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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Jan 25. 2021

역시 술은 같이 마셔야죠

술 한잔도 안했습니다. 저.

술을 마시면 심리적으로 나아지나요?

음주는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술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라고 배워왔다. 


어렸을 적에는 술을 마시며 알코올 의존증을 앓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이라고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엄마가 그랬나 아빠가 그랬나, 술은 행복할 때 마셔야 한다 고 말해주었다. 물론 그게 부모님의 생각은 아니지만, 스쳐가듯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2019년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고 1월 1일 새벽 1시 H친구와 술을 마셨다. 가족들과 종소리를 듣고 새벽 늦게 나온것이 썩 좋지는 않았고 친구와 특별한 대화가 있지도 않았지만 그 분위기가 좋았다. 


2019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 OT에서 조장이었던 K형과 술을 진탕마시고 아무도 모르게 토를 했다. 여러 명과 술게임을 하고 분위기를 즐겼으며 밤 늦게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 친구 J가 좋았다.


2019년 20대의 첫 생일, 좋은 친구들 사이에서 축하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내가 취한 순간에 함께해주었다. 필름이 끊기는 일은 없었지만, 생일주 한번 마시겠다고 이틀을 힘들어했다. 그러나 나를 위해 모여준 그 사람들이 고마웠다.


2020년으로 넘어가기 3일 전, 남자 세 명이서 와인집에 가서 비싸지 않은 안주와 와인을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었다. 친구의 짝사랑으로 생각되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그러나 다시 못 올 그 시간이 그립다.


2020년 가을, 가족들이 함께 술을 진탕마시며 이야기 나눈 날, 내가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을 잘할 수 있었나 싶었다. 회와 연태고량주의 힘을 빌려 근처 술집으로 2차까지 가서 테라 생맥주를 마셨던 그 날의 화목함이 좋았다. 






어제 친구 어머니에게서 우리에게 연락이 왔다. 혼자 먹는 맥주는 맛이 없네.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영원하기를 바랬던 순간에 술을 마셨고, 지금 술을 마시면 그 때를 거짓말같이 기억하게 된다. 마치 영광의 순간을 기억하는 퇴역군인이 위스키 한 잔 따르는 느낌이다.


함께 밤마다 술을 마셨던 동네 친구들은 군대를 갔다. 코로나로 9시 이후에 술집을 가지 못한다. 친구들을 만나도 여러명은 불편해진다. 누군가의 눈치가 보인다.





쓰읍.. 오늘 하루 계속 혼자 먹는 술은 맛이 없지..암암!! 속에 되뇌이게 된다. 

야속하게도 술 한잔 안했지만 분위기에 빠져 사유하던 나는 글을 쓰자마자 이성적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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