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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sb Dec 01. 2021

터키 파묵칼레 부동산 여행


카파도키아에서 출발한 야간버스는 새벽 5시쯤 파묵칼레에 도착했다. 여행사 앞에서 버스는 우리를 내려줬고, 캄캄한 어둠속에서 누가 초대하지 않아도 여행사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터키를 여러번 왔지만 파묵칼레는 처음이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건물들이 예쁜 곳이다. 이른 아침에는 카파도키아에서처럼 벌룬들이 날아다닌다.


여행사 매니저는 20대 청년이다. 여행자들과의 수다를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나는 얼른 비즈니스 이야기로 돌렸다. 현재는 코로나 타임, 차츰 여행객들이 오고 있지만 여전히 터키 여행업은 힘든가보다. 그의 형은 스위스에서 20년 살았고, 모은 돈으로 터키에 와서 부동산에 투자했나보다. 한달 월세만 4000달라 정도 받는다고 하는데, 평균임금이 1000달러가 안되는 터키에서 매우 큰 금액이다. 파묵칼레 근처의 대도시 데니즐리에  20평 정도, 한 채당 20000달라 정도의 소형 아파트를 30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다지 돈복은 따라주지 못했나보다. 지금은 터키 환율이 주저앉는 바람에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에게 그 아파트 30채를 모두 사라고 권유한다. 

"한달 월세만 4000달라라구요. 일안하고 살 수 있는데 얼마나 좋아요."


만약에 부동산을 구매한다면 20평에 20000달라짜리 아파트를 하나 사서 노후 대비용으로 장만하면 모를까 30채를 다 살만큼 내 그릇은 그다지 크지 못하다.


그리고 또다시 부동산을 소개한다. 여행사 윗층은 모두 호텔이다. 그러나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비어있는 호텔을 리모델링해서 운영하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뚜벅거리는 영어로 설명해서 알아듣기가 힘들었으나 대략 말을 들어보니 그 호텔은 원래 친하게 지내던 아주머니 소유였으나, 아주머니가 어찌어찌해서 아들과 같이 생각하는 자신에게 그 호텔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그 비어있는 호텔을 1억6천, 3억(주차장 공터 포함)에 내놓겠다고 한다. 객실은 열댓개정도 현재 파묵칼레는 관광객이 별로 없이 매우 한적하다. 호텔이나 식당들도 운영을 중단한 곳이 많다. 소도시 답게 사람들은 여유롭고 정겨우나, 사람들 표정이 그리 밝지는 못하다.

 

포근한 분위기의 거리


호텔을 보여주고 있는 매니저
석회온천이 바라보이는 호텔 식당


그래도 관광객인 나에게 파묵칼레는 너무도 사랑스런 도시였다. 특히 석류가 길거리에 굴러다녀도 아무도 신경 안쓴다. 석류 나무가 여기저기 가로수 처럼 심어져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무 넘쳐나면 관심을 안갖게 되나보다. 석류가 그렇게 많이 글러다녀도 먹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낮의 태양이 좀 수그러들면 멀리 보이는 풍경이 그림같다. 시각적 풍경도 그렇지만, 과거로부터 실려오는 그 무언가의 고요한 울림같은게 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진작에 와보지 못했지?'

이렇게 생각한 것은 이틀정도이고, 그 후로는 지루함이 쏟아진다. 역시나 관광지는 사람들이 북적대는게 제맛이다.


파묵칼레는 석회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기원전 로마시절 계획도시로 시작되었는데, 석회온천이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신성한 장소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로마황제는 물론, 클레오파트라가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전해진다. 석회온천 너머에는 히에라폴리스라는 유적지가 있는데, 신성한 치유의 장소인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고 한다. 이 곳은 성경의 사도 바울이 선교활동을 한 곳이며 요한계시록의 라오디게아 교회를 세우기도 했다. 또한 빌립이 이곳에서 처형되었다고 전해진다.




나는 저렴한 숙소를 찾아 파묵칼레에서 버스로 15~20분 정도 떨어진 카라하이트 karahyit에 머물렀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곳은 석회수 마셔서 아픈사람이 많나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치유의 장소를 찾아 온 사람들인것이다. 석회온천수는  류머티즘, 심장병, 순환기 질병에 좋다고 알려져있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는 우리 돈 만원이 안되는 숙소인데, 좋은 점은 천연온천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역시 샤워할때 마다 뽀득뽀득한 감촉이 다른 물과는 달랐다.

소도시 카라하이트 karahyit


파묵칼레도 좋지만 카라하이트 역시 매우 좋은 소도시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파묵칼레 보다도 뭔가 알 수 없는 진동이 강렬하다. 역시 신성한 장소가 맞긴한가보다. 이런 곳에서 작은 호텔을 하나 사서 노후를 보내는게 좋은 선택일까?


항상 생각만 하고 실천은 못하는 나는, 카라하이트에서 열심히 이론만 쌓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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