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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r 26. 2024

드디어 소파를 사다!

가죽 소파를 포기한 이유

길었던 소파 여정이 드디어 끝났다. 일주일 전에 구매했는데 지금에서야 글을 쓴다. 주문한 소파는 현재 열심히 제작 중.


3주 전에 소파 원정기를 다룬 글을 올렸었는데, 아쉽게도 구입할 소파를 결정하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https://brunch.co.kr/@ohpro7/34


당시에 가장 유력했던 후보는 글 후반부에 나왔던 '메이그 마티'의 브라운 가죽 소파. 277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나는 그 소파를 마음속에 점찍어 두었었다. 너무 비싸지 않냐는 엄마의 말을 듣고 그런가 싶어 다른 소파들도 더 구경했지만, 이미 마음이 굳어진 터라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더 고민하다가 우리는 결국 메이그 마티의 가죽 소파를 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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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


우리는 메이그 마티 가죽 소파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나. 때. 문. 에.


아니,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면서 왜?


맞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남편과 그 소파를 사기로 최종 결정을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나는 내 결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불편함 때문이었다.


소파들을 보는 내내, 이 불편함이 알게 모르게 내 마음 깊은 곳에 계속 깔려 있었다. 나는 마음이 100% 동의하는 물건을 발견하면 가격이나 주위 의견에 상관없이 바로 구입한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드는 소파를 발견했는데 구입하지 않고 일주일을 망설였다는 것은 뭔가가 나를 붙잡았다는 것. 나는 그게 가격인 줄 알았는데,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보니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불편했던 이유는 그것이 '천연 가죽 소파'였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실컷 가죽 소파 구경해 놓고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사실 나는 천연 가죽 제품을 잘 사지 않는다. 아예 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살 때도 있다. 그저 가능하면, 꼭 갖고 싶은 것이 아니면 동물 가죽을 사지 않을 뿐.


새 집으로 이사와 예쁜 소파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나의 이런 성향을 살짝 망각했다. 남편이 가죽 소파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고, 패브릭 소파는 때가 탈 것 같아서 가죽 소파가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 없이 가죽 소파를 위주로 보러 다녔는데, 마지막 순간에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버린 것이다.


'이 소파가 집에 있으면 너무 예쁠 것 같아. 그런데 볼 때마다 마음이 완전 편하지는 않을 것 같아.'


오해하지 않기를. 천연 가죽을 쓰는 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준은 나에게만 적용한다. 꼭 갖고 싶은 게 아니면 천연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은 기준을 타인에게 적용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 나 역시 즐거움을 위해 종종 가죽 제품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쓰는 유일한 명품인 장지갑도 가죽 제품이다.


단지 할 수 있는 선에서 생명 친화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있을 뿐이다. 동물 보호나 자연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가죽 사용을 줄이고, 비싸더라도 생분해되는 제품을 구입하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등의 작은 노력은 할 수 있으니까. 적당히 유연하게, 내 기준을 갖되 현실과 잘 타협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패브릭 소파를 구입했다. 다행히 남편이 내 마음에 쏙 드는 소파를 찾아내, 쇼룸에서 보고 다음 날 바로 결제했다. 우리가 산 소파는 '바이헤이데이' 멀티 소파.


'BYHEYDEY' MULTI 소파


위에 나온 사진은 가죽 소파 사진이다. 우리는 패브릭 재질로 선택했고, 사이즈는 사진에 보이는 소파(가로 2200) 보다 좀 더 짧은 미니 사이즈(가로 1900)로 주문했다.


제일 큰 사이즈는 디자인과 좌석 깊이가 조금 다르다


이 사진은 제일 큰 사이즈의 멀티 소파 사진인데, 이것과 똑같은 패브릭과 색감으로 주문했다. 드디어 소파 구입 완료. 아, 마음 편해. 심지어 너무 마음에 들어! 세련된 디자인에 적당한 크기, 탄탄한 착석감까지. 가격도 괜찮다. 할인 다 해서 188만 원.


처음에 가죽 소파로 마음을 정한 후 엄마가 비싸다고 잔소리했을 때 괜히 말했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그때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고, 다른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으로 나를 인도해 준 우주에게 감사를. 언제나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긴 하지만, 때로는 막힌 길이 나를 더 좋은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얼른 소파 왔으면 좋겠다. 남편이랑 소파에서 뒹굴뒹굴 간식 주워 먹으면서 TV 보면 너무 재밌겠다! 3주 후 배송 예정. 유후~ 저 소파 안 사려던 사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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