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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r 24. 2024

스타벅스에서 만난 그녀

불금에 받은 선물

금요일 오후, 이날까지 써야 하는 음료 쿠폰이 있어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에 갔다.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한 시간 반 동안 브런치 글 쓰던 것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카페에 들어가니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이 거의 꽉 차 있었다. 이상하네, 그냥 지나가면서 볼 때는 이 시간대에 자리 많더니만 오늘은 또 없네. 내가 좋아하는 벽 소파 자리는 당연히 없었고, 아일랜드 테이블 옆쪽에 동그란 테이블 하나가 떡하니 남아있길래 얼른 가서 앉았다.


신제품인 카스텔라 크럼블 딸기 블렌디드를 마실까, 따뜻한 페퍼민트 차를 마실까 고민하다 딸기 블렌디드를 마시기로 결정. 퍼스널 옵션으로 '클래식 시럽 없이'와 '두유 변경', '얼음 적게'를 선택한 뒤 노트북을 열었다.

(클래식 시럽 2번을 1번으로 줄여서 먹는 것은 맛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아예 시럽 없이 먹으니 조금 밍밍한 느낌. 클래식 시럽 1번을 추천!)


음료를 마시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카운터 앞에서부터 누군가가 반갑게 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다가오는 것이 왼쪽 시야에 보였다.


'내 오른편에 아는 사람이 있나?"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지인이 저렇게 반갑게 인사하면서 오면 기분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 파닥거림이 점점 나와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가? 이 시간에 남편일리는 없고, 이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무심결에 다가오는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는... 그녀! 아, 나 아는 사람 있었구나. 부동산 중개사분이셨다. 이번에 이사할 때 계약 담당해 주신 분이라 꽤 친해졌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여기서 보네요."


"오오,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반가워요. 커피 사가시려고요?"


나는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네, 커피 쿠폰 선물 받은 게 있어서요. 뭐 하고 계셨어요?"


"아, 저 뭐 쓸 게 있어서 쓰고 있었어요."


"그러시구나. 보니까 낯익은 얼굴 있길래 와서 인사했어요."


"감사해요! 요즘 바쁘세요?"


"네, 좀 복잡한 일이 있어서요. 임차인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아이고, 바쁘시구나. 알죠 알죠. 힘드시겠다."


나도 이번에 이사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었던 터라 중개사분의 고충이 백 번 이해가 갔다.


"그래도 저쪽 임차인분 문제는 해결이 좀 돼서, 그분이 커피 쿠폰 보내주신 거예요."


"다행이에요. 뭐 주문하셨어요? 커피?"


"네, 저는 커피 마시고... 뭐 드세요? 커피 안 드시잖아요."


"아, 저는 신메뉴 중에 크럼블 어쩌고 먹었어요."


몇 주 전에 롤케이크를 들고 방문했을 때 수다 떨다가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셨는데, 그걸 기억하시다니. 세심하셔라.


"제가 케이크 하나 사드릴게요. 남편하고 드세요."


중개사분이 내 팔을 잡고 말씀하셨다.


"네?? 아니요, 아니에요! 집에 먹을 거 많아요(사실 없었음). 괜찮아요."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지만 중개사분은 기어코 조각케이크 하나를 사서 탁자 위에 올려놓으셨다.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그냥 맛있어 보이는 거 샀어요. 치즈케이크로."


"제가 사드려야 되는데. 너무 감사해요. 완전 맛있게 먹을게요!"


최근에 중개사분이 인덕션 관련해서 물어보신 적이 있는데, 그때 자세하게 알려드렸더니 그게 고마우셨나 보다. 나의 인덕션 교체 이야기는 아래 글을 참고!


https://brunch.co.kr/@ohpro7/36


우리는 또 마주치자는 기약(?)을 하며 헤어졌다. 조각케이크 상자를 살포시 열어보니 블루베리 치즈케이크였다. 불금의 디저트로 딱이구만.


바로 먹고 싶었지만 남편 올 때까지 참았다구요


평소처럼 조용히 카페에 있다 가게 될 줄 알았는데. 반가운 만남에 마음이 설렜다. 이렇게 잔잔한 일상에 잔물결이 일어나는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그날 저녁, 오므라이스를 해 먹고 디저트로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진한 치즈케이크와 밑바닥에 깔린 바삭한 쿠키시트까지, 완. 벽. 해.


오므라이스 처음 도전해 봤는데 성공적


꾸덕한 게 내 스타일이야..


이날 먹었던 차가운 카스텔라 크럼블 딸기 블렌디드 때문에 목감기에 걸려 주말 내내 골골거리고 있지만, 중개사분이 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다가오셨던 모습이 인상 깊어 글로 남겨본다.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것에 감사할 따름. 나중에 또 맛있는 간식 사들고 중개사무소 놀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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