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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Feb 01. 2023

리더의 품격

역사 이야기

기원전 698년, 제나라 희공이 죽고 그 아들 제아가 군위를 이어 제양공이 됩니다. 제양공은 혼군입니다. 관포지교의 두 주인공인 관이오(훗날 관중)와 포숙아는 각각 제양공의 이복동생인 공자 규와 공자 소백의 스승입니다. 제양공의 정치가 어지러워지자 관이오와 포숙아는 규와 소백을 데리고 공자들의 외가 나라인 노와 거로 망명함으로써 장차 닥쳐올 환란을 피하려 합니다. 반정이 일어나 제양공이 살해당하고 공석이 된 제나라 군위를 놓고 규와 소백이 귀국 경쟁을 벌입니다. 노보다 거가 제에 가까워 소백이 먼저 귀국해 군위에 오를 것을 염려한 관이오가 홀로 말을 타고 달려와 소백을 가로막습니다. 관이오는 장자인 규의 군위계승을 주장하지만, 포숙아가 쫓아버립니다. 관이오가 기회를 엿보다 소백을 향해 화살을 쏘고 달아납니다. 화살이 소백의 허리띠에 맞았고, 소백은 죽은척해 위기를 모면합니다. 결국 소백이 군위에 올라 제환공이 됩니다.


제환공이 포숙아를 재상에 임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포숙아는 옳고 그름이 명확한 자신의 성향이 정치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포숙아가 그리는 제나라의 미래엔 관이오가 있습니다. 먼저 관이오를 죽음으로부터 구한 뒤 제환공에게 천거합니다. 제환공이 펄쩍 뜁니다. “살을 씹어도 시원치 않을 놈을!” 포숙아가 말합니다.


“신하된 자가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관이오가 주공께 활을 쏜 건 당시에 모시는 주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임금께서 관이오를 등용하시면 그 활로 임금을 위해 천하를 쏠 것입니다.”


기원전 636년, 춘추 두 번째 패자가 될 진(晉)나라 공자 중이가 군위에 올라 진문공이 됩니다. 19년 동안의 망명생활 끝에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오른 군위지만, 전 임금 아래에서 득세하던 세력들은 사면령에도 불구하고 언제 숙정될지 몰라 불안합니다. 이 불안을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됩니다. 죽이면 민심을 잃고 살려두면 언제 폭발할지 모를 화약고가 됩니다. 이때 진문공에게 두수라는 자가 찾아옵니다. 진문공이 천하를 떠돌 때 재정을 담당하던 두수는 진문공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았는지 남은 재물과 함께 잠적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개자추의 허벅지 살까지 먹어야 했던 진문공이 그를 용납할 리 없습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사라지라고 호통치는 진문공에게 정국을 안정시킬 묘안이 있다고 소리칩니다. 진문공과 두수가 나란히 수레에 올라 도성을 한 바퀴 순회합니다. 군신 간의 모든 불신은 사라지고 정국은 급격히 안정됩니다.


“이미 두수를 용납했는데 누구를 용납 못 할까?”


사적 분노를 극복하고 관중을 등용한 제환공은 오직 관중에 의지해 춘추 첫 번째 패자가 됩니다. 두수를 받아들인 진문공은 정국을 안정시키고 장차 춘추 두 번째 패자가 될 기반을 다집니다. 자기 안에 갇혀 사는 군주가 담을 세상과 흡입력 강한 군주가 담을 세상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정치는 정치의 셈법이 있습니다. 그들의 지향점은 대개의 경우 일관했습니다. 정치의 대의는 바름이 아니라 권력과 권력이 주는 부산물이었지요. 그들끼리 공유하는 그들만의 잔치를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국민이 거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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