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간의 테솔연수
브리즈번, 퀸즐랜드 대학
알려지다시피 호주는 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다. 인구밀도가 작다보니 시내를 벗어나면 지나다니는 사람 을 보는게 그리 흔한 광경은 아니다. 내가 홈스테이하며 있던 곳은 시내에서 떨어진 주거지역이다. 넓직한 주택들이 모여있고 동네의 길은 시원시원하게 잘 만들어져있다. 대신 밤이면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컴컴한 길에 혼자 걸어다니면 좀 무섭다. 더구나 나중에 발견한 것이지만, 나의 홈스테이 집 뒷편은 공동묘지였다.
버스는 미리 짜여진 시간표에 맞춰 15분 정도에 하나씩 온다. 홈스테이 집에서 퀸즐랜드 대학까지 가기 위해서는 먼저 버스를 타고, 강변에서 내려서 보트를 타고 간다. 아침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타는 보트버스, 차 없는 뚜벅이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퀸즐랜드 대학 테솔프로그램은 수업은 오전에만 있고, 오후에는 야외체험활동으로 짜여있다. 오후에 주어진 일정이 없으면 자율적으로 클럽활동에 참여한다. 교내의 클럽활동은 여기가 학교인지 문화센터인지 애매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아침에 야외 요가클럽, 축구클럽부터 시작해서 오후에도 각종 행사, 강연, 아카데미 등등 이곳은 책과 공부하는 수업 뿐만 아니라 취미활동,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노는것'도 배움과 동등한 위치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에 제일 관심을 쏟는다는 말을 들은적 있다. 우리 호스트 아주머니도 5살 딸에게 수영을 배우게 하고있다.
⊙ 나는 글쓰기 강연에 참여해 봤다. 대강당에서 열리는 강의는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2시간을 들었지만, 피곤해서인가 아니면 넓은 강당에서 뒷자리에 앉아서인가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니, 강연자의 말하는 것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유학생들과 호주 현지학생들이 만나는 모임도 있었다. 우리 한국인 연수생 15명이 한팀이었는데 그 중 남자연수생, 여자 연수생과 함게 갔었다. 나는 되도록 다른 나라 친구들과 섞이고 싶었으나, 어찌 하다보니 우리 한국인 세 명이서 뭉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들 사이로 호주 현지인 학생이 한 명 투입되었다. 사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전혀 기억에 남는건 없으나, 한참을 정신 놓고 이야기했나보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려니 한국인 남자연수생의 말만 기억난다.
"평소엔 별 말도 안하더니, 이곳에서는 다른 모습이네요."
남자 혼자서 그 자리가 좀 머쓱했나보다. 영어를 배우러 왔으니, 나는 현지인과 리얼토크하며 여기 온 목적에 충실했던 것인데.....
⊙ Freedom from your cage! '너의 새장에서 벗어나라!' 이런 클럽도 있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모임을 갖는, 마음챙김 클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해봤던, 사진카드를 가운데 모아놓고 그 중 하나를 뽑아서 연상되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힐링하는 시간을 갖는다. 마칠 때는 걷기 명상을 한다.
그 동안 여러 나라를 다녀본 바에 의해 호주를 평가하자면, 그다지 흥미로운 나라는 아니다. '호주는 지루한 천국'이라는 말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호주를 '무채색의 나라'라고 표현하는게 어울릴 듯 싶다. 대체로 청정한 안정감이 자리잡은 나라이나, 대신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다이나믹한 그 무언가가 있는건 아니다. 다른 연수생들은 주말마다 호주의 명소를 다니느라 바빴지만, 나는 주로 홈스테이 가정에 머무르며 호주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었다.
어느날은 15명의 연수생이 파티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넓은 땅덩이 만큼 여기저기 빈땅에 공원이 시원하게도 널려있다. 공원에는 고기 굽는 대형그릴이 설치되어있고, 사용은 무료이다. 우리는 학교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캥거루 포인트(시민공원)라는 곳에 모였다. 호주의 고기는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고 신선하다. 우리는 수퍼에서 장본 식품으로 고기를 구웠다. 이렇게 해서 실컷 먹고도 인당 10달라(미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를 가면 빼놓지 않고 가봐야할 곳이 있다. market place, 주말마다 열리는 장터이다. 브리즈번은 강변을 따라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식당은 물론, 놀이공원도 있고, 잔디밭, 그리고 수상스포츠 활동, 모래밭 해수욕 휴양 시설까지, 복합 레저단지이다. 이곳에 주말에는 장터가 열린다. 독특한 점은 장터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 가격이 싸지 않다.
애보리진 미술관
시내 워킹투어
핫도그데이
수영장 있는 집 vs 수영장 없는 집
내향샘의 고난의 귀가
한인회에서 장구빌린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