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케밥, 그리고 피스타치오 피데
가지안테프라는 지명은 한때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곳이다. 시리아 전쟁속에서 IS가 한창 떠들썩했던 당시 터키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는 접경도시로 한번쯤은 들어봤을것이다. 이곳은 실제로 시리아 알레포까지 97km이다. 사실 이 곳에 시리아 난민들이 많을거 같아서 좀 두려웠었다. 난민생활을 하는 그들이 여행자들을 타켓으로 삼을거라는 추측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식의 도시'라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급호기심이 발동했다.
여기저기서 들은 말에 의하면 가지안테프는 터키의 유명한 케밥과 바끌라와(바끌라바)의 원조라고 한다. 케밥은 그렇다 쳐도 바끌라와를 처음 만들어 먹은 곳이 맞는것 같긴하다. 길거리에 바끌라와를 파는 곳이 많고, 다른 어느 곳 보다 종류가 다양하다. 바끌라와는 페스트리처럼 여러 층으로 만든 과자인데, 꿀과 피스타치오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맛잇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인 이곳은 터키에서도 인구가 많은 대도시이다. 외곽에는 빈민촌이 넓게 자리하고, 또한 다른 외곽에는 우리의 분당과 같은 신도시가 드넓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저기 유서깊은 유적들이 있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트램(지상 전철)을 타고 도시 전체를 구경하기로 했다. 신도시와 구도시간의 극심한 빈부차가 한눈에 보였다.
구도시의 올드타운에는 바끌라와 가게, 이슬람 모스크, 바자르 등등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이곳은 과거에 실크로드 교역로인지라 바자르가 넓게 펼쳐져있다.그런데 이곳은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닌듯 하다. 길거리를 걷고있는 그들과 다른 생김새의 관광객은 나 혼자인 듯 했다.
미식의 도시라고? 그냥 가기 아쉬우니 케밥이라도 먹어봐야겠다. 식당을 이지러지 찾다가 윈도우에 전시되어있는 음식을 보고 들어갔다. 음식의 가격과 음식의 질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인 처지인지라 비싼 가격의 음식점에 들어가도 음식이 어떻게 나올지는 그냥 운에 맡겨야 한다. 아무튼 그냥 짧게 기도 한번 하고 들어간 음식점은 A++라고 할만큼 대만족이었다. 일단 푸짐한 야채를 기대하기 힘든 터키에서 야채가 화려하게 차려나와 만족스러웠다. 내가 주문한 것은 가지안테프의 유명한 먹거리 가지케밥이다. 꼬치에 미트볼과 가지, 토마토, 파프리카를 한데 꽂아서 그대로 오븐에 구운 것이다. 여태까지 터키에서 먹어본 케밥중에 단연 최고였다.
휴대폰 세워놓고 동영상을 찍기로 했다. 주변의 시선이 좀 부끄럽긴하지만 그런거 신경안쓰는 뻔뻔함도 훈련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럴땐 그냥 주변에 시선을 두지 않고 내 음식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직원들이 자꾸 내 카메라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는 파티용 폭죽을 꽂은 피스타치오 피데를 대령해온다. 물론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연히 서비스지만, 이런 곳에서는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된다. 돈을 받을지 안받을지는 주인장 마음이기 떄문이다. 이젠 이런 문화도 익숙해졌으니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계산서를 받아보니 역시나 가지케밥 40리라+불꽃잔치 피데 20리라 =60리라.
"불꽃잔치라도 서비스로 쏘는거 였으면 내가 여기저기 입소문 내줄텐데, 장사할 줄을 모르시는 군요."
물론 머릿속으로 나혼자 중얼거린 말이다.
그리고 시리아 난민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눈에 띄도록 활보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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