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은 면죄부
이슬람에서 라마단은 아주 중요한 규율이자 축제와도 같다.
라마단은 한 달 간의 금식 기간을 말한다.
우리의 음력과 비슷한 이슬람력으로 날짜를 정하기 때문에 고정되어있는게 아니다.
매해 앞당겨진다고 한다.
내가 모로코에 간 8월은 하필 라마단이었다.
라마단은 해 떠있는 낮동안에는 원칙상 물 한모금도 마실 수 없다.
따라서 낮 동안에는 사람들은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자들에게는 재미가 없어진다.
사람들은 저녁에 먹을 음식을 한가득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라마단 종료 사이렌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신호 떨어지자마자 요이땡 하듯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10년을 기독교신자였다.
가끔 자발적으로 금식을 하기도 했다.
정확한 의미를 누가 정해놓은 것은 아니나
내가 볼 때의 기독교에서 금식의 의미는
육신에 속하는 음식을 중단하고, 영혼과 마음을 정화하면서
신께 몰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이 말하는 라마단의 의미는 영 대반전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느껴보는 것
이슬람교 창시 당시에는 활발한 동서무역으로 인해 빈부의 차가 어마하게 컸다고 한다.
그래서 모함메드는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을 이슬람의 의무로 규정하면서
라마단을 만들었다.
가난한 자의 배고픔을 함께 느껴봐야 그들을 도울 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취지야 좋긴하나.......
요즘 같은 세상에 라마단 하지 말고 차라리 한달간 열심히 일해서 그 돈을 가난한 자에게 주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저 여자는 왜 라마단에 콜라를 마시고 있어?"
"이 분은 라마단 지키는 것 보다, 거짓말 안하는게 더 낫대."
내가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어떤 여자들이 불평하자, 옆에 사람이 대꾸한 것이다.
물론 나는 아랍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해주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라마단 같은거 왜해? 내가 보기에도 좀 안쓰러워, 거짓말 안하고 살면 라마단 안해도 될거야."
라마단은 아랍인들에게 있어 내가 무슬림이라는 정체성인가보다.
술마시고, 거짓말하고, 남에게 사기쳐도
라마단은 지킬려고 하는 것 같다.
라마단 기간에는 금식 이외에도 여러가지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그리고 종교 행사라기 보단 축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라마단 기간에는 우리 명절처럼 멀리 떨어진 친척끼리 방문하여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소 저녁은 혼자 먹지 않는데
친구들끼리 만나서 저녁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