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야기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선거 사무소 방문을 요청받고 찾아가 만난 일이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분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열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눈앞의 유리만 쫒다 결국 ‘선거 낭인(?)’이 되신 분입니다. 이런 캠프에 관계하는 것 자체가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오랜 인연을 매정하게 자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얼굴에 생기가 도는 이분은 역시나 많이 들떠 있었습니다. 만나자마자 한 시간 동안 자신의 당선 시나리오를 거침없이 반복해서 이야기했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열정에 저 자신도 세뇌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을 리가 없는 얘기인데 은근 중독성 있네!'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캠프 참여 요청이 이어집니다. 일정상 어려우니 틈나는 대로 들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오며 확률을 생각했습니다.
이분이 제시한 시나리오대로 21대 국회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전부 4단계를 통과해야 합니다. 다분히 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단계별 실현 가능성은 각각 30%, 20%, 1%, 99% 정도입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세 번째입니다. 이것이 실현되면 네 번째 본선은 100%라고 봐도 되는데 세 번째의 실현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하는지라 의미가 없는 100%가 되는 셈입니다. 그나마 전체적인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곱셈이 가능해야 하기에 1%를 줄 정도인데 이분은 이 ‘제로’ 가능성에 꽂혀 있었습니다.
30% * 20% * 1% * 99% = 0.06%, 약 5천분의 3이라는 확률을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때론 그 열정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