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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Jan 18. 2021

엄마, 어쩌면 행복했을지도?

내 엄마가 아니라 김 여사다 !

요즘 가족들과 함께 본 드라마가 있다. 바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이다.

일명 Koi(사랑) 댄스로 알고 있던 드라마인데,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본 글에는 드라마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시청 중이시라면 주의하시길 !




어렸을 때 종종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있다.

왜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으실까?


무뚝뚝하지만 자주 엄마의 편을 들었던 나 이기에,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집중해왔다. 

어렸던 나에게 아빠는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으로 보였고 엄마는 항상 참는 사람처럼 보였다.



초등학교를 들어갈 무렵, 텔레비전에는 부부의 어려움을 담는 드라마가 유행이었다.

그 뒤로 그런 생각은 더 커져만 갔고 재밌게도 중고등학교를 올라가기까지도 똑같았다.


미대입시를 했던 고등학교까지도 아빠는 돈을 쓰지 않고자 하는 악역이었고 이는 물론 진실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엄마는 나를 위해 전업주부에 플러스 알파로 일을 하시며 나를 뒷바라지 하신 분이었다. 어린 마음이었다.



특별한 경제력이 없었던 엄마는 나 때문에, 자신을 희생해오신 것은 아닐까?

대학교에 들어오고 1학년까지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나를 낳고 엄마는 나를 뒷바라지 하시기 위해 당신의 인생을 모두 희생하신게 아닐까. 그 시간을 너무 빠르게 내가 소비해버린 것은 아닐까하고 죄책감을 가져왔다.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카와라소바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적 피크닉을 갔을 때 어머니가 준비하신 카와라 소바를 아버지가 화내며 드시지 않았고 자신은 맛있다며 먹었다며,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도 몰랐던 사실은, 오히려 아버지는 그 카와라소바 대신에 어머니에게 '진짜 카와라소바'를 집 가는길에 사주셨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살면서 여러가지 카와라소바를 접해왔다. 어머니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부모님의 사이를 예단했으며 스스로 힘들어했다. 자라면서 아버지한테 섭섭한 것이 많았고 항상 어머니한테 미안함만을 가지고 살았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1학년을 마무리할 무렵 연애를 시작했다. 20살의 연애에 뭐 그리 배울게 있겠냐만은, 내 사랑의 형태에서 새로운 관점을 배웠다. 느꼈던 점을 굳이 정리하자면, '꼭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연애하는 나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도 있고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일 때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에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무수한 많은 형태의 사랑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정말 맛있는 카와라소바 집을 데려갔듯이 말이다.


2학년이 되고 어머니랑 많은 대화를 나눴다. 연애를 하고 조금은 성숙해졌는지, 어머니의 속마음이 궁금했는지 조금은 더 깊은 대화들을 나누어 왔다. 어머니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나 : 그냥 가끔은 엄마한테 되게 감사하고 그 마음이 너무 커서 힘들 때도 있어요.

어머니 : 중요한 건 어찌됐던 이건 네 삶이고 나는 내 삶을 산거야.

어머니 : 너를 낳고 네 아빠랑 지낸 것도 내 선택이고, 너 하고 싶은 공부 하라고 뒷바라지 한 것도 엄마의 선택이야. 지금부터는 네 삶을 살아.


후에 좀 더 로맨티스트 적인 관점에서 파고 들었을 때, 아버지가 꼭 어머니한테 '내 생각만큼' 악역은 아니었던 것이다 . 역시 언젠가 또 다른 글에서 후술하겠지만, 아버지도 정말 멋있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이제는 몇 번의 술자리를 통해 확실히 알고 있다. 술 최고





드라마 주제가 Koi() 가사 중 일부


物心ついたらふと 見上げて思うことが
철이 들어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은

この世にいる誰も 二人から
이 세상에 있는 모두가 두 사람부터 라는 것



목표는 오씨 집안 모두의 행복이다! 아자아자 !


우리 엄마는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불행한 사람이 아니다. 엄마는 하나하나의 선택을 지금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씀 하신다. 그건 내가 함부로 사랑을 평가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아빠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연봉 10억 디자이너가 되겠다느니 큰소리 헛소리 뻥뻥 치고 다니는 나 이다 ㅎㅎ. 근데 아빠 저 대학원까지 다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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