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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y 06. 2024

베짱이처럼 보낸 주말

띵가띵가

느긋하게 보냈던 일요일의 기록.


토요일은 남편 생일이었다. 지인들과 상암에서 축구 경기를 보고 저녁 늦게 들어와 <연애남매>까지 보고 잠든 터라, 아침에 좀처럼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심지어 새벽부터 비가 와서 몸이 더 찌뿌둥했다. 우리는 밍기적거리다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침대에서 나왔다. 주말을 좀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었는데 일단 실패했고요.


어슬렁어슬렁 거실로 나와 전날 배송 온 망고 상태를 확인했다. 요즘 '온브릭스'라는 곳에서 종종 과일을 시켜 먹는데 과일 상태가 좋아 만족스럽다.


먹음직스러운 망고들


전에 골드망고를 먹어봐서 이번에 마하차녹(무지개 망고)을 주문했다. 망고 2개가 살짝 물렁하니 반점이 송송 올라왔다. 숙성이 잘 되었다 싶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오후에 간식으로 먹어야지.


씻고 나오니 금방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점심 메뉴는 전에 엄마가 주고 간 비비고 떡볶이 당첨! 떡볶이만 먹으면 심심하니 근처에서 파는 유부초밥을 사 와서 곁들이기로 했다.


비비고 떡볶이 양념 베리 굿


먹으면서 <나 혼자 산다>를 봤다. 내가 좋아하는 팜유 멤버(전현무, 이장우, 박나래)의 바디 프로필 에피소드 2탄이다. 바디프로필 촬영 후, 기대감에 부풀어 드디어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으려고 하는데! 박나래와 이장우가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그동안 다이어트하면서 위가 줄어든 탓이다. 전현무는 여전히 많이 먹긴 했지만.


더 먹으라고 눈치 주는 전현무와 더 못 먹겠다며 자괴감을 느끼는 박나래와 이장우. 아, 웃겨. 둘 다 이해가 되는데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하나.


후식은 티라미수 케이꾸


신나게 웃으며 점심을 다 먹고, 어제 지인에게 받은 뚜레쥬르 티라미수 케이크를 꺼냈다. 1/3조각을 덜으면서 '너무 많은가?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남편과 순식간에 다 먹었다. 케이크는 밀가루와 설탕 덩어리라 자주 먹지 않으려 하지만, '남편 생일 찬스'를 써서 마음 편하게 먹었다.


떡볶이에 유부초밥에 티라미수까지, 탄수화물을 과다섭취했더니 당연히 컨디션이 좋을 리 없었다. 몸이 자꾸 늘어져 침대에 누웠다. 30분을 뒹굴거리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이렇게 계속 있다가는 주말 오후를 통으로 날릴 것 같아서 일단 밖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나가기 전에 할 일이 하나 있지. 바로 망! 고! 먹! 기!


오전에 냉장고에 넣어둔 망고를 하나 꺼내, 반으로 가르고 씨를 빼서 망고 컵을 만들었다. 망고는 격자무늬로 칼집을 내고 뒤집어서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망고컵으로 만들어서 숟가락으로 먹는 게 손질도 편하고 과육을 알차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편하면 장땡


맛있다. 달콤한 망고. 태국에 있던 망고를 이렇게 편하게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좋은 세상. 마하차녹 망고도 괜찮지만 내 입맛에는 전에 시켜 먹었던 골드망고가 더 맛있었다. 몇 천 원 더 비싸도 다시 골드망고로 시켜 먹어야지.


밖으로 나와 서점으로 향했다. 여전히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연약한 내 우산은 사정없이 흔들리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두 번이나 뒤집혔다. 본의 아니게 서있는 차들 앞에서 우산쇼를 했다. 하하, 운전하다 무료하실까 봐 준비해 봤습니다.


서점에 가서 위클리 플래너를 하나 사고, 남편과 제주도 여행 책을 한 권씩 골라 빈자리에 앉았다.


똑같은 거 노란색 썼는데 좋아서, 하늘색으로 재구매!


여행책은 표지만 봐도 설렌다


조만간 엄마, 아빠와 함께 넷이 제주도 여행을 갈 예정이라 여행 계획을 짜야했다. 엄마가 같이 제주도 가자고~ 가자고~ 노래를 부르셔서 가게 된 2박 3일 제주도 여행. 사실 효도여행은 아니다. 여행 비용을 거의 다 부모님이 대시기 때문에. 대신 우리는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멋진 곳에서 한 끼 대접할 예정!


대략적인 여행 계획을 세운 후,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주말에 마트에 가면 시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우만두를 굽고 계시길래 기웃거렸는데 다 구워지려면 꽤 걸릴 것 같아서 아쉽지만 패스했다. 야채 코너로 가니 직원분이 '블랙 머쉬마루 버섯'을 구우며 홍보하고 계셨다.


"그냥 굽기만 해도 너무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1,900원에 양도 많아요."


미니 종이컵에 담긴 버섯을 호로록 입에 넣었다. 오호, 담백하니 맛있다. 남편도 눈썹을 치켜세우며 맛있다고 감탄.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저녁 메뉴로 딱 좋다. 점심에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 저녁에는 건강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추가로 어묵 몇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미리 사둔 두부와 버섯을 굽고, 남편이 토마토계란볶음을 했다. 근데 이제 어묵을 곁들인.


사진 잘 찍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밥 없이 먹어서 양이 적을까 싶었는데 다 먹으니 배가 불렀다. 어묵이 있어 살짝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점심보다는 훨씬 건강한 식사였던 걸로.


열심히 놀고먹었던 베짱이 같았던 일요일. 가끔 이런 주말을 보내는 것도 좋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힐링되는 느낌. 실컷 여유 부리고 연휴 끝나면 다시 달려봐야지! 설레는 5월, 또 열심히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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