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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sb Jun 24. 2022

여행 트랜드 변화, 신의 선물 3종세트

스마트폰이 몰고온 여행의 자유

여행 유투브를 보다가 스마트폰을 들고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보니 생각나서 글을 써 본다.

여행의 트랜드는 스마트폰이 유행하기 전과, 그 후로 뚜렷이 나뉘는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들이닥친 스마트폰 열풍이 모든 생활 뿐만 아니라 여행에도 개벽을 일으킨것 같다. 무엇보다 나홀로 여행이 이전보다 매우매우 쉬워졌다.


2006년 나의 첫 홀로 배낭여행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였다. 당시는 미국 비자를 어렵게 받아야 하는 때였다. 미국 비자를 받은것만 해도 훈장을 받은것 처럼 신나는 일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 여행 준비할게 많았다. 여행사에 전화해서 비행기표 3-4가지 예약해놓고 마지막으로 하나 결정해서, 입금시키고, 그리고 부랴부랴 책방 가서 제일 괜찮은 여행가이드북 찾아서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여행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으면, 현지에 도착해서 어떤 돌발상황이 생긴다 하면, 돈이 더 나가기 십상이다. 인터넷으로 정보 조사를 철저히 해서 빈틈없이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숙소가 다 차서 예약은 안되고, 현지에서 방을 구해야하는데 ... 이런 저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여행지에 도착하면 수다떨며 정신없는 사람들 틈에 슬쩍 끼어서 귀동냥으로 시작한다. 볼거리는 어디어디가 좋으니 꼭 가봐라, 내지는 atm은 어디가 수수료가 싸고, 숙소 어디는 좋고 어디는 직원이 불친절하고 더럽다더라, 택시는 이렇게 타야 바가지를 안쓴다, 그 물건은 00달러가 정상가격이니 가격 흥정잘해라, 어디어디를 가려면 이렇게 저렇게 가는게 제일 저렴한 방법이다.... 등등 여러나라 사람들끼리 모이면 여행정보 나누기가 바쁘던 시절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너도 내일 거기 가니? 나도 거기 가는데 우리 같이 갈래?" 이렇게 대화가 흘러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혼자 배낭여행 간다하면 외롭지 않냐고 흔히들 묻는데, 사실 그 시절에 동행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오히려 홀로 여행객들끼리 만나서 동행하는 여행이 새로운 모험처럼 더 좋았던 때였다.


그런데 정확히 기억나는 2015년 겨울 프랑스에서였다.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퍼지던 때였는데, 사람들 분위기가 확 달라져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앉아있어도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전부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있는 중이다. 이런때 적막을 깨고 한마디 던진다면 그 결과는 두 가지 길이다. 아이스브리킹을 해준 영웅이 되던지, 아니면 눈치없는 관심병이던지. 얼굴을 파묻고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래, 차라리 중간이 낫지.' 이런 의사표시인가.


스마트폰 생기면서 여행이 훨씬 쉬워졌다. 굳이 사람들과 섞여서 이야기할 명분이 사라졌다. 비행기 예약부터, 숙소예약이며, 교통편, 여행정보, 특히 구글지도와 구글번역기, sns메신저(왓츠앱, 카카오톡) 요녀석들은 신이 주신 3종 선물세트이다. 이전엔 여행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지도를 보고 가다보니 헤메기가 일쑤이다. 헤메다가 날은 어두워지고 배는 고프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내가 집나와서 무슨 고생인가 이래본적 있을 것이다. 구글 번역기가 생기면서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는건 이제 핑계거리 밖에 안된다. 뭐 깊은 대화까지야 아니더라도 최소한 물건 살때 "how much is it? "이란 말을 못알아들어서 물건을 못사는 일은 없으니. 밖은 어둑어둑해지는데 방을 못구해서 여행책자에 나온 아무 번호나 전화라도 해봐야 하는데, 동전은 없고 큰 지폐를 간신히 거슬러서 공중전화에 대고 다급히 방 있냐고 전화해 본적이 없다면, 왓츠앱이 얼마나 신통방통한 녀석인지 모를것이다. 그리스에서 전화로 구두로 숙소 예약을 하고, 1시간 뒤에 찾아갔더니 그사이 이미 다른 사람이 방값을 지불해서 어쩔 수 없다, 이런 적도 있었다. 다급히 한국으로 연락해야 하는데, 연락수단이라곤 미리 산 국제전화카드로 공중전화하는 것 밖에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날아온 국제전화비 보며 그제야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해외배낭여행이 훨씬 쉬워졌다. 더 이상 이런저런 장애물 넘으며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서 좋다. 그런데 요즘 해외 나가면 사람들 사이에 얼음짱을 끼워놓은 듯, 썰렁한 기운에 압도될 때가 있다. '내 영역은 여기까지야, 절대 침범하지 마.' 이런 분위기인데,  뭐 세월이 바뀌었으니 그냥 트랜드로 받아들여야하는 거겠지. 유럽인들 중에는 '우리가 진정 원하던, 서로간에 피해주지 않는 완벽한 개인주의 세상이 왔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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