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나는 다시 튀르키예 두 달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좀 더 신선하고 알찬 여행좀 해보자 항상 굳은 결심을 하지만 항상 나의 여행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다. 원래 계획은 안탈랴에서 두 달을 진득하게 보내고 싶었으나, 또다시 여기찍고 저기찍고 정신없이 다니는 루틴을 치렀다.
2006년도 처음 터키 땅을 밟았을 때 그 첫인상이 너무도 충격이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보던 그 이슬람세계, 전혀 다른 풍경, 내가 그제까지 살아왔던 곳과는 완전 다른세계를 발견한 느낌. 그 후로 평균적으로 2년에 한번은 터키를 찾은것 같다. 이번 여행은 이스탄불과 카파도키아 등등의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보석같은 터키 소도시를 찾아보자는게 목표였다. 정말로 숨겨진 보석같은 곳을 발견한다면 정말 그곳을 그대로 떠나지 못할수도 있다. 한국에서의 일이며, 집이며, 자동차? 인생은 짧은데 그까이꺼거 챙기다가 내 인생을 허비하기도 싫다. 뭐 이러저러한 휘황찬란한 기와집을 머릿속에 쌓으며 나는 터키로 날아갔다.
안타캬(하타이), 안탈랴, 폐티예, 가지안테프, 말라티야, 우니예, 오르두
이번 여름의 터키 여행의 루트는 이러하다. 정말 내 마음을 사로잡는 한 도시를 찾아서 그곳에 두달을 눌러 앉는 여행을 꿈꿨으나 아마도 내 마음을 뺏어가는 도시는 없었던 것이었다. 이 중 가장 1순위 후보지는 안탈랴였다. 터키의 제주도라 불리는 유명 관광지, 터키인들의 신혼여행지이다. 안탈랴에서 1주일을 보내고 그곳을 빠져나온 이유는 너무 지루해서이다. 그리고 몇몇 군데 해변 소도시를 다녀본 결과 알게된 것은 나는 해변도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 안타캬(하타이)
이곳은 성서의 안디옥 교회로 유명한 역사적인 도시이다. 과거 로마시절 시리아의 수도로 번영한 도시였고, 로마와 알렉산드리아 다음가는 '동방의 여왕'이라 불리는 대도시였다. 원래 시리아 영토에 속했으나 오스만 제국 이후 지금은 터키 영토로 편입된 곳이다. 이곳에 성베드로 교회st. pierre church가 있는데, 성서의 스데반 순교사건 이후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도망와서 세운 최초의 교회라고 알려져있다.
성베드로 교회 https://tr.wikipedia.org/wiki/Saint_Pierre_Kilisesi [출처]
내가 안타캬를 가장 먼저 찾은 이유는 십여년전의 기억을 쫒아서이다. 시리아 전쟁 전 그러니까 2010년도에 시리아 국경을 넘어 안타캬를 통해 터키로 입국했다. 그 때 버스터미널에서 결혼식 행진이 있었고, 그리고 그날 나는 야간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터키 현지인의 집에 초대되어 머물렀다. 그 날은 현지인 집에서 어린 아들의 생일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다시 그 현지인이 일하고 있던 버스 터미널을 찾았고, 흰머리가 희끗해져있는 그와 다시 마주쳤다. 물론 그와 눈을 마주친 나는 모르는척 고개를 얼른 돌렸지만, 그도 나를 알아봤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안타캬는 날씨는 화창하고, 기온은 온화하고, 해변에 가까운 멋있는 도시다. 사람들의 인심도 좋은 편이고 그리 각박하게 굴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도시인지라 특히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로 오면 좋을 곳이다.
2. 안탈랴
이곳은 터키의 제주도로 통하는 터키인들의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TV에도 자주 나오고 경치가 좋다고 유명하지만 사실 나는 안탈랴와 그리 잘 맞지는 않는 듯 하다. 관광지로 잘 개발되어 시내는 활기가 넘치고, 거리를 거닐다보면 여행 온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거리 전체가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여 사람구경하기에 딱 좋다. 그리고 안탈랴는 파티를 즐기로 싶은 사람들에게 딱이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바베큐 파티를 했었다. 손님들에게 5달라 정도의 회비를 모금하여 숙소의 앞마당에서 바베큐를 굽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들과 편하게 교류하는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3. 페티예
해변도시 페티예는 레포츠의 천국으로 통하는 곳이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료 패러글라이딩이나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지중해를 관람하는 유람선이 즐비한 곳이다. 여기저기에서 유람선 관광을 파는호객꾼들로 분주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 처해있다. 내가 묵었던 호스텔이 알고보니 러시아인들의 호스텔인듯 러시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페티예 멋잇는 곳이긴 하지만 나는 역시 해변도시와는 맞지 않는 듯 하다. 내륙 깊숙한 곳, 사막이 있는 곳 나는 이런 곳에서 더 편한함을 느끼는데 왜 그런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이 곳에서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3일 정도 머물다 다시 이동했다.
4. 가지안테프
현지인들은 '안텝'이라고 부르는 이곳 역시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은 시리아와 가까운 곳으로 이곳에서 킬리스 killis라는 국경도시를 통과하는 것이 시리아로 가는 루트이다. IS가 한참 떠들썩 할 때 매체에 많이 등장했던 곳이다. 그리고 이곳이 특별한 것은 터키 '미식의 도시'라는 애칭이 붙어있다. 유명한 케밥과 바끌라와가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그만큼 음식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는 곳이다. 이곳은 터키 남부에서도 꽤 큰 도시에 속한다. 날씨는 무덥고, 도시는 오래되어 낡은 곳이 많고 특히 도시 외곽지역은 빈민촌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곳의 인구는 다른 도시보다도 많은 편이다.
5. 말라티야
거석상으로 유명한 넴룻산에 가까이 위치해있는 내륙 도시다. 그리고 이곳에는 터키 군대 캠프가 있어 터키인들이 징병되어 가는 곳이다. 이 곳에서 서쪽으로 가면 카파도키아가 나오는데, 이곳 역시 카파도키아처럼 사막풍경을 뽐내는 곳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앞전의 도시들 보다는 이곳 내륙도시 말라티야가 나에게는 더 맞는 듯 했다. 나에겐 해변풍경보다는 사막풍광이 더 매력적이다. 해변의 분주함보다는 사막의 잠잠함이 나를 서정적으로 만드는 듯하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건조하고 상쾌한 바람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던 곳이다.
6. 우니예
원래 가려던 곳은 흑해변 도시 오르두였으나 먼저 우니예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유는 숙소를 예약했는데 알고보니 오르두가 아니라, 그 옆 도시인 우니예인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르두 버스터미널에서 우니예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니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오르두보단 우니예가 더 좋았다. 오르두가 더 인구가 많아서인지 오르두는 너무 분주하고 정신없는 느낌이 있다. 우니예는 그에 비하면 좀 더 안정적이다. 그리고 우니예에서 아주 재밌는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나라 이태원에서 14년을 살았다던 터키인 부부를 만나서 그들과 함께 헤이즐넛 농장에서 3박4일을 보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풀도록 하겠다.
7. 오르두
우니예에서 헤이즐넛 농장체험을 마치고 나는 원래의 목적지인 오르두로 이동했다. 오르두를 간 것은 내가 즐겨보는 유투버가 오르두가 너무 좋아서 한달살기를 하고 있던지라 호기심을 안가질 수 없다. 그리고 나의 귀국행 비행편이 옆나라 조지아에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가까운 오르두로 이동해야했다.
아무튼 흑해의 도시 오르두도 나에게 그다지 맞지는 않았다. 사실 다녀본 일곱 군데 도시 중에 가장 덜호감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흑해변 도시 오르두와 우니예의 산들 전체가 전세계 인구가 소비하는 헤이즐넛으로 뒤뎦여있다. 내가 간 8월이 마침 헤이즐넛 수확철이라고 한다. 이 때 많은 인구가 헤이즐넛을 따러 산에 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