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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vs 튀르키예(터키) 어디가 더 좋아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끌리는 곳으로 가자.

by 박sb

올해도 두달 살기를 목표로 터키로 떠났다. 당초 계획은 터키에서 한군데 도시에서 오래 살면서 그곳에 정착한 기분을 느끼기 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는 못했다. 좀 더 사전준비와 계획을 세우고 갔어야했다. 항상 여기찍고 저기찍고 바쁘게 이동하는 여행과는 좀 더 색다른 여행을 해보고 싶었으나, 이번 여행도 평범한 여행으로 끝나게 된 것 같다.


알려지다시피 터키 환율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쌀 때 터키를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으로 터키로 정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듯이 터키가 한달살기 두달살기 이런 여행지로 좋은 이유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물가에 비해서 생활의 질이 높고, 대체로 환경이 깨끗이 정돈되 있는 편이다. 게다가 사람들까지 친절하다는게 공통 의견이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긴 하나 내 눈에 터키는 급격한 환율하락과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안정되어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게 나라냐 하며 여기저기 떠들석 했겠지만, 의외로 터키인들의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 보인다.


"다 잘될거에요, 대통령이 다 해결할 수 있어요. 지금 미국 대통령 만나서 해결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렇게 말하기까지 한다. 역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터키인들이니 이런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가를 보자면 닭고기 케밥이 1500원~2000원, 소고기 케밥이 3500원~4500원, 콜라 1.5리터 1천원, 과일 1키로 1천원,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버스편 35000원, 하루 저가형 숙박비 15000원(호스텔, 도미토리), 하루 슈퍼마켓 장보기 3000~5000원(1인), 대략 이렇게 된다. 터키인들 말로는 고기값도 너무 올라서 요즘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기 힘들다고 한다.


한편 사람마다 느낀게 천차만별이긴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어떤 한구인 여행자는 경제가 안좋아서 터키인들의 걱정이 많고, 화가 많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절대 내 눈엔 터키인들이 걱정이 많거나 화가 올라와있어 보이진 않았다. 다만 터키인들은 평소엔 순하고 친절해 보이나 일단 한번 싸움이 붙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공격적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어디나 그렇지만 소도시보단 대도시가 각박한데, 나의 이번여행은 소도시만 다니다보니 험한 광경을 보진 못했다.


아무튼 나의 여행은 애초 계획에서 틀어져버렸다. 현재 나는 조지아로 이동해있다. 일단 남의 눈에 띄는 것은 반들반들 열심히 닦는 터키와 달리, 조지아에 오면 첫 느낌이 우중충하다. 건물도 외벽 장식을 안해서 회색 벽돌이 다 드러난 집들이 많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다. 물론 사람들도 터키인들만큼 실없이 웃거나 친절한 편은 아니다.


"그냥 미우나 고우나 터키에 눌러 있었어야 했어. "


터키 국경을 넘어 조지아를 가로질러 달리는 버스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지아로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 온건 터키 숙박비가 계속 올라서이다. 처음엔 12000원 정도 되더니 지금은 16000원이다. 물론 나는 제일 저렴한 숙소만 찾아다닌다. 조지아의 숙소는 1만원 이하가 많다. 물가를 비교해보자면 거의 비슷하다. 외식물가는 터키보다 더 비싼편이고, 슈퍼마켓 물가는 터키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마도 내가 다녀본 나라 중에 물가대비 가장 살만한 나라를 꼽으라면 터키와 코카서스 나라들(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을 말할 것 같다. GDP가 낮으면 물가도 낮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GDP와 물가는 별개이다. 예를 들자면 동유럽과 남미의 나라들은 GDP가 낮지만 물가는 소득에 비해 엄청 높다. 인도의 경우 물가는 낮지만 대신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고 가성비 또한 낮다. 인도에 거지들이 많은 이유이다. 대체로 과거 구소련 국가들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어있고 물가도 안정된 편이다. 조지아가 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조지아에 있다보니 터키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터키는 그래도 무슬림 나라여서 인지 무언가 보수적인 느낌이 있다. 그런데 조지아에 오니 뭔가 더 자유로운 그런 분위기가 있다. 낮선 사람들과의 대화가 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과거 공산국 사람들의 특징이라 한다면 사람들의 생각이 그다지 꼬여있지 않고, 단순하고 순수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더 선하거나 착하다는 뜻은 아님)



앞으로 나의 노후에 살만한 나라를 고르라면 터키 vs 조지아 어디를 택할까?

아마도 두 나라의 매력은 비슷한 것 같다. 이럴 경우는 그냥 끌리는 나라를 가면 되는 것이다.



<다음이야기>

16년 여행중인 한 영국인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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