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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r 07. 2024

지금 앉으러 갑니다 (feat. 소파 원정기)

이 소파가 네 소파냐?

이런 표현 정말 진부하지만, 요즘 소파 찾아 삼만리다. 이사 온 지 3주째인데 아직도 소파를 결정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는 소파를 살 생각이 없었다. 소파에 앉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소파가 있으면 늘어져있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서 일명 '소파 없는 거실'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사 직후에 소파 대신 6인용 식탁 겸 테이블을 샀었다. 고심해서 고르고 쇼룸에서 직접 앉아보기까지 했던 식탁이었는데, 집에 설치하고 보니 생각보다 크고 올드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다가 다행히 반품이 가능해서 배송비 14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쿨하게 반품해 버렸다.


한 번의 뼈아픈 실수 후에 남편과 나는 우리가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더 정확히 알게 되었고, 그것에 맞는 테이블과 의자를 고르려고 몇 날 며칠을 알아보았으나 결국 만족스러운 제품을 찾지 못했다. 그때 내 마음속에 스멀스멀, 그냥 소파를 사는 게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인용 식탁이 와서 앉아봤을 때, 생각보다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렇게 큰 테이블은 필요하지 않았다.


방향을 완전히 바꿔, 소파를 사고 창가 쪽에 2인용 원형 식탁과 의자 2개를 놓기로 했다. 고맙게도 남편은 내가 손바닥 뒤집듯 의견을 바꿀 때마다 다 따라주었다. 쏘 스윗.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은 처음부터 소파를 더 원했던 것 같기도...? 그렇게 우리의 소파 원정이 시작되었다.


소파는 무조건 직접 앉아봐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주말부터 발품을 팔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소파의 조건은 아래와 같다.


-3인용 소파, 너비는 약 2m

-깊이가 너무 깊지 않을 것 (소파 옆 폭이 좁은 것)

-착석감이 하드할 것

-등받이 부분이 높지 않을 것

-팔걸이 부분이 두껍지 않을 것

-다리가 있어 소파 밑에 공간이 있을 것(막혀있으면 집이 좁아 보인다)

-앉았을 때 발이 땅에 닿을 것

-가격은 100-200만 원까지(였으나 과연;;)


깊이가 깊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착석감이 하드해야 한다는 조건은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평상시에 바른 자세로 앉으려고 노력하는데, 소파 깊이가 깊고 앉는 부분이 너무 푹신하면 등과 허리를 뒤로 둥글게 기대야 해서 자세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소파는 과감히 패스하기로. 위의 조건들을 기준으로 가죽소파와 패브릭소파 둘 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찾아보았다.


우리가 가서 직접 봤던 소파 브랜드는 한샘, 리바트, 자코모, 에싸, 까사미아, 플랫 포인트, 메이그 마티.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한샘이었다.


#한샘 리도


한샘 리도. 3인용으로 하면 100만 원 초반대라 가격은 좋았는데, 디자인이 너무 맹숭맹숭한 느낌이었고 착석감이 쏘쏘였다.


#한샘 OOO..??

사진은 찍었는데 모델명은 모르겠다. 색감은 좋았으나 등받이가 높고 팔걸이가 넓어서 패스했던 것 같음. 요새 많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소파의 모습인데, 우리가 찾는 형태는 아니었다.


색감이 참 예쁘쥬?


너무 마음에 들었던 소파. 가죽 느낌도 좋았고 색상도 예쁜 카멜브라운이라 딱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단 한 가지, 가격. 수입 제품이라 700만 원대라고. 예산을 이렇게까지 초과하는 건 반칙이라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등을 돌렸다.


#한샘 퍼즈


강력 후보 중 하나였던 한샘 퍼즈. 사진은 4인용인데 3인용으로 주문 시 215만 원, W196 x D98 x H82cm라서 가로길이가 딱 좋았다. 패브릭 느낌도, 색감도, 디자인도 굿. 하지만 깊이가 98cm로 (내 기준에서는) 깊은 편이고, 착석감이 그렇게 하드하지 않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옆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던 직원분이 이 정도면 깊이가 깊은 편이 아니라고 하셨지만(그리고 그때는 나도 그런 줄 알았지만), 찾다 보니 타브랜드 제품은 더 짧게 나오는 경우도 많더라. 그렇게 한샘을 뒤로하고 리바트로 향했다.


미유.. 안 예쁘다고 해서 쏘리유..


리바트 미유. 168만 원. 가격은 좋았지만, 남편이 안 예쁘다고 해서 패스. 등받이가 높고 팔걸이 부분도 두껍다.


#리바트 그라디오소 오리진


그라디오소 오리진. 착석감 괜찮지만 역시나 전형적인 소파 형태라서 확 끌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이즈가 W210 x D98 x H95cm라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할 것 같았다. 가격은 257만원. 이날 방문한 쇼룸에서 본 리바트 제품 중에서는 이게 제일 나았다. 매장을 나오면서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내가 말했다.


"아아, 마음에 쏙 드는 게 없네."


"그러게, 이거다 싶은 게 없네."


남편의 맞장구. 우리는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바로 백화점으로 가서 가구층으로 향했다. 전체적으로 구경하면서 특히 '자코모'와 '에싸'라는 브랜드 소파를 집중적으로 보기로 했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딱히 고려할만한 소파가 없었기 때문이다. 백화점에는 거의 다 4인용 이상의 소파들만 전시되어 있어서, 대부분 좌방석이 크고 깊어 우리 기준에 맞는 소파는 없었다. '자코모'와 '에싸'는 온라인몰에서 봤을 때 괜찮은 제품이 많았는데, 백화점에는 일부 제품만 있어서 아쉬웠다. 쇼룸은 멀어서 이날 바로 가보지는 못했다.


소파 구경은 재밌었지만 상당한 체력을 요했다. 이동하느라 계속 걷고, 소파를 볼 때마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다 보니 스쿼트를 하는 느낌이었다(이건 오반가?). 지칠 대로 지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역에 내렸더니 심지어 비까지 오는 것이 아닌가. 우산을 들고 힘겹게 발걸음을 떼는 와중에 발견한 까사미아 매장. 아놔, 배고픈데. 안 들어가 볼 수도 없고. 다음에 올까? 아냐, 그냥 온 김에 들르자.


그렇게 갑자기 들어가게 된 까사미아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소파를 발견했다.


#까사미아 그렛


소파 그렛. 아까 한샘 매장에서 본 700만 원짜리 소파랑 비슷하다. 우린 깨달았다. 우리 이런 소파를 사고 싶었던 거구나? 근데 좀 길다. W210 x D95 x H76cm. 거실을 넓게 쓰고 싶어서 길이가 2m를 넘지 않았으면 했다. 가격도 309만 원이라 그냥 고이 (마음에서) 보내주기로.


집에 와서 다시 소파 명탐정이 되어 며칠을 샅샅이 조사한 후, 남편이 플랫 포인트라는 브랜드의 소파를 발견했다. 사진을 보니 딱 이거다 싶었다. 단순한 디자인, 너비 180cm에 깊이 90cm라 사이즈 적절. 이지클린 방수 패브릭. 가격은? 198만 원.


#플랫 포인트 레이어(출처: 홈페이지)


"이거다!! 이게 딱이네. 이거다, 이거."


나는 남편 어깨를 투다다닥 치며 설레발쳤다. 예약하고 다음 날 바로 쇼룸으로 향해서 소파를 봤는데... 음. 소파 옆 폭이 90cm라 깊이가 짧아서 마음에 들었던 건데, 직접 가서 보니 등을 대는 부분이 얇아서 앞에 좌방석은 오히려 깊었다. 통통한 쿠션을 대지 않으면 등을 대고 앉는 것이 불편했다. 여기서 마음이 짜게 식어버렸다. 기대가 너무 커서였는지 생각보다 좋은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나는 feel이 중요한 사람인데.


우리의 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의 인내심도 바닥났을 듯. 여기까지 읽어주신 끈기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그리고 바로 다음날, 우리는 한 군데만 더 가보자는 마음으로,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메이그 마티' 쇼룸으로 향했다. 수서역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으로, 처음 가보는 동네였다.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적한 풍경을 구경하며 매장에 도착했다.


쇼룸이 엄청 크지는 않았지만 인테리어가 예뻤고, 소파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어 보기 편했다. 첫 느낌이 좋았다. 직원분도 매우 친절.


#메이그 마티 쇼룸


메이그 마티에는 3가지 디자인의 소파가 있는데 우리 조건에 맞는 것은 oui 소파였다. 가죽의 종류에 따라 같은 브라운이어도 색감이 조금씩 달랐고, 가격도 많이 차이 났다. 직원분이 오랜 시간을 들여 가죽의 차이점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아래는 가장 인기 많은 몬도 가죽 소파 사진. 프리미엄 가죽 라인이 있고 스탠다드 가죽 라인이 있는데, 몬도는 딱 중간이라고 한다.


#메이그 마티 oui (몬도)


캬, 이쁘다. 인기 많을만하다. 쇼룸 할인까지 다 받으면 3인용의 경우 329만 원. 혹하지만 눈을 좀 낮춰야겠지. 사실 가장 기본 가죽인 끌레망스 가죽 소파를 사려고 간 거였는데, 막상 보니 색감이 아쉬워서 제외시켰다. 그렇게 해서 원픽으로 뽑게 된 오스틴 가죽 소파.


#메이그 마티 oui (오스틴)


자연스러운 카멜브라운 색깔. 가격은 쇼룸 방문 할인 적용해서 277만 원. oui가 무엇보다 좋았던 건, 좌방석이 깊지 않아서 앉을 때 편하다는 것. 쿠션이 없어도 기대기 좋고, 쿠션이 있어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착석감이 내가 좋아하는 정도로 하드하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러웠다!


"이거다. 느낌이 왔다. 여기 너무 좋다!! 오빠 고마워, 소파 해결해 줘서."


남편을 향해 방긋방긋. 쇼룸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앉아보고, 만져보고, 사진도 찍고, 오스틴 oui소파로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히고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소파 원정에서 해방인가! 엄마에게 사진과 함께 가격을 알렸더니, 비싸다고 잔소리~ 잔소리. 괜히 말했네. 들뜬 마음에 찬물 쫙.


아직까지도 고민 중이다. 이 외에 온라인으로 봤을 때 디자인이 괜찮아서 고려했던 곳은 막스앤, 시스디자인, 다우닝, 이전에 봤던 자코모(백화점엔 제품이 많이 없었다), 키코디자인, 도이치. 이 정도면 소파 도사될 듯. 쇼룸들이 다 멀리 있는데 가봐야 할까. 그냥 메이그 마티 질러버려? 아닌가, 한 번 더 돌아다녀봐?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번 주 안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야지. 결정하면 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나의 소파 원정은 이번 주로 끝이다!!! 끝일거야!!! 끝이겠지..?


#이번 주 명장면: 메이그 마티 쇼룸에서 드.디.어. 마음에 드는 소파를 보고 신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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