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프로 Apr 05. 2024

나 혼자 벚꽃 나들이!

벚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스타벅스에 4월 신메뉴가 나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카페는 데이트할 때만 갔지 혼자 간 적은 거의 없어서 신메뉴가 이렇게 자주 나오는지 몰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땡큐. 매달 새로운 메뉴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오늘의 픽은 라이트 핑크 자몽 피지오. 이벤트 기간이라 사이렌오더 주문 시 별 3개 추가적립이다. 사실 고소한 음료가 당겼지만 피지오도 좋아하니까 새로운 걸 먹어보기로. (별 적립 못 잃어!)


원샷 하고 싶은데 화장실 가고 싶을까 봐 조금씩 마시는 중


흔한 맛일 것 같아서 큰 기대 안 했는데 예상대로 흔한 맛이긴 했지만 맛있었다. 딱 맛있는 스파클링 자몽에이드맛! 당 17g이라 다른 음료보다는 낮은 편이다.


홀짝홀짝 마시며 두 시간 정도 노트북 작업을 하다가 집에 올라가 노트북을 두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에 있는 벚꽃길을 혼자 걸을 생각이었다. 전날 저녁에 남편과 산책할 겸 잠깐 걸었는데 어두워서 화사한 벚꽃을 즐기지 못했다. 15분이면 한 번 왕복할만한 짧은 길이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밤에 찍은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오다니


벚꽃길 걸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좋아요


늦은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만개한 벚꽃을 올려다보니 은은하게 힐링된다. 팝콘 같은 벚꽃과 하늘의 조화가 예술이다. 아무리 열심히 사진을 찍어도 역광이라 벚꽃의 화사함을 다 담을 수 없는 게 아쉬울 뿐.


벚꽃나무? 팝콘나무?


벚꽃도 아름답지만, 더 아름다운 것은 벚꽃 아래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사람들의 얼굴이다. 벚꽃만큼이나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저 멀리 볼을 맞대다가 껴안다가 하며 신나게 애정행각을 하는 20대 커플이 보인다. 사랑이 넘치는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배시시. 단순 애정행각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휴대폰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 거였다. 그들을 지나치며 생각했다.


'오, 제발 나는 찍히지 않았길.'


근데 찍혔을 듯.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연보라색 바지를 입고 연보라색 백팩을 멘 여자아이가 손목에 찬 시계에 대고 '안녕, 끊을게~'라고 말하고 시계 화면을 누른다. 뭐야, 애플워치야? 초등학교 저학년 같은데 힙하네. 나는 중학생 때 카이코코라는 아주 쪼끄만 폴더폰으로 핸드폰 세계에 입성했었는데. 소중해서 목걸이처럼 길게 걸고 옷 속에 넣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땐 손목에 차는 핸드폰은 상상도 못 했다.


이번엔 강아지를 데리고 온 부부가 옆을 지나친다. 뒤에서 남편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시그니처 포즈로 사진 찍어야 되지 않겠어?"


시그니처 포즈가 뭔데요? 괜히 궁금한 마음에 뒤를 슬쩍 돌아봤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에잉.


아까부터 계속 눈에 보이는 두 여자는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주로 찍히고 있는 여자는 타이트한 분홍색 니트원피스를 입고 요리조리 옮겨 다니며 예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게 예지력은 없지만 감히 추측컨대 오늘 인생사진 건지실 예정.


휠체어에 앉은 엄마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는 딸의 모습도 보인다. 괜히 코끝이 찡하다. '같이 찍어드릴까요?' 말이라도 해볼걸, 소심하게 지나친 게 아직도 아쉽다.


있는 힘껏 팔을 뻗어 건진 클로즈업샷


내가 벚꽃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벚꽃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좋아서다. 다들 설렘을 갖고 와서 그런지 나까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이런 곳에 올 때마다 드는 생각.


'아아, 귀여운 인간들!!!(?)'


물론 나도 인간이지만, 인간은 참 귀엽다. 사소한 일에 기뻐하고 작은 일에 슬퍼하고, 쉽게 감동하고 뒤돌아서면 실망하고.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연약하면서 동시에 그 자리에 바로 돋아나는 새순처럼 강인하다. 매력이 너무 많은 생명체랄까!


조물주가 있다면, 벚꽃을 보며 꺅꺅거리는 인간들이 얼마나 귀여울지.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오랫동안 만개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일주일은 너무 짧다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주식하는 모녀의 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