아직까지 이뤄지지는 못했다.
긴 줄을 기다려야 하는 다르샨, 어느 날은 나도 번호표를 받았다. 다르샨 의식이 거행되는 무대 옆에는 암마에게 바치는 꽃이나 과일바구니등 헌납물을 파는 곳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헌납물을 사고 있었다. 사진과 함께 소원이 적힌 앨범 같은 것은 따로 준비해왔을 것이다. 헌납물도 다양하다. 이것을 암마에게 들고 가서 보여주며 구구절절 자신의 사연을 한참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암마에게 안겨 무릎끓은 채로 서럽게 엉엉 우는 남자, 지구 세상 다양한 사연은 이곳에서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암마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이 많은 사람들을 모두 안아주는데, 힘들기도 하겠건만 한번도 찡그리지 않고 줄곧 온화하게 웃는 얼굴이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가난한 여행자이니 암마도 이해해주겠지 하며 헌납물은 따로 사지 않고서 암마에게로 갔다. 암마 주변에 관계자들이 여렷 함께 있는데, 그들이 어떤 자세로 무릎을 꿇을지 가르쳐주는대로 했다.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 묻고 보통 그나라 언어도 축도를 하는데, 그녀는 한국인은 많이 못만났나보다. 나를 안고 "우루루루루~~~~~~~" 이러고 축도는 끝났다. 살아있는 신에게 축도를 받았으니 이제 내 인생도 좀 괜찮아지려나, 이러고 가려는데 누군가 나를 잡는다. 암마 주변에는 그녀를 따르는 무리 역할을 하는 일반 군중들이 서른명 정도가 앉아있다. 나에게 그 군중역할을 하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혼자 여행객이고, 군중들 중 아시아인이 없으니 나에게 부탁을 하는듯 하다. 허허, 지루한걸 못참는 바쁜 여행객인 내가 저기에 찰떡같이 앉아있으라고? 말도 안된다. 이러고서 그냥 내려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후회되기도 한다. 거기에 앉아있다보면 신기하고 흥미로운 광경을 많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 간다면 꼭 내가 먼저 자청해서 군중역할을 해봐야겠다.
아쉬람 내의 5층 숙소에서 바라본 께랄라,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남북으로 길다랗게 늘어져 흘러가는 운하, 이곳에서 영화를 촬영하면 아주 멋진 영상이 나올것 같다. 저 멋진 운하는 관광객용이 아닌 예전 향신료 무역을 위해 만든 인공 운하라고 한다. 과거 이곳 께랄라는 향신료 무역으로 여기저기서 온 사람들이 왕래하던 곳이다. 그러고보니 네덜란드, 베네치아, 께랄라, 이렇게 운하가 있는 곳의 공통점이 있다. 유대인이다.
저 밀림 사이로 후추나무 등 지금도 향신료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