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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Dec 26. 2022

백성보다 동물을 사랑하면 생기는 일

역사 이야기

기원전 677년, 주나라 17대 주혜왕이 왕위에 오릅니다. 주혜왕에게는 삼촌뻘 되는 퇴가 있습니다. 주혜왕의 할아버지인 주장왕이 애첩을 통해 낳았기에 퇴는 사랑받으며 성장했습니다. 퇴는 소를 좋아해 수백 마리 소에게 곡식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함부로 몰아 백성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그러면서도 몰래 사람을 모아 왕위를 찬탈합니다. 주혜왕이 정나라로 망명합니다. 주나라는 동천 이후 상징적인 종실로 존재하는 약소국입니다. 정의 군주인 정여공은 주왕실을 도움으로써 혼란스러운 자신의 군위를 탄탄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정이 괵나라와 연합해 주나라 왕성으로 진격합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신하들이 소를 돌보고 있는 퇴를 찾으나 만나주지 않습니다. 백성들이 봉기해 왕성은 쉽게 무너집니다. 퇴는 기르던 소를 이끌고 도망가지만, 살이 쪄 느린 소 때문에 멀리 못 가 목 잘린 시체가 됩니다.


기원전 669년, 이복형 급자와 동복형 수를 죽이고 군위에 오른 위혜공 삭이 죽고 아들이 군위를 이어 위의공이 됩니다. 백성들은 위혜공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아들인 위의공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음란하고 사치스러운 위의공이 정성을 다하는 대상은 백성이 아니라 학입니다. 학에게 벼슬을 주고 벼슬에 맞는 녹도 줍니다. 군주가 행차할 때 맨 앞에 태우는 학을 ‘학장군’이라 부릅니다. 수많은 학을 위해 세금이 낭비되고 백성이 궁핍해집니다. 위나라 북쪽에는 수만이 북적(北狄)의 수장으로 있습니다. 수만이 중원을 노리고 위나라를 침략합니다. 북적의 갑작스런 침략에 놀란 위의공이 백성들에게 동원령을 내립니다. 백성들이 피난가며 응하지 않습니다. 화가 난 위의공이 백성들을 잡아들입니다. 백성들이 말합니다. “학장군을 싸움터에 내보내면 될 것을!” 한 번의 싸움으로 위의공이 죽고 위나라는 풍비박산이 납니다. 북적은 도성에 남아있던 백성들은 물론이고 도망가는 백성들까지도 추격해 살육합니다.


동물에 대한 과도한 사랑에 대한 경계는 동서를 불문합니다. 로마에서 원숭이나 개를 안고 다니며 사랑을 쏟는 외국인의 모습을 본 카이사르가 사람에게 쏟아야 할 관심과 애정이 낭비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했다는 말입니다. “당신들 나라 여자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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