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패킹

사람 이야기

by 오세일

지방 출신이라 기숙사에서 학생시절을 보냈습니다. 숙소에는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배낭이 꾸려져 있었지요.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자갈 브랜드의 2인용 텐트, 충진재가 화학섬유였던 침낭과 매트 그리고 취사를 위한 몇 가지 음식과 팩소주가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 화폐가치로 따지면 꽤나 고가(?)였던 텐트는 옆에 배낭을 놓아야 했기에 실제로는 1인용이었고 지금의 백패킹 텐트와는 달리 무게가 나가는 견고한 재질이었지요. 시간 날 때마다 배낭 메고 떠나던 여행이나 산행은 늘 떨리는 가슴과 함께였습니다.

결혼 전후에는 좀 더 큰 텐트를 구입해 집사람과 함께 다니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육아기에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장비를 구입해 연 1, 2회 정도 오토캠핑을 다녔습니다. 나름 재미있었지만, 좋은 부모 코스프레 용도였는지 가슴 떨림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지나 한 달 전쯤, 갑자기 백패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텐트와 침낭 그리고 배낭과 매트를 검색하며 20대 때의 그 가슴 떨림을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자갈 텐트의 견고함과 백패킹 텐트의 가벼움 사이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장비 구입이 끝나면 이 가을이 지나기 전, 떨리는 가슴과 함께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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