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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r 18. 2024

남편의 깜짝 선물

서프라~이즈!

"띵-동, 띠리리리디디~"


빨래를 널고 있는데 퇴근한 남편이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 화면을 보니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있어 코랑 입술밖에 안 보였지만 딱 봐도 남편이었다.


"왔어~~?!"


소프라노 못지않은 하이톤으로 남편을 반겨주며 말했다.


"큭큭, 입술만 봐도 오빠다."


"어? 다 안 보였어? 새초롬한 표정 짓고 있었는데."


"엥, 못 봤는데!!! 아깝군."


"근데 집이 왜 이렇게 덥지?"


남편이 겉옷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당연히 덥겠지. 아직 청소 안 해서 환기 안 시켰거든(뻔뻔)."


"아;;;"


나는 킥킥거리며 계속 빨래를 널었다. 잠시 후, 남편이 방에 들어가 회사에 메고 다니는 백팩을 들고 나오더니, 아마도 아까 현관문 앞에서 지었을 그 새초롬한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청소를 안 했다면 이걸 받을 자격이 없어."


"어? 뭔데? 뭔데???'


오오, 뭐지? 깜짝 선물? 나는 빨래를 내팽개치고 잔뜩 기대한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한쪽 손을 백팩에 넣고 고개를 저으며 줄 듯 말 듯 약을 올렸다.


"아니야, 받을 자격이 없어."


"아, 뭔데!! 얼른 줘."


"그럼 눈 감아봐, 절대 뜨지 말고."


나는 얼른 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았다. 뭐지? 뭘까? 간식거리인가? 입꼬리가 씰룩씰룩.


"뜨면 안 돼."


부스럭부스럭.


백팩 안을 휘젓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내 손 위에 차가운 뭔가가 올려졌다.


차갑고 단단한...

















배터리네..???


"뭐냐."


아까 낮에 마우스 배터리 다 써서 없다고 했더니 가져와준 배터리 4개. 고오맙습니다. 남편은 웃음을 터뜨리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징하러 따라 들어갔다.


그러자 남편이 갑자기 뒤돌아서 건네준 진짜 선물.


"우와, 뭐야!"


바스락거리는 하얀 봉투. 안에는 각각 종이에 싸인 작은 휘낭시에 4개가 들어있었다. 오예! 최근에 휘낭시에가 먹고 싶었는데.


다 다른 맛인데 이건 무화과 휘낭시에!


"우와, 고마워~~ 맛있겠다. 어디서 사 왔어?"


"회사 근처에 휘낭시에 맛있다는 집 있어서 사 와봤어."


"꺅, 글루텐 프리야?" (우리는 밀가루가 안 들어간 글루텐 프리 빵을 선호한다.)


"아니, 흐흣. 이건 그냥 빵이야."


"좋아 좋아, 맛있겠다. 고마워!"


"시험 붙은 기념으로 사 왔어. 사실 발표 나기 전에 점심시간에 산거긴 하지만."


"아 맞네, 축하해야지!!"


맞다. 아까 오후에 남편이 저번 달에 본 데이터 관련 자격증 시험의 합격 발표가 났는데, 운 좋게도 합격했다. 시험 본다고 해놓고 공부도 별로 안 하고 띵가띵가 놀길래 '저걸 어떻게 붙으려고 저러지..?'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붙었다.


60점 커트라인인데 60점으로 붙음.



대애단합니다. 시험 응시료가 무려 5만 원인데 1점이라도 부족했으면 5만 원 날릴 뻔.


남편이 준 오늘의 진짜 깜짝 선물은 휘낭시에가 아닙니다. '60점'입니다,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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